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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죽곡산 '유물' 쏟아졌는데...국가유산청 '공사 승인'에 달성군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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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읍 죽곡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488m 2차선 도로 개설, 사업비 50억
지난해 조사 결과 유구·유물 23개 발굴
국가유산청 "유물 더 나올 가능성 적다"
달성군 "도로 없어 불편...민원 많아"
시민단체 "중단, 유적공원 지정→토론하자"

유물 수십점이 쏟아진 죽곡산에서 국가유산청이 공사를 승인하고 달성군이 공사를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다.

대구 달성군은 1년 전 조사를 마친 뒤 모든 유적 발굴을 끝내 "공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지역 시민단체는 "유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사를 중단하고, 선사유적공원으로 지정해 죽곡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839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선사업' 공사 현장에 벌목과 잡초를 제거한 채 부지가 정리돼 있는 모습(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성군 다사읍 죽곡리 839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선사업' 공사 현장에 벌목과 잡초를 제거한 채 부지가 정리돼 있는 모습(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죽곡산 공사 현장 비탈면이 찢어진 천으로 덮여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죽곡산 공사 현장 비탈면이 찢어진 천으로 덮여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나무와 풀이 사라지고, 계단 형식으로 흙이 정리됐다. 16일 대구시 달성구 다사읍 죽곡리 839 죽곡산의 모습이다.  

달성군(군수 최재훈)이 추진하는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설사업' 때문이다. 공사 현장 초입에 있는 간판과 현수막에는 "공사 중, 출입금지", "2025년 4월 21일부로 공사를 재개합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공사 현장에서 조금 더 올라가니 바위를 가려 놓은 파란색 천이 나타났다. 천을 들어 붓으로 표면을 닦으니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가 나왔다. 김종원 전 계명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는 "선사시대 유적인 성혈(性穴, 홈구멍)"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교수는 "선사인들이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는 기도의 목적으로 새긴 문양"이라면서 "하지만 이를 포함한 선사 유적들을 무시하고 막무가내로 도로를 놓으려는 달성군을 이해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구멍이 뚫린 암석에 대해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종원 전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가 구멍이 뚫린 암석에 대해 "선사시대 유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달성군은 지난 2023년 11월부터 다사읍 죽곡2리 강정마을~죽곡2지구 연결도로 개설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산 50억5,000만원을 들여 면적 1만5,700㎡(길이 488m, 폭 12m)의 2차선 도로를 만드는 것이 사업 내용이다. 공정률은 현재 5%다.  

'매장 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문화재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유적, 유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달성군은 국가유산청에 발굴 허가를 받아 지난해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한 달간 사업면적 1만3,236㎡에 대해 시굴 조사를 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16일부터 8월 19일까지 사업면적 5,255㎡에 대해 정밀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암각석 2기 등 유구(건축물, 무덤 등 예전 자취를 알 수 있는 잔존물) 11기가 확인됐다. 유물은 시루 1점, 청자발 1점 등 모두 12점이 수습됐다. 발견된 유물들은 현재 조사기관이 수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상태다. 달성군은 발굴조사 결과를 국가유산청에 보고했다.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 공사 현장 초입에 "공사중, 출입금지" 안내판과 "공사 재개"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달성군 죽곡산 도로 공사 현장 초입에 "공사중, 출입금지" 안내판과 "공사 재개" 현수막이 설치돼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9월 30일 달성군에 "발굴한 유물들에 대해 기록 보존을 하고, 공사 중에 유물이 발견되면 즉시 신고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고 사업을 승인했다. 달성군은 오는 21일 공사 중지 해제 조치를 한 뒤,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업 완료일은 오는 2026년 2월이다.

국가유산청 발굴조사과 관계자는 "지표조사와 발굴조사, 전문가 자문 결과 보존 가치가 높은 유적은 아니라고 판단했고, 공사 구간에 대해 조사를 모두 진행한 결과 일단 유물이 더 나올 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 발굴 완료와 기록 보존 조치를 내렸다"면서 "발굴이 완료되면 사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사업부지 내 성혈이 확인되는 바위에 대해서는 적절한 장소에 이전해 보관하고, 공사 중 국가유산으로 의심되는 유물이 발견되면 즉시 공사를 중지하고 신고하라는 절차를 안내했다"고 했다.

◆ 지역 시민단체는 "유물이 더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데도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죽곡산이 지닌 가치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달성군 죽곡산 도로공사 강행 중단 촉구 기자회견'(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환경운동연합, 낙동강네트워크,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등 6개 단체로 구성된 '두물머리 죽곡산 선사유적공원 추진위원회'는 16일 오전 공사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사시대 유적이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도, 도로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며 "달성군은 공사를 중단하고 선사유적공원을 조성하라. 공개 토론회도 하자"고 촉구했다.

추진위는 "문화재 시굴·발굴 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출토 유물에 대한 평가는 한 건지 등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든다"면서 "이곳은 도로를 건설해야 할 곳이 아니라 일대를 선사유적공원으로 보전해 후대에 물려줄 귀중한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여전히 우리 지역사회는 토건 사업의 지배 아래 있다"며 "작은 도로를 놓는 사업의 경우 시민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져 있는데, 토건족의 생존을 위해 필요도 없고 예산만 낭비하는 사업을 기초단체에서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이 달성군을 규탄하고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이 달성군을 규탄하고 있다.(2025.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달성군은 추가 유물 조사는 없다고 못 박았다. 시민단체가 요구한 토론회도 "의무가 아니"라며 거부했다.

달성군 건설과 관계자는 "인근 아파트를 지을 때는 문화재가 많이 나왔지만, 이곳은 돌산이기 때문에 유물이 많이 출토되지 않은 것"이라며 "추가적인 유물 조사는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발굴된 유물들은 현재 조사기관 수장고에 있으며, 환경단체에서 성혈이라고 주장하는 암각석 2기의 경우 계명대학교 박물관에 이전하도록 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1일을 기준으로 공사 중지를 해제할 예정이며, 실제로 착공하는 시점은 그로부터 이틀 또는 사흘 뒤가 될 것 같다"면서 "강정마을 주민 등 도로 개설에 찬성하시는 분들도 있고, 도로가 없어 불편하다는 민원도 계속 들어온다. 환경단체와 의견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관련 토론회를 개최해봤자 싸움으로 번질 것인데, 의무 사항도 아닐뿐더러 지자체가 모든 입장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열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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