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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기자들, 사내 대자보..."계엄보도 극단 받아쓰기, 참담·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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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 포함,
입사 1~15년차 10개 기수 기자 36명
실명 걸고 비판 성명, 사내 대자보 게시
"반민주적 계엄 동조, 윤 대통령 옹호"
"심의기구와 독자위 지적했지만 무시"
"사실 검증 없이 편파·허위 보도 앞장"
"논평에 가까운 기사 지시, 반론 제외"
"극우 메아리 전락, 소통·설득나서야"
국장단 조만간 의견 정리해 입장 전달

기자들의 자조와 한숨이 담긴 대자보가 복도에 길게 나붙었다.

대구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 소속 기자들이 사내에 비판성 대자보를 게시한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재판에 넘겨지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까지 된 윤석열 대통령과 그를 옹위하는 국민의힘을 감싸는 듯한 정치적 편파 보도와 편집 방향을 비판하는 성명이다. 

1년차부터 15년차 기자까지 지난 15년간 매일신문에 입사한 10개 기수 기자들이 릴레이 성명을 내고 편집국의 '비상계엄 사태 후 보도참사'와 대구경북 시·도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한 것에 대해 자성을 촉구했다.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가 매일신문사 3층 편집국 입구에 내건 비판 대자보(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가 매일신문사 3층 편집국 입구에 내건 비판 대자보(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일신문이 진정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매일신문 기자들이 편집국 복도에 건 비판 성명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일신문이 진정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매일신문 기자들이 편집국 복도에 건 비판 성명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3층 편집국으로 향하는 복도에 11일 오전 게시된 기수별 성명서는 모두 10장이다.

"민주주의 실종된 보수 언론사. 독자 신뢰 포기한 편파 매일신문(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

"매일신문 79년 역사와 전통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기자직 48기 일동)"

"극단 정치 받아쓰기에 무너진 저널리즘(기자직 50기 일동)"

"매일신문 52기가 기협 성명을 지지하며(기자직 52기)"

"매일신문의 품격과 가치를 되찾자(2017년 입사자)"

"정파적 이분법을 넘어 진실로 나아가달라(기자직 55기)"

"매일신문이 진정한 공론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기자직 56기 일동)"

"매일신문의 가져야할 시대정신은 무엇인가(기자직 57기 일동)"

"'지역의 목소리' 아닌 '극우의 메아리'로 전락한 매일신문(기자직 58·59기 일동)"

"우리의 1년을 의심하며(기자직 60기 일동)"

10개 기수 기자들이 낸 성명서가 대자보 형태로 매일신문사 편집국 보도에 게시됐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10개 기수 기자들이 낸 성명서가 대자보 형태로 매일신문사 편집국 복도에 게시됐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주의 실종된 보수 언론사, 독자 신뢰 포기한 편파 매일신문"...비상계엄 관련 편파적 보도와 관련해 비판하는 매일신문 기자들의 성명이 사내에 붙었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주의 실종된 보수 언론사, 독자 신뢰 포기한 편파 매일신문"...비상계엄 관련 편파적 보도와 관련해 비판하는 매일신문 기자들의 성명이 사내에 붙었다(2025.2.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를 포함해 10개 기수의 기자 36명이 실명을 걸고 비판 성명에 동참했다. 각 성명서에 붙은 제목마다 해당 기수 기자들의 현 상황을 인식하는 참담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국기자협회 매일신문지회(지회장 홍준헌)는 지난 10일 성명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했지만 사람은 안 다쳤으니 해프닝 아니냐' 비상계엄에 대한 매일신문 편집국 종합데스크 인식"이라며 "상식 있는 보수 언론이라면 자유민주주의 헌정을 유린한 대통령의 정당성 설득에 지면을 할애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편집국은 반민주적 계엄에 동조하고 옹호하는 것이 우리 길이자 보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고 주장한다"면서 "'대한민국 보수 핵심 가치는 자유민주주의'라던 매일신문 가치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만 있는 사람은 나가서 독립 언론을 세우라'는 식"이라며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주의가 편집국에서 사라진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특히 "국장단은 논지를 견지하려 상명하달을 일상화했고, 하급자의 의견 개진에 귀를 닫았다"면서 "윤 대통령을 거스르는 모든 주체를 본지 보도로 악마화했듯, 편집국의 암묵적 '보도 지침'을 거스르면 눈 밖에 날까 두려움이 감돈다"고 꼬집었다. 

