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여성학은 계명대의 자랑이자, 미래를 확장하는 지식이다"
–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 개설을 강력히 촉구한다 –
우리는 여성학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수호하고, 한국 사회의 젠더 정의와 지속 가능한 평등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힘써온 학계 연구자, 교육자, 실천가들이다.
2024년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폐지 결정 이후, 일반대학원 여성학과로의 승계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는 1990년 설립 이래, 수도권 외 지역에서 유일하게 여성학 석사과정을 운영해온 학문적 거점이자 실천의 공간이다. 지난 35년 동안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는 대구·경북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국 여성학의 지역적 지평을 넓히고, 여성주의 지식 생산과 확산, 젠더 기반 교육과 연구를 꾸준히 선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여성학과는 총 280명의 석사과정 입학생을 맞이했고, 그중 160명이 졸업했다. 박사과정에는 60명이 입학하였으며, 지금까지 7명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 학과에서 배출된 여성학 석·박사 인력은 총 160여 명에 이르며, 이들은 지역의 성평등 정책 개발과 여성 정치 참여 확대, 젠더교육 실천, 시민사회운동 등 다양한 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는 단순한 학문 기관을 넘어,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실천적 지식 공동체로 기능해왔다.
오늘날 젠더 불평등, 돌봄 위기, 기후 재난, 노동시장의 성차별 등 복합적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과제 앞에서 여성학은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중요한 이론적 자원이자 실천의 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학의 학문적 독자성과 사회적 기여를 외면한 채, 단지 ‘소수 학과’, ‘비효율적 구조’라는 행정적 논리로 존폐를 논의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이며, 학문적 다양성과 대학의 공공적 책무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처사이다.
여성학은 단지 하나의 전공이 아니다. 여성과 소수자의 삶을 구조화된 지식 체계로 끌어올리고,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해온 학문이다.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는 이러한 역할을 지역에서 오랜 시간 성실하게 수행해온 소중한 지식 공동체다. 만약 이 학과가 사라진다면, 이는 단지 하나의 학과 폐지를 넘어 한국 여성학의 지역성과 다양성, 나아가 지역사회와 대학 간의 신뢰 자체를 심각하게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계명대학교는 여성학과의 역사적 가치와 학문적 독립성을 존중하라.
하나. 여성학 석사과정을 일반대학원에 개설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마련하라.
하나. 여성학과 존폐에 대한 논의는 대학 구성원, 지역사회, 학계와의
충분한 소통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투명하게 진행하라.
하나. 여성학의 사회적 필요성과 학문적 정당성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학문 다양성과 젠더 정의 실현이라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라.
우리는 계명대학교 여성학과 석사과정의 개설을 강력히 지지하며, 이를 위해
전국의 여성학 연구자, 학회, 관련 기관들과 굳건히 연대해 나갈 것이다.
여성학은 결코 ‘정리’되어야 할 학문이 아니다.
여성학은 지금 이 시대를 가장 깊이 있게 읽고,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길을 비추는 지식이다.
우리는 계명대학교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책임에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응답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5년 5월 16일
권명아 (동아대학교 젠더·어펙트 연구소 소장),김서윤 (경상국립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김은희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센터장), 김인선 (부산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김주희 (덕성여자대학교 차미리사교양대학 교수),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황미요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강사, 페미니스트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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