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안동시 왕버들 군락지. 이제는 푸른색 나무들이 모두 밀려 허허벌판이 됐다.
하천을 끼고 자라났던 왕버들숲은 벌목을 하고 남은 잔가지와 쓰러져 있는 잡초들만 남았다.
홍수 예방을 이유로 수십만㎡에 걸친 왕버들 군락지를 안동시가 제거해 '생태 파괴' 논란이 일고 있다.
안동시(시장 권기창)에 7일 확인한 결과, 안동시는 지난 2월 3일부터 남산면 신석리 1160-5~송천동 1319-1구간에 '반변천 유수지장목 제거사업'을 하고 있다. 사업 면적은 28만㎡(8만4,700평)이다. 안동시는 해당 지역 주민들이 준설공사(하천 바닥에 쌓인 모래 등을 파내는 공사)도 요구했으나, 비용 문제로 지장목만 제거했다고 밝혔다.
안동시 수자원정책과 관계자는 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우기나 홍수 때 하천수 수량이 많아지는데, 이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큰물이 지고 나면 퇴적토가 쌓이거나 상류 쓰레기가 적치돼 유수와 환경에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 일부는 준설공사를 요구했으나 예산과 흙 운반 등의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상태"라면서 "비단 안동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에서 국가하천·지방하천 등의 유수지장목 제거사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경단체는 반발했다. 나무 50~60그루 때문에 홍수 피해가 발생한다는 근거가 없으며, 행정기관의 공사로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이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7일 오전 안동시 송천동 선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동시는 홍수 예방이라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수십년 왕버들 군락지를 밀어 버렸다"면서 "자연적으로 조성된 생태 습지를 무도하게 밀어버린 안동시장은 시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환경단체는 "선어대 습지는 상수원 취수 지역으로 보를 막아 놔 물흐름이 완만한 것이 당연하다"면서 "습지 나무들이 홍수 피해를 입혔다는 근거는 없고, 하천 하류는 홍수 피해를 입을 수도 없는 지역"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지는 못할망정 자연 조성 생태 습지를 무도하게 밀어버린 안동시는 무엇을 하려고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이냐"며 "우리에게 많은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산천을 국비를 들여 무참한 짓을 벌인 안동시의 행정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동 안동환경운동연합 대표는 "안동시는 환경을 제대로 보호하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고 토목 사업에만 관심이 잇는 것 같다"면서 "공사로 왕버둘숲이 없어져 야생동식물들의 은신처가 사라졌고, 시민들도 삭막한 풍경을 보고 허탈함을 느낄 것이다. 안동시는 복원 계획을 당장 내놔야 한다"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