대구 중구 계산동에 있는 매일신문사 전경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중구 계산동에 있는 매일신문사 전경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예를 들어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갖은 근거를 끌어다 꾸짖었다"며 "객관과 이성적 분석 보도와 발제는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또 "비난의 강도를 키우고자 논평에 가까운 기사를 지시했고, 반대 측의 의혹 제기나 반론은 지면 배치에서 제외됐다"면서 "이미 마감된 기사에 불확실한 내용과 근거가 부족한 지적을 덧붙인 탓에 원 기사를 쓴 기자들이 난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뿐만 아니라 "계엄을 입법 폭주와 동급으로 끌어내려 사안의 경중을 희석했다"며 "탄핵 반대 측 입장에는 골몰하면서 탄핵 찬성 측 주장이나 계엄 관련자 수사 경과 보도는 최소화했다"고 꼬집었다. 또 "부정선거론을 다루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기획기사 연재가 중단됐고, 기사화를 주문하듯 보수 유튜브 링크와 '받은 글' 지라시도 데스크 단체 대화방에 잇따라 날아들었다"면서 "이 같은 보도 과정과 결과에 우려를 표하는 대내외 심의기구(편집국 자유언론실천위원회)의 지적도 잇따라 묵살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매일신문 독자위원회 역시 수 차례 걸쳐 본지 사내 칼럼 편향성과 계엄 보도 문제점을 강하게 지적했지만 이를 무시했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사실관계 검증도 없이 받아쓰는 스피커가 되어, 편파 보도와 허위 보도에 앞장서는 윤 대통령의 결사옹위 첨병이 됐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언론윤리헌장 제1조(진실 추구), 제4조(공정 보도), 제6조(갈등을 풀고 신뢰를 볻돋우는 토론장 제공) 등 언론윤리도 스스로 저버린 것"이라며 "팬덤 신문에 어떤 정보 가치가 있으며 얼마나 확장성이 있는가. 추종의 대상과 추종자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 미래도 소멸함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역민 정치 성향을 고려해 편파적으로 보도할 수밖에 없다'는 국장단의 발언은 무책임하다"면서 "매일신문 국장단은 지금 당장 불통과 독선을 벗고, 구성원 앞에 서서 소통하고 설득하라"고 촉구했다. 

"야당 딴지에 인내심 바닥...국무총리 만류에도 무리수 던진 듯"  2024년 12월 5일자 4면 보도
"야당 딴지에 인내심 바닥...국무총리 만류에도 무리수 던진 듯" 2024년 12월 5일자 4면 보도
""탄핵만은 안 된다" 보수 대결집, 강력 저지 움직임" 2025년 12월 5일자 보도 / 화면 캡쳐
""탄핵만은 안 된다" 보수 대결집, 강력 저지 움직임" 2025년 12월 5일자 1면 보도

52기 기자들은 기협 지지 성명에서 "계엄 직후인 지난 2024년 12월 5일자 4면은 윤 대통령의 계엄 선택 이유로 '뜻을 굽히지 않는 승부사 기질'을 꼽았다"며 "지난 2025년 1월 1일자 4면은 박근혜-윤 대통령 탄핵정국을 비교한 기사도 균형감을 잃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또 "편집국장은 탄핵 정국 후 이른바 '극우 유튜버'로 분류되는 강신업, 서정욱 변호사의 유튜브 영상을 기자 40여명이 있는 단체 대화방에 수차례 공유하는가 하면, 지난 2월 1일 부산역 집회(탄핵 반대 집회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서 경찰 측 추산(1만명)을 인용한 기사를 주최 측 추산(10만명 이상)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면서 "최소한의 균형감조차 잃지는 않았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막내 기수인 60기 기자들도 성명에서 "'매일신문이랑 스카이데일리 밖에 안 봐' 취재하다 들은 응원 한마디가 힘이 나긴커녕 매일신문 생활을 울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음모론을 공론장에 불러들이고, 장외투쟁을 부추기고, 최소한 공정성도 지킬 의지가 없어보인다. 침몰해버릴까 우려된다"고 했다.

"카더라식 소문에 野(야) '펌프질'...보수 지지층 이번엔 속지 않았다" 2025년 1월 1일자 4면 보도 
"카더라식 소문에 野(야) '펌프질'...보수 지지층 이번엔 속지 않았다" 2025년 1월 1일자 4면 보도 
"월권 논란...尹(윤) 강제 수사 정당성 흔들린다" 2025년 1월 3일자 1면 보도
"월권 논란...尹(윤) 강제 수사 정당성 흔들린다" 2025년 1월 3일자 1면 보도

이와 관련해 매일신문 A기자는 "국장단 반응은 대체로 후배들 지적에 공감하고, 현장 기자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분위기"라며 "이번 성명에 참여하지 않은 부장급 이상 선배 기자들도 후배들에게 격려를 보내며, 그 동안 편향된 보도에 대해 불만과 자괴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매일신문 국장단은 조만간 기자들의 비판 성명과 관련해 자신들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할 예정이다.

야당은 매일신문 기자들을 응원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허소)은 11일 논평을 내고 "편파성의 앞에 있던 매일신문에서 평기자들의 투쟁을 응원한다"며 "권력을 견제하고 진실에 다가가며 사회를 전진시키는 펜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정의당 대구시당(위원장 한민정)도 이날 성명에서 "오죽하면 기자들이 나서겠는가. 매일신문은 부디 기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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