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일간신문에 '전두환 찬양' 광고...시민단체, 신문사 항의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22.01.1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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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영남일보 10일 지면, 대구공고동문 '49재' 광고 게재
"우리의 영웅 추앙하는 각하, 그 치적 정당히 평가될 것"
시민단체 "노골적 미화, 민주주의 우롱...신문윤리 훼손" 비판
매일 "추모성 의견 광고, 과도한 의미 부여·왜곡 자제" 반박


대구에 본사를 둔 <매일신문>과 <영남일보>가 고 전두환씨 '찬양' 광고를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씨가 숨진 지 49일째 되는 '49재'를 기리기 위해 전씨 모교인 대구공업고등학교 총동문회가 두 신문사에 광고를 의뢰했고, 신문사들이 이를 수용해 지면에 실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광주·대구지역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노골적인 독재자 찬양, 미화", "언론이 광고 앞에 윤리도, 비판도 저버렸다"는 지적이다. 두 신문사는 "추모성 의견 광고"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와 왜곡은 자제해달라"고 반박했다. 
 
"독재자 전두환 노골적인 찬양 광고 매일신문 규탄" 기자회견(2022.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독재자 전두환 노골적인 찬양 광고 매일신문 규탄" 기자회견(2022.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매일신문>은 지난 10일자 지면 1면 광고에 "전두환 전 대통령 각하 영전에 바칩니다"라는 제목의 광고를 실었다. 대구공고 총동문회·대구공고 동문장학회·대구공고 개교100주년기념사업 추진위 명의의 광고다. 이들은 광고에서 "각하의 극락왕생을 빌어 온 날이 49일이 되었다"며 "전직 대통령 국가장(國家葬)마저 거부하는 기막힌 세상에서 각하를 추모하는 저희들은 죄스러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각하는 대한민국 군인, 국가 영도자로서 탁월한 애국자였다"며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 이로서 동문들의 자긍심을 드높이신 우리 동문의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어 "각하의 땀과 희생을 까마득히 잊고 사는 오늘 세태에 대한 원망과 회한이 적지 않지만 각하께서 견딘 모진 인고의 풍상에 어찌 견주겠냐"며 "큰 별을 잃은 후예들은 비통함을 넘어 시류에 편승하는 부박한 세태에 비분강개 심정을 감당키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모택동을 향해 '공7, 과3'을 인정해 영원한 국부로 추앙하고 있듯, 각하를 향한 왜곡된 일부 증오·분노 또한 관용·이해로 채워져 각하 치적에 대한 진실이 빛나는 태양 아래 그 모습 그대로 드러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통치자 공과·발자취는 후세 몫으로 남겨야 한다"면서 "각하의 담대한 치적은 멀지 않은 날 세상에서 정당히 평가될 것이다. 존경하고 추앙하는 전두환 대통령 각하를 영원히 기억하겠다"고 덧붙였다. 

<영남일보>도 10일자 지면 28면에 같은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 의뢰자는 역시 동문회다.  
 
"독재자 전두환 노골적인 찬양 광고 매일신문 규탄" 기자회견(2022.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독재자 전두환 노골적인 찬양 광고 매일신문 규탄" 기자회견(2022.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일보> 2022년 1월 10일자 28면 전두환 추모 광고 캡쳐
<영남일보> 2022년 1월 10일자 28면 전두환 추모 광고 캡쳐

이처럼 전씨에 대한 추모를 넘어 영웅으로 미화하는 광고가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특히 <매일신문>은 지난해 3월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1980년 5.18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폭력적인 공수부대 진압을 빗댄 만평을 실었다가 5.18기념재단이 항의하면서 사과한 바 있다. 

대구경북 96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매일신문 규탄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는 11일 대구 중구 매일신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을 총칼로 짓밟은 독재자 전두환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과 미화 광고를 실은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를 규탄한다"며 "더군다나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 장례 기간 중에 이 같은 광고를 실은 것은 두 매체가 언론사이기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두환에 대해 각하, 영도자, 애국자라는 망언을 담은 것에 분노한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희생자들과 유족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언론진흥재단 '신문광고윤리강령'은 '신문광고는 공공질서와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신문의 품위를 손생해서는 안된다. 신문광고는 진실해야 하며 과대한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시켜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번 광고는 역사를 숨기고 왜곡하는 행태로, 광고 게재에 대해 사죄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임성무 '매일신문 규탄 대구경북시민사회단체' 공동대표는 "광고 앞에 신문윤리를 훼손했다"며 "지난해 만평에 이어 이번 광고까지 지역 일간지들의 역사 의식이 퇴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광주전남민주언론시민연합도 지난 10일 "전두환의 극락왕생을 빈 두 언론사들을 강력 규탄한다"는 내용의 비판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대해 이동관 편집국장은 "배 여사 상중에 광고를 낸게 아니라 광고 게재 의뢰가 먼저 들어온 뒤 돌아가신 것"이라며 "일의 선후를 뒤바꿔 사실을 왜곡하는 건 자제해달라"고 말했다. 매일신문 광고국 한 관계자는 "의견 광고일뿐, 그 내용은 신문사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또 "절차에 문제가 없어 계약 날짜에 광고를 낸 것"이라며 "기사가 아닌 광고다. 과도한 의미 부여는 말아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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