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영주시가 도심에서 불과 3km 이내에 지어지고 있는 납 폐기물 제련공장 설립을 최종 불승인했다.
유정근 영주시장 권한대행은 9일 오후 영주시청 대강당에서 긴급 브리핑에서 "납 폐기물 공장 사업자인 ㈜바이원의 공장 설립 승인 허가에 대해 최종 불승인 통보를 내렸다"고 9일 밝혔다.
유 권한대행은 "납 2차 제련공장 설립 승인 신청에 대해 관련 법령과 환경부 지침, 시민들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며 "해당 사업장은 환경부 지침을 위반해 대기오염물질 산정 방식에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납공장 설립과 관련해 많은 시민 여러분께서 걱정과 불안을 표해주셨고, 약 3만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반대 서명에 동참했다"면서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적법한 허가 없이는 어떤 공장도 설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주시의 최우선 가치는 시민의 안전과 건강,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라며 "시는 앞으로도 시민들의 건강권 보호와 안전한 생활환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영주시가 불허한 이유는 "업체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산정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업체 측은 공장이 완공될 경우 나올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16.07t(톤)이라고 영주시에 보고했으나, 주민들은 미국환경청(EPA)의 AP-42 배출계수를 적용하면 "업체 신고량보다 200배 많은 연 3,500t에 달한다"며 "업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축소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영주시는 시민들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 8일 환경부에 '대기오염물질 측정 방식의 적정성'을 질의한 결과를 받았다.
내용을 보면 ▲"대기오염물질 발생량 산정 시 국내 배출 계수가 없는 경우 반드시 EPA(미국 환경보호청) 배출계수를 적용해야 하는지, 혹은 이론적 산정치를 적용하는 게 맞는지" ▲"배출계수 적용 변경으로 통합환경허가 대상이 되는 경우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 등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납 2차 제련 공정의 경우 국내 배출 계수는 없으나, 미국환경청 AP-42에서 해당 공정의 배출계수를 정하고 있다"며 "이와 공정과 원리가 유사하다면 미국환경청 배출계수 적용을 검토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을 냈다.
또 "허가 신청 시 거짓이나 그 밖에 부정한 방법으로 신청한 것이 입증된다면 허가 취소 대상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면서 "다만 거짓 또는 부정한 방법 등의 여부는 행정기본법에 따라 허가 관청의 판단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영주 시민들은 이에 대해 "마땅히 불허했어야 했다"며 "향후 업체가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면 보조참가인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영주 납폐기물 제련공장 반대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영주시가 납 제련 공장 설립 승인 신청에 대해 불허했다"며 "10만 영주 시민과 함께 기뻐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납 제련과 같은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되는 공장은 시민의 환경권·건강권을 위해 마땅히 불허돼야 한다"면서 "이전 행정소송에서 배출계수가 잘못된 점을 미처 살피지 못해 패소했으나, 이번 환경부 회신에서 시민들의 주장인 미국환경청 배출계수 적용이 옳다고 했으므로 우려는 사실로 밝혀졌다"고 밝혔다.
특히 "대책위는 향후 업체가 걸어올 행정소송에서 최선을 다해 임할 것"이라며 "납페기물 제련공장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시민들과 함께 투쟁하겠다"고 강조했다.
황선종 대책위 간사는 9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배출계수와 관련해 시민들의 입장이 옳다고 판단해서 다행"이라며 "업체 측이 행정소송을 할 경우 주민들이 직접 보조참가인으로 나서 영주시를 도와 납 폐기물 공장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열심히 싸우겠다"고 말했다.
바이원은 납폐기물 제련공장으로, 지난 2021년부터 영주시 적서면 적서공단에 1만4,703㎡(4,447.6평) 규모의 납 재활용 공장을 짓고 있다. 완공 시 하루 평균 32.4t, 최대 40.8t의 납을 추출한다. 영주시는 2021년 10월 업체 측의 '재활용폐기물 처리 사업 신청'에 대해 "사업 적정"을 통보했고, 업체는 건축 허가를 받아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건축 허가 전 공장 신설 승인을 받지 않은 채 착공했다"는 이유로 "절차 위반" 문제가 지적됐고, 영주시는 다음 해인 2022년 6월 업체의 공장 신설 승인 신청을 불승인했다.
그러자 업체는 그해 11월 영주시를 상대로 '공장신설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영주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이어진 2심과 3심에서는 "건축허가 단계에서 각종 심사가 진행돼 공장 설립 거부 이유가 없다"며 업체 측의 손을 들어줬다. 주민들은 "공장 반경 3km 이내에 영주시청과 영주역, 학교와 주거단지가 모여 있다"며 "주민 건강권과 재산권이 침해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5월부터 3년 넘게 반대 운동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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