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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여성학과 '35년의 역사' 지켜주세요"...전국 2천여명 '공대위' 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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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은 지켜야 할 학문이다", "사회학과 학과장은 여성학 전공자들이 대한 인권침해 멈춰라"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폐과 위기 규탄 기자회견(2025.5.8.계명대학교 대구 성서캠퍼스 본관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성학은 지켜야 할 학문이다", "사회학과 학과장은 여성학 전공자들이 대한 인권침해 멈춰라" 계명대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폐과 위기 규탄 기자회견(2025.5.8.계명대학교 대구 성서캠퍼스 본관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역 사립대 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산하 여성학과(석사과정)가 35년 만에 폐과 위기에 놓이자, 여성학자 등 전국 시민 2,000여명이 공동대책위원회에 이름을 올리고 "여성학과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대학 측은 "여성학과가 속한 정책대학원의 매년 석·박사 등록 학생 수가 줄어드는 것"을 폐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폐과가 확정된 것은 아니"라며 "여전히 협의 여지는 열려 있다"고 해명했다.

계명대 본부와 여성학과 공대위 양측의 말을 8일 종합한 결과, 계명대는 여성학과가 속한 '정책대학원 신입생 모집'을 올해부터 중단하고 폐과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달 4일 공문을 보내 이 사실을 확정했다. 

서울 이외 지역의 유일한 35년 여성학과...폐과 수순, 왜?

지난 1990년 정책대학원 산하에 석사과정으로 여성학과를 개설한 이후 2007년 사회학과에 여성학 전공 박사과정까지 도입하며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유일하게 여성학과를 단 대학원으로 자리매김하며 모두 160여명이 여성학 석·박사를 배출했다. 하지만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과가 문을 닫게 됐다.

당초 '일반대학원' 산하에 여성학과 석사과정 신설을 논의했다. 그러나 일반대학원 산하인 사회학과에서 "유사·중복"을 이유로 일반대학원 내에 여성학과 석사과정 신설을 거부해 여성학과 존치가 어려워졌다.

여성학과 명맥을 잇기 위해 안숙영(60) 여성학과 교수와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이 계속 신설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음에도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학과 박사 과정 대학원생들의 '학위청구 논문 심사'를 기존 여성학과가 아닌 사회학박사 심사위원으로 갑작스럽게 바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갈등이 계속 이어졌음에도 대학 본부 측은 방관하며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문제가 확산하자 여성학과를 졸업한 동문들을 비롯해 전국 여성계에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특별한 이유 없이 대학이 여성학과를 폐과시키는 것은 "명분 없는 행위"로 "성평등 교육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지금, 여기, 여성학과가 필요하다, 계명대학교에 여성학과 존치하라"(2025.5.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지금, 여기, 여성학과가 필요하다, 계명대학교에 여성학과 존치하라"(2025.5.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5년 역사의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를 지키자" 계명대 여성학과 대학원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2025.5.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35년 역사의 계명대학교 여성학과를 지키자" 계명대 여성학과 대학원생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2025.5.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여성학 산실, 구조 개편 반대"...2,000여명 공대위 결성 

'계명대 여성학과지키기 공동대책위원회 준비위 공동대표단(금박은주, 배현주, 임은경, 송경인, 김태영, 유경화, 공대위)은 8일 계명대 대구 성서캠퍼스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5년간 여성학 연구, 성평등 교육, 젠더 정책을 개발하며 지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여성학과를 폐지해선 안된다"고 촉구했다.

공대위 명단에는 전국에서 2,000여명의 시민들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으로 여성학자 정희진씨를 비롯해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김은희 에코페미니즘연구센터 달과나무 소장,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김순남 성공회대 젠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전혜은 성공회대 젠더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여성학회 대외협력담당 김주희 덕성여대 차마리사 교양대학 교수 등이다.  

단체들도 뜻을 함께했다.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회, 대구풀뿌리여성연대, 대구여성주의그룹 나쁜페미니스트, 대구여성인권센터를 비롯해 전국의 68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학생모임 등이 공대위에 동참했다. 공대위는 온라인을 통해 여성학과 지키기에 공감하는 이들의 연명을 계속해서 받고 있다.

이들은 ▲일반대학원 산하 여성학과 석사과정 신설·독립성 보장 ▲여성학과 교수·학생들과 협의 없는 구조 개편 반대 ▲사회학과 학과장 A교수의 여성학 전공 학생들에 대한 인권침해 중단 등을 요구했다. 

임은경(52.계명대 여성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공동대표는 "대구경북에서 젠더평등과 사회정의를 고민하며 실천한 여성학자와 활동가들이 여성학과에서 배출됐다"며 "지역사회와 한국 여성학계 큰 자산"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사회학과에 통합하려는 시도를 강행한다"면서 "여성학이 독자적 학문으로서 지닌 철학과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여성학 전공 학생들 학습권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계명대는 여성학의 학문적 독립성을 인정하고 여성학과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명대 대구 성서캠퍼스 본관 행소관(2025.5.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학 측 "신입생 수요 부족, 다른 과도 모집 중지...협의 여지 열려 있어"

계명대 본부 측은 '신입생 수요 부족'을 폐과 이유로 들었다. 

본부 관계자는 "정책대학원 여성학과에 지원, 합격, 등록한 학생이 2010년~2024년까지 매학기 줄어들고 있다"며 "2024년 후기 학기에는 4명이 지원해 3명이 합격했고 2명만 등록했다. 2020년 후기에는 지원자가 0명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뿐만 아니라 스포츠 산업대학원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신입생) 모집이 안되는 학과들은 이번에 다 모집을 중지시켰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생 2명씩 앉혀놓고 수업을 하기 힘들다"며 "현재 여성학과 대학원생은 8명인데, 사회학과로 편입해 졸업할 때는 '여성학 석사' 명의로 나가는 걸로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화여자대학교(서울)를 제외하면 전국에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우리 대학에만 여성학과 석사과정이 있고, 대학 부설 여성학연구소도 있어서 그런 점은 매우 인정하고 있다"며 "완전히 폐과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협의 여지는 열려 있다. 해당 과들끼리 만나 대화를 이어 갈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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