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기억학교란 무엇인가요?
"평화입니다", "즐거운 곳입니다", "사랑을 나누는 학교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해 노력해줘 감사한 곳", "나의 쉼터", "행복한 곳"
#1. 대구 중구에 사는 80대 A할머니는 치매초기 진단을 받았다. 일상을 잊어버리고, 과거의 기억들이 희미해져가는 생활 속에 우울감이 찾아왔다. 가족들은 할머니의 삶에 다시 활기를 되찾아주기 위해 근처 기억학교에 입소시켰다. 할머니는 기억학교에 다닌 뒤 다시 행복감을 느끼게 됐다. A할머니는 "등교하는 날은 세수하고 나간다. 내가 나갈 곳이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2. 대구 동구에 사는 83세 노모 할아버지도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 진단을 받았다. 상세 불명의 우울병 진단도 함께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기억력이 저하돼 약물 치료를 병행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가족들은 동구 기억학교에 할아버지를 입소시켰다. 77세까지 생계를 위해 일을 하다가 취미 생활도 없고 학교도 제대로 마치지 못한 할아버지에게 기억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다시 학교에 입학한 것 같은 풍요를 가져다줬다. 매일 오전 10~오후 4시까지 인지 재활 수업을 하며 할아버지는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전국 유일한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보호시설 '대구 기억학교'가 이용기간 단축을 추진해 논란이다.
대구시에 14일 확인한 결과, 대구시는 올해부터 대구지역 8개 구.군에 설치한 치매노인을 위한 '기억학교' 18곳에 대해 입소한 어르신들의 이용 기간 단축을 포함해 해당 사업의 전반적인 내용을 변경한다.
◆ '2025년 경증치매노인 기억학교 사업 지원 계획서'를 보면, 기존에는 기억학교 이용기간에 제한이 없었다. '무제한'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고령층이 많아 건강 악화, 사망 등 원인으로 더 이상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대구시는 올해부터 1년 6개월로 이용기간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입소일로부터 이용기간을 단축하는 방향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용기간 만료 2개월 전부터 이용자인 어르신과 보호자 상담을 통해 장기요양인정신청이나 다른 복지서비스로 안내 연계한다는 게 대구시 방침이다.
사업 대상도 ▲기존 대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경증치매노인에서, 45세에서 60세 초로기 치매환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정원의 10%는 젊은 경도인지장애, 인지저하자를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기억학교 입소 최우선 순위는 독거노인이고, 2순위는 치매안심센터, 의료기관 추천자다. 기억학교 입소를 위해서는 등급외 판정을 받거나 의사소견서 등을 기관에 제출하면 된다. 노인장기요양등급내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가사 간병사업 등 유사 복지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은 제외된다.
기억학교를 운영하는 운영법인(각각 사회복지법인, 재단)에 대한 운영비 지원 기준도 바뀐다. ▲기억학교의 정원의 90% 미만일 경우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 1인당 운영보조금을 감액한다.
대구시는 "대구지역의 노인인구는 45만여명, 치매 추정 환자는 4만5,000여명(10.09%),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는 10만여명(22.90%)"이라며 "기억학교 사업대상자를 기존보다 확대하고 명확화해서 경도인지장애 중점관리로 예방적 돌봄을 강화하는 게 이번 변경안의 취지"라고 밝혔다.
기억학교 1곳당 정원은 40명으로 전체 서비스 대상은 720명이다. 정원 40%는 기초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적절한 부양을 받지 못해 구청장이 의뢰하는 경우에 한해 무료 이용 가능하다. 일반 가정의 노인은 기초연급수급자는 1일 1만원, 미수급자는 1일 2만원 이용료를 낸다. 나머지 운영비는 대구시 보조금으로 꾸려진다. 한해 예산은 75억4,100여만원(국비 43억여원, 시비 25억여원, 구.군비 6억2,000여만원)이다.
대구시는 2013년부터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치매 어르신을 위한 기억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조인장기요양등급을 받지 못한 경증치매진단을 받은 60세 이상 대구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주간보호서비스, 인재재활프로그램, 치매노인·가족상당을 지원한다. '사회복지사업법(제42조)'과 '노인복지법(제38조) 상위 법, '대구광역시 경증치매노인 기억학교 설치 및 운영 조례(2019년 시행)'를 근거로 한다.
◆ 문제는 지원 내용을 변경하면서 이용기간을 단축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도 젊은 세대로 확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기존에 기억학교를 다니던 어르신들에 대해 2024년 이전 입소의 경우 등급내자는 3개월, 등급외자는 6개월 이용기간에 유예를 두고 학교를 나가라고 하자 보호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기억학교 18곳의 보호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대구시로부터 이 같은 통보를 받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는 일방적 통보에, 어르신들을 보낼 곳도 없이 대안조차 마련하지 않고 수백여명의 치매 어르신들을 수개월 내에 강제로 졸업시킨다니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보호자들은 "기존 이용자 700명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지 않고, 학교를 이용하는 치매노인과 가족의 부양부담 경감을 위해 시장이 노력해야 한다'는 조례를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위반하고 있다"며 "치매 어르신들이 당장 갈 곳도 없는데 강제로 내쫓는 것은 무책임하다. 전면 백지화,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보호자들과 대구시 관계자들은 지난 13일 첫 면담을 가졌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하고 중제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보호자들은 예방적 복지를 제공하는 기억학교 기존 입소자들에게 갑자기 학교를 졸업하라고 하면 치매 어르신들에게 더욱 충격을 주어 건강이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때문에 1년 6개월로 이용기간 단축은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젋은 초로기 치매환자와 80세 이상 치매 어르신들을 한 곳에서 교육하는 것은 대상자를 구분하지 않고 뒤섞는 것으로 이 역시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
시아버지가 동구의 한 기억학교에 입소한 보호자는 지난 12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1년 6개월만에 기억학교를 그만둬야 한다면 노인들은 조건이 좋지 않은 시설로 가거나 외로운 일상을 다시 보내야 한다"며 "대기자가 많은 것도 아니고, 시설과 복지사들이 불만을 제기한 것도 아닌데 이용 기한을 줄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기억학교를 떠나면 그나마 겨우 기억력을 유지하던 노인들에게 기억력 감퇴와 심각한 치매 발생과 같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할까 두렵다"면서 "치매 걱정 없는 대구 만들기를 목표로 기억학교를 운영해 온 대구시가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외면하지 않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 반면 대구시는 입장이 다르다. 서비스를 받는 대상 확대 차원에서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성현숙 대구시 어르신복지과장은 "시민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처럼 좋은 복지 제도를 더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무제한이던 이용기간을 1년 6개월로 줄여서 더 많은 시민들이 기억학교라는 복지 서비스를 누리게 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또 "기억학교 평균 이용기간은 1년 8개월이고, 최장 11년이나 다닌 어르신도 있다"면서 "국가치매안심센터 이용기간도 1년 정도다. 우리는 그 중간점인 1년 6개월을 이용기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적정한 기간 동안 서비스를 이용했으면, 다른 장기요양보호 서비스로 넘어간야 한다"고 말했다. 대신 "보호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며 "여러가지 의견을 들어보고 수정 보완 가능하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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