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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도심에 '납 폐기물 공장' 들어서나...시민들 "건강권 침해, 허가취소"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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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적서면 4천평 납 재활용 공장
공정률 70%, 하루 평균 32t 납 추출
건축 허가 해준 영주시가 문제 자초
3년간 '공장신설거부' 소송 벌였으나
패소→9일까지 설립 승인 여부 통보
반경 3km 초.중.고, 아파트 주거지
시민 수천명 대규모 집회 "절대 안돼"
시 "승인하지 않을 방법 찾고 있어..."

'납공장 반대 영주시민 총궐기대회'(2025.7.3.영주역 광장)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납공장 반대 영주시민 총궐기대회'(2025.7.3.영주역 광장)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경북 영주 납 폐기물 공장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학교와 아파트 등 주거 밀집지역 도심에서 불과 3km 떨어진 곳에 1급 발암물질 납 폐기물 공장 건립이 추진되자, 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1,000여명에서 2,000여명, 3,000여명으로 시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인구 9만 8,000여명이 사는 소도시에서 이례적이다. 시민들은 "건강권과 재산권 침해"라며 영주시에 "공장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갈 길이 멀다. 공장신설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놓고 1심 재판부는 영주시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이를 뒤집고 업체 측 손을 들어줬다. 이어 대법원이 항소심을 확정하면서 최종 업체 측이 승소했다. 그 결과 영주시는 오는 9일까지 공장에 대해 설립 승인 허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시민 의사도 묻지 않고 영주시가 덜컥 공장 건설을 승인하며 벌어진 사태, 시민들이 뒤늦게 알고 싸움에 끼어들었지만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거부한다. 납공장 퇴출하라" 한 시민이 피켓을 든 모습(2025.7.1)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우리는 거부한다. 납공장 퇴출하라" 한 시민이 피켓을 든 모습(2025.7.1)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영주시(시장 권한대행 유정근)는 4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납 폐기물 공장 사업자인(주)바이원에 오는 9일까지 최종 공장 설립 승인 허가 여부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바이원은 납폐기물 제련공장이다. 지난 2021년부터 영주시 적서면 적서공단에 1만4,703㎡(4,447.6평) 규모의 납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다. 현재 기준 공정률 70%다. 완공되면 고철과 비철금속, 폐금속, 폐배터리 등에서 하루 평균 32.4톤(t), 최대 40.8톤의 납을 추출한다.

시민들은 공장 완공을 앞두고 설립 승인에 반대하고 있다. 설립을 승인하게 되면 공장은 정상적으로 가동해 납 추출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히게 된다. 반대로 불허할 경우 법적 송사에 휘말릴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영주시는 공장 승인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이 사태는 모두 영주시가 자초한 일이다. 영주시는 지난 2021년 10월 업체 측의 '재활용폐기물 처리 사업 신청'에 대해 "사업 적정"을 통보했다. 그해 12월 8일 업체체는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절차 위반" 문제가 뒤늦게 지적됐다. 허가 전 공장 신설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받지 않은 채 착공한 것이다.

영주시는 다음 해인 2022년 6월 사측의 공장신설 승인 신청을 불승인했다. 그러자 업체는 그해 11월 영주시를 상대로 '공장신설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영주시 처분은 정당하다"는 이유로 영주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어진 2심과 3심에서는 "공장 측이 이미 허가를 득한 건축허가 단계에서 각종 심사가 진행돼 공장 설립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며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 결과 공장 설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다.  

"엄마, 아빠.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납 공장 허가 반대 피켓팅(2025.7.1)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엄마, 아빠. 나 이제 어떻게 되는 거에요?"...납 공장 허가 반대 피켓팅(2025.7.1) /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이 문제를 뒤늦게 안 영주시민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5월 '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대책위는 해당 납 폐기물 공장이 있는 반경 3km 이내에 영주시청, 영주역, 영주 문수초등학교와 대영중.고등학교, 남산 현대아파트 등 주거단지가 모여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공장 건설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 재산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놓고도 대책위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 측은 이 공장이 완공될 경우 나올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16.07t이라고 영주시에 보고했다. 하지만 대책위는 원료와 연료에 계수를 적용하는 미국환경청(EPA) AP-42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계수를 적용하면 "16.07t보다 200배 많은 연 3,500t에 달한다"면서 "업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대책위는 지난 6월 23일과 28일, 7월 3일 3차례에 걸쳐 영주역에서 공장 설립 반대 집회를 벌였다. 주최 측 추산 1차 집회 1,500명, 2차 2,200명, 3차 3,500명이 모여 규모는 확산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다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영주시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영주시가 납 공장 승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민원성 글을 여러 개 게시했다. 시민 김모씨는 "납이 얼마나 인체에 해로운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냐"며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해, 이 땅에 살고 있는 주민을 위해 꼭 설립 승인을 불허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최모씨는 "납 공장 가동으로 영주시민과 낙동강 하류에 사는 모든 주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며 "이 안하무인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한 시민이 궐기대회에서 "납공장 절대 불허"라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5.7.3)/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한 시민이 궐기대회에서 "납공장 절대 불허"라고 적힌 손현수막을 들고 있다. (2025.7.3)/ 사진 제공.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

황선종 대책위 간사는 4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정상적인 납공장의 경우에도 주민들이 반발하는데, 영주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납공장이 아니"라며 "공장 설립 승인을 받고 건축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절차도 지금 반대로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주 시내로부터 바로 연접해 있고 영주시청과 영주역은 2km 이내로 매우 가까이에 있다"며 "도심과 멀리 떨어진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살고 있는 도심 가까이에서 납공장을 가동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영주시는 시민 요구대로 공장 승인을 하지 않을 방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만약 공장 설립을 승인한다해도 오염물질 배출 검사에 신경쓰겠다는 입장이다.

영주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까지 난 상황이기 때문에 판결의 구속력 때문에 원래는 행정청이 승인해줘야 하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새로운 사유가 발견되면 재차 불승인할 이유는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승인 사유에 대해서 검토하는 단계지만, 사실상 명백한 사유를 찾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공장 가동 승인이 나가도 최종 건물 준공과 가동을 개시할 때 허가과에서 오염물질 배출량 등을 검사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시민들이 공장 가동 자체를 하면 안된다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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