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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청, 금호강 나무 579그루 벌목...주민·환경단체 "생태계 파괴, 삽질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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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하천 지류에서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1.8km 구간 나무 579개 벌목·하천 준설공사
주민들 "아이들 뛰노는 공간 공사로 황폐화"
환경단체 "공사 중단하고 보존 방안 논의해야"
구청 "환경 파괴 최소화 방안 검토, 의견 수렴"

대구 동구청이 금호강 지류 인근 동화천 숲에 대규모 벌목을 진행해 논란이다.

동구 지묘동 서원연경공원 인근 동화천은 27일 오전 산책로를 따라 벌목된 나무들이 한켠에 쌓여 있었다.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인근 공사 현장에 잘린 나무들이 쓰러져 물 속으로 들어가 있다.(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인근 공사 현장에 잘린 나무들이 쓰러져 물 속으로 들어가 있다.(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공사 현장 뒤편에 흐르는 하천 근처에 있는 나무들도 모두 잘렸다. 나뭇가지들은 물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었고, 곳곳에는 잘린 나무의 밑동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왕버들은 모두 쓰러져 있거나 줄기가 베여 바닥에 널브려져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다. 하천 인근을 따라 만들어진 공원에는 "공사 시행 안내" 안내판과 현수막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었다.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현장에 있는 나무가 잘려 밑둥만 남은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현장에 있는 나무가 잘려 밑둥만 남은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 있는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 있는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주민들도 "동물들이 뛰놀며 아름답던 삼림이 공사로 황폐화가 됐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지묘동 주민 나민선(42)씨는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주민들이 산책하는 곳인 동화천의 나무가 무분별하게 잘려나간 것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파 밤잠을 설쳤다"며 "더 이상 무차별한 벌목이 진행되지 않도록 주민들이 합심해 공사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서효정(43.동구 지묘동)씨도 "동화천 자연환경이 좋아서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굳이 이를 훼손해 환경을 파괴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고라니 같은 동물들도 수시로 보이고, 아이들도 좋아하는 곳이 사라지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시행 안내 현수막'(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시행 안내 현수막'(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구청(청장 윤석준)에 27일 확인한 결과, 지난 9월 19일부터 동구 지묘동 왕산교~대원사 1.8km 구간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사 기간은 오는 12월 17일까지다. 정부로부터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받아 전액 국비로 진행된다. 비용은 5억2,000만원이다. 

집중 호우로 하천 상류 산책로와 체육시설 등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준설공사다. 동구청 측은 하천 하류 수목들을 제거해 유속을 원활하게 만들어 상류의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나무 579그루를 제거하고, 하천 인근 경사로를 정비한다. 동구청은 이를 위해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했고, 지난 8월 업체를 입찰해 공사를 발주했다.

'동화천 생태 파괴하는 동구청 규탄 기자회견'(2024.9.27.대구 동구 지묘동 서원연경공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화천 생태 파괴하는 동구청 규탄 기자회견'(2024.9.27.대구 동구 지묘동 서원연경공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화천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생태계 파괴"라며 "공사를 당장 멈춰라"고 요구했다.

동구 지묘동·북구 연경동 주민들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는 27일 오전 서원연경공원(동구 동화천로70길 40) 공사현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구청은 자연성이 보존된 금호강 지류에 벌목을 단행하며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삽질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동화천은 정비 공사가 아닌 보전돼야 하는 구간"이라며 "이런 곳에 포크레인이 들어와 강바닥을 헤집고 수목을 제거해버리면 생태적 온전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벌목이 이뤄진 공간은 하천 폭도 좁지 않아서 수목이 있더라도 강물을 정체시켜 상류에 피해를 입게 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동구청은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긴밀히 논의해 동화천의 생태적 온전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박호석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대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박호석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대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호석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대표는 "동구청은 나무 때문에 유속이 느려져 이를 베어낸다고 하는데, 왕산교 교각 높이가 낮은 걸 보면 유량도 많지 않은 것 같다"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공사를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원시 자연 숲이 살아있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인 동화천의 나무들을 다 베는 어처구니 없는 행정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석연찮은 이유로 오래된 나무를 벌목한다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규탄했다.

동구청 측은 환경 파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윤태영 동구청 건설과장은 "침수 등 재난에 대비해 준설공사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하천 인근에 나무들이 있으면 유속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사전에 정비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 중으로 현장을 점검한 뒤 환경 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볼 것"이라며 "주민들과 환경단체 의견도 수렴해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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