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보기

'여성·성평등'을 지우는 제21대 대선 공약 따져보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은주 칼럼]

21대 대선 투표가 시작되었다.

지난 20일부터 25만 8254명의 재외국민들이 투표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각 후보의 전체공약을 담은 공약집은 아직 나오지 않아 재외국민들은 각 후보의 전체 공약을 확인도 못하고 투표하게 되었다. 각 후보의 공약은 선거관리위원회의 홈페이지와 공보물 외에도 마치 드라마 촬영 현장의 쪽대본처럼 유세 때마다 발표되어 모든 내용을 알기 어렵다. 대선 이후 인수위 없이 들어서는 정부는 지금 발표되는 공약을 기본으로 정책을 펼침으로 공약은 각 후보들이 보여주는 대선 이후 대한민국의 청사진이다. 지난 탄핵 광장에서 시민들이 외쳤던 것은 내란종식, 민주주의 복원, 경제활성화 외에도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한 세상, 성평등민주주의의 실현 등이었다. 

그 중에서도 여성·성평등 분야의 공약은 지난 20대 대선 보다 훨씬 후퇴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탄핵 광장의 주역으로 2030여성들을 칭송하더니 '선거의 시간'이 되자 2030여성을 비롯한 여성과 성평등 의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거나 아예 지워버리고 있다. 2030여성들이 탄핵광장의 주역으로 나선 것은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에서 비롯된 성평등 후퇴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이 글에서는 2030여성들이 말하는 21대 대선의제와 각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끝이 안보이는 대구시민들의 행렬...제9차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응원봉과 피켓, 촛불 등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2024.12.13.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끝이 안보이는 대구시민들의 행렬...제9차 '윤석열 퇴진 대구시민시국대회'에서 응원봉과 피켓, 촛불 등을 들고 "윤석열 탄핵"을 외치고 있다.(2024.12.13.대구 동성로 CGV한일극장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2030 여성들이 바라는 정책의제

<여성신문>은 4월 7일부터 8일까지 여론조사기관 ㈜티브릿지코퍼레이션에 의뢰하여 웹상으로 전국 만 18세~39세 여성 1000명을 대상으로 정치성향과 의제 등을 조사했다. 2030여성들은 정부가 우선적으로 다뤄야 하는 여성정책(복수응답)으로 '디지털 성범죄 방지'(54.3%), '임금평등과 고용기회'(53.8%), '성희롱 및 성폭력 방지'(50.6%), '일·가정 균형 및 가족 친화적 정책'(41.7%)을 꼽았다.

기존의 여성정책은 '출산·육아 지원'과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중심으로 펼쳐져 왔는데 두 명 중 한 명은 결혼할 의사가 없는 2030여성들에게 결혼·출산·육아를 기본값으로 하고 있는 정책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에도 딥페이크 성폭력 문제가 이슈가 되었듯이 디지털 성폭력 문제와 교제폭력, 스토킹 범죄는 여성혐오 현상과 함께 여성의 일상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찬성 정도를 질문한 결과는 '안전한 임신 중지를 위한 의료체계 구축'(8.0점)에 대한 찬성도가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비동의 강간죄 도입'(7.8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6.8점), '생활동반자법 제정'(5.1점) 순으로 조사 되었다. 

2019년 '낙태죄'가 폐지되고 2021년 1월까지 되어야 하는 대체입법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폭행 또는 협박으로 상대방의 항거를 현저하게 불가능하게 했을 때만 죄가 성립되는 형법297조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여부'로 개정하자는 '비동의 강간죄 도입'은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했음에도 법적 처벌이 되지 않는 성폭력범죄를 처벌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범죄로 이어지는 차별과 혐오에 국가가 대응하고 사회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수십 년째 미루어지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각 후보의 여성·성평등정책 비교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과 정문 근처에 걸린 6.3 대선 각 정당 후보자들의 현수막. 기호 1번 민주당 이재명, 기호 2번 국민의힘 김문수,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2025.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북구 경북대 북문과 정문 근처에 걸린 6.3 대선 각 정당 후보자들의 현수막. 기호 1번 민주당 이재명, 기호 2번 국민의힘 김문수, 기호 4번 개혁신당 이준석, 기호 5번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2025.5.19)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제21대 대선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자 4명의 여성, 성평등 공약 비교 / 자료.남은주 칼럼니스트
제21대 대선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권영국 후보자 4명의 여성, 성평등 공약 비교 / 자료.남은주 칼럼니스트

그렇다면 21대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의 여성·성평등 정책은 2030여성들의 바램이 부합할까?

각 후보들이 발표한 공약내용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여 표로 작성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인식과 여성가족부 및 성평등추진기구에 대한 입장이다. 성차별을 인지해야 젠더인식을 바탕으로 성평등정책을 세울 수 있고 이를 실행할 독립적 부처 및 행정집행구조가 갖춰져야 각 부처가 성평등을 실현하도록 할 수 있다. 구조적 성차별이 있음을 인정한 후보는 이재명과 권영국 후보이나 여성가족부 강화와 성평등추진체계를 공약한 후보는 권영국 후보가 유일하다. 

이준석 후보는 현재까지 발표한 성평등 공약은 없을 뿐 아니라 1호 공약으로 정부 부처 통폐합을 내세우면서 여성가족부를 없애고 복지부와 행정안전부로 업무를 이관하겠다고 했다. 여성가족부 장관을 임명하지 않아 식물부터로 만든 윤석열 정부와 궤를 같이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나마 관련 있는 공약은 '다자녀 핑크 번호판' 정도이다. 

김문수 후보는 기존 보호 중심 여성정책에서 '기회·성장' 중심으로 전환을 강조하면서 "여성의 자율성과 진취성을 존중하겠다"는 비전을 표명했지만 여가부에 대한 입장은 유보적이고 '아빠의 운동화'가 없어도 걱정 없는 일상을 만들겠다며 가부장성에 기반한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에 비해 매우 빈약한 공약을 제시하며 성평등·재생산권·여가부 강화 등 핵심 의제에 대해서는 제시하지 않거나 검토 중이라고 한다. 현재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임을 감안할 때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성평등은 실종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 캠프에 여성·성평등 공약 담당자가 없다는 언론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여성·성평등 공약에 있어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이다. 페미니스트 후보를 자처하면서 여가부를 성평등부로 확대하여 부총리급으로 격상하고 재생산권의 보장은 물론 비동의강간죄 도입과 차별금지법 제정을 약속하고 있다. 

계엄을 온몸으로 막아내고 한겨울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은 단순히 기존 질서 회복을 원한 것이 아니다. 불평등과 차별, 혐오와 배제가 만연한 사회를 바꾸어 정의와 평등, 호혜와 환대, 젠더정의를 실현하는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광장을 지켰다. 21대 대선에서는 계엄과 탄핵, 내란죄의 책임을 따져 물어야 한다. 또한 탄핵 너머의 새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 21대 대선이다. 의제를 협소화하고 "나중에"를 외치는 것은 무너지는 민주주의를 지켰던 탄핵광장에 대한 배신이다. 이미 시민들은 박근혜 탄핵 광장 이후 들어선 정부의 무능을 심판한 바 있다. '빛의 혁명'이라 칭송하면서 그 주역들의 함성과 바람을 무시하는 후보는 누구인가? 광장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으며 선거는 광장의 연장이다. 그럼으로 주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시민의 삶과 요구에 기반한 공약을 제시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남은주 칼럼 64] 남은주 /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가치를 생각하는 대안언론, 평화뉴스 후원인이 되어 주세요. <후원 안내>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