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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청, 금호강 '대규모 벌목' 이어 '물길'도 바꿔...환경단체 "생태 파괴, 원상 복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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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달간 하천 지류에서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상·하류 침수 예방 위해 물길 바꾸는 준설공사
환경단체 "생태적 무지, 물길 자연스럽게 둬야"
동구청 "원상 복구 어려워, 기존 구간에 물 댈 방안 마련"

대구 동구청이 대규모 벌목을 진행해 주민들의 반발을 샀던 금호강 지류 동화천에 하천 흐름을 바꾸는 준설공사까지 강행해 논란이다.

지역 환경단체는 이에 대해 "생태계 파괴"라며 "공사 전으로 되돌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현장 중심부를 따라 새 하천 물길이 나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동구 지묘동 '동화천 하천정비사업' 공사 현장 중심부를 따라 새 하천 물길이 나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구 지묘동 서원연경공원 인근 동화천은 8일 오전 숲이 모두 뒤엎어져 황무지가 돼 있었다.

동화천 옆 화담산을 따라 나 있는 강물은 공사로 쌓아둔 둔덕으로 인해 막혔다. 대신 산 쪽으로 흘러갔던 강물은 공사 현장 가운데에 인위적으로 만든 길을 따라 흐르고 있었다.

동화천 옆 화담산을 따라 흐르던 강물은 공사로 인해 막혔다. 막힌 강물이 썩어 검은색을 띠고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화천 옆 화담산을 따라 흐르던 강물은 공사로 인해 막혔다. 막힌 강물이 썩어 검은색을 띠고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물길이 막힌 동화천 다른 구간에는 녹조가 가득 피어 있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물길이 막힌 동화천 다른 구간에는 녹조가 가득 피어 있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그 탓에 공사 현장 가장자리를 따라 흘렀던 물이 고여 검은색으로 썩어 있거나, 녹조류가 가득 낀 모습이었다.

이를 본 박호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는 함께 현장에 나온 동구청 공무원들을 향해 "흐르던 강을 다 막아 버리니 물이 썩어 여기서 살던 물고기들이 다 죽어 버렸다"면서 "구청이 생태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구청(청장 윤석준)에 8일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동구 지묘동 왕산교~대원사 1.8km 구간에 '동화천 하천정비사업'을 진행했다. 정부로부터 재난안전특별교부세를 받아 전액 국비로 진행됐다. 비용은 5억여원이다.

지난해 9월 준설공사를 시작하기 전 동화천의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난해 9월 준설공사를 시작하기 전 동화천의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동화천 하천정비사업'으로 벌목된 나무들이 쌓여 있는 모습(2024.9.27)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집중 호우로 하천 상·하류 산책로와 체육시설 등의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준설공사 (하천 바닥에 쌓인 모래나 암석 등을 파내는 공사)다. 동구청 측은 하천 폭이 좁은 구간의 물 흐름을 공사로 바꿔 유속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9월 동구청은 대규모 벌목을 진행해 논란이 됐다. 당시 공사 구간에 있는 나무 579그루를 벌목하려 했으나, 주민들과 환경단체 반발로 "이미 벌목한 것을 제외하고 더 이상 벌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때문에 당초 계획보다 400여그루 적은 144그루를 벌목했다. 공사 구간도 1.8km에서 1km로 조정했다. 

박호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왼쪽에서 첫번째)와 정수근 사무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대구 동구청 건설과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호석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왼쪽에서 첫번째)와 정수근 사무처장(왼쪽에서 두번째)이 대구 동구청 건설과 직원들의 설명을 듣고 있다.(2025.1.8)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환경단체는 동구청이 대규모 벌목에 이어 하천 흐름까지 인위적으로 바꾸자 "생태적으로 무지한 행위"라며 "원상 복구"를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길을 그대로 두면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데, 물길을 인위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생태에 대해 무지한 행위"라며 "구청에서 주장하는 수해 우려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제방을 건설해 물길을 다스리려 하니 생기는 부작용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동구청은 이미 공사가 끝나 이전 상태로 복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사 구간을 따라 낸 하천 물길 일부를 원래 흐르던 쪽에도 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동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하천 상·하류에 침수 피해가 발생하다 보니 하천 폭이 좁아지는 구간의 물 흐름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물길 자체는 공사한 곳으로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태를 보전하자는 환경단체 주장도 이해는 간다"면서 "공사로 인해 막혀 있는 기존 하천 구간에도 새로 공사를 진행해 물을 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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