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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광고판에 휠체어 못 들어가"...대구 치맥축제, 장애인 접근성 여전히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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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장차연 5~6일 축제 현장 모니터링
폭 좁은 회전문·수어통역 미제공 등 확인
"행사 전 장애인 당사자와 논의 필요해"
주최 측 "일리 있는 부분은 시정하겠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치킨 판매 부스 오른편 경사로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게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치맥페스티벌 치킨 판매 부스 오른편 경사로에 휠체어가 올라갈 수 없게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치킨을 사고 싶어도 경사로에 설치된 각종 광고판으로 인해 휠체어 한대도 들어가기도 힘든 매대.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장애인 화장실을 표시한 안내판 하나 조차 찾아볼 수 없는 현장.

높이가 너무 높아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키오스크와 쓰레기통. 

13회째 이어지며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찾는 대구지역 대표 축제인 '대구치맥페스티벌'.

올해도 성황리에 마무리됐지만, 장애인들이 축제를 즐기기에는 여전히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딱한 장애인(삐장)'은 지난 7월 5일부터 6일 이틀 동안 대구치맥페스티벌이 열린 달서구 두류공원 행사장에서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삐장' 활동가들은 지난 5일 오후 5시부터 오후 7시까지 축제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지난 6일에는 대구장차연과 삐장 활동가들이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모니터링을 펼쳤다. 

지난해 모니터링 결과에서 지적했던 휠체어나 유모차가 접근할 수 없는 식음존은 간격이 넓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이 즐기기 어렵게 축제가 구성된 것은 마찬가지였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안내도에 장애인 화장실이 표시돼 있지 않은 모습(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치맥페스티벌 안내도에 장애인 화장실이 표시돼 있지 않은 모습(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그 이유로 ▲장애인 화장실 위치가 제외된 안내도 ▲호출벨을 사용하면 출입구 안내만 할 뿐, 활동지원서비스는 제대로 제공되지 않음 ▲높이 차이로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할 수 없는 키오스크와 쓰레기통 ▲치킨 구매 부스 옆에 설치된 광고판으로 접근 제한 ▲무대 시설 내 경사로 미설치 등을 들었다.

또 ▲행사 전반에 수어통역 미제공 ▲에그존에 폭이 좁은 회전문 설치로 휠체어 사용자가 입장할 수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지역 장애인단체는 이에 대해 "치맥축제의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한 차별과 배제는 지난해보다 더 심화됐다"며 "향후 개최될 문화행사에서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의견을 듣는 논의 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장차연은 8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은 2008년 UN장애인권리협약을 가입, 비준한 국가로서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차별받지 않고 문화생활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접근권을 보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하지만 치맥축제 행사 안내 어디에서도 장애인 화장실에 대한 정보는 없었고, 가게 앞 경사로에는 각종 광고판이 배치돼 휠체어가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대구시의 관리감독과 정부 기관을 비롯한 공공기관의 후원을 받아 개최되는 문화행사였는데도, 장애인 문화접근권 보장이라는 책무를 무시한 채 차별을 방조했다"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문화접근권 보장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동균 대구장차연 사무국장은 "치맥축제에 설치된 쓰레기통을 보면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앉은 상태로 팔을 뻗어 겨우 쓰레기를 넣어야 할 만큼 높이가 높았다"며 "키오스크는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 아예 이용할 수 없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최 측도 향후 열릴 축제에서 장애인들을 기획자로 포함해 직접 목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대구시도 자체적으로 관련 관리 감독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구치맥페스티벌 에그돔 입구, 폭이 좁은 회전문 때문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치맥페스티벌 에그돔 입구, 폭이 좁은 회전문 때문에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다.(2025.7.6) / 사진 제공.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에 대해 주최 측과 대구시는 "일리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년 축제 때 시정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성남 한국치맥산업협회 사무국장은 "호출벨 활동지원서비스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출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면 보행 통로를 확보해주는 역할이었다"면서도 "판매 부스 위 데크에 경사로는 설치했지만 광고물로 인해 통행이 제한되는 점, 안내도에 장애인 화장실 관련 내용이 없었던 점 등은 일리가 있고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에는 대표성이 있는 장애인단체가 있다면 직접 만나 자문을 들어보도록 하겠다"면서 "축제 전에 문제를 파악하기는 사실 어렵다. 장애인단체 의견이 타당성이 있으면 지속해서 개선해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농산유통과 관계자는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시민들이 불편하면 개선하는 것이 맞다"며 "운영하다 보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누구든 좋은 의견을 주면 다음 조직위원회 회의에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당사자들이 회의에 참여하는 것도 직접적인 의사표현이기 때문에, 좋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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