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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신천 프로포즈존 143억 '혈세낭비' 비판..."그 돈이면 장애인 1천여명 활동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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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때 대봉교 인근 청혼 명소 건설
예산 110억→143억 증액, 내년 8월 준공
"실용성 없다" 사업 놓고 전국적 비판
장애인단체 "1년 활동지원 예산보다 커"
"돈 없다고 복지 외면하더니...탁상행정"
시 "시민공모로..장애인 예산 매년 확대"

대구 중구 대봉교 신천 프러포즈존 공사 부지.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2025.9.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 대봉교 신천 프러포즈존 공사 부지.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2025.9.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역 청년들의 청혼 명소를 만들겠다며 대구시가 건설하는 '신천 프러포즈존' 예산은 무려 143억원이다.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청년 인구 유입책 중 하나로 이 사업을 강행했다.  

하지만 당초보다 예산이 33억원이나 증액된데 이어 '실효성'을 놓고 전국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장애인단체는 "돈이 없다며 장애인 복지사업은 외면하더니, 엉뚱한 곳에 혈세를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신천 프러포즈존 예산은 연간 1,000여명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예산과 맞먹는 금액이다.  장애인단체에서 수년째 요구한 특별교통수단 나드리콜 운전원수도 현재 200여명에서 400명으로 2배 이상 더 뽑을 수 있다. 

때문에 지역 장애인단체는 "혈세낭비를 중단하고, 장애인 생존권을 위한 예산을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대구 중구 대봉교 '신천 프러포즈존' 조감도 / 사진 출처.대구시
대구 중구 대봉교 '신천 프러포즈존' 조감도 / 사진 출처.대구시

대구시(시장 권한대행 김정기)에 25일 확인한 결과, 오는 10월 13일부터 신천 대봉교 하류방향 좌안 둔치에 신천 프러포즈 조성사업을 계획대로 추진한다. 지난 2월 착공식을 진행한 뒤 공사가 진행되다 7월부터 우수기를 이유로 두 달째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해당 사업은 홍 전 시장이 제안했다. 프랑스 파리 센강의 퐁네프 다리에서 영감을 얻어 프러포즈 명소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을 상징하는 반지를 형상화한 지름 45m(1,590㎡)의 복층 구조 원형 데크와 광장을 만들고, 상부 공간에 바닥조명 등을 깔아 러브로드와 프러포즈룸, 프라미스존을 구성하는 것 등이 내용이다.

프러포즈존 건설 비용은 당초 110억원이었으나, 경관조명과 낙하분수 추가 설치 등 요구로 32억원 증액된 143억원을 투입한다. 준공 시점은 오는 2026년 8월로 예정됐다.

대구시 신천개발과 관계자는 "기본 실시설계를 하며 경관조명이나 미디어파사드 등이 추가되며 비용이 상승했다"면서 "(혈세낭비 비판과 관련해) 프러포즈를 위한 시설물은 별도로 들어가는 것이 없고, 이름 자체도 준공 시기에 맞춰 시민 공모를 받아 변경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나드리콜에서 내리고 있다.(2025.7.29.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휠체어를 탄 한 장애인이 나드리콜에서 내리고 있다.(2025.7.29.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하지만 세금 낭비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프러포즈존 공사비는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도움받는 활동지원서비스와,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 운전원 인건비의 1년 예산보다 많다는 지적이다.

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사가 가사 지원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보건복지부 활동지원급여에 더해 대구시도 시비로 추가급여를 지원 중이다.

올해 기준 추가지원 대상자는 1,033명이며, 예산은 132억2,000여만원이 책정됐다. 대상자 1명당 1년 평균 1,108만원(월평균 92만4,000원)이 지급된다. 프러포즈존 예산과 비교하면 1년에 1,290명이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발이 돼주는 나드리콜은 올해 기준 특별교통수단 차량 218대, 운전원 수 218명이다. 1인당 1대인 셈이다. 그간 장애인단체는 24시간 내내 보유 대수 전체가 운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운행률 확대를 위해 운전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대구시에 요구해 왔다.

대구시가 운전원들의 인건비로 지출하는 비용은 올해 기준 93억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4,266만원 정도다. 신천 프러포즈존 공사비로 약 335명의 운전원을 한 해동안 채용할 수 있는 셈이다.

지역 장애인단체는 "장애인 생존권에 필요한 예산은 외면하면서, 보여주기식 사업에는 오히려 돈을 추가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시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 촉구 기자회견'(2025.9.25. 중구 대봉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시 장애인 생존권 예산 보장 촉구 기자회견'(2025.9.25. 중구 대봉교)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노지성 '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딱한 장애인' 리더,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2025.9.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노지성 '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딱한 장애인' 리더,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2025.9.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사)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활동가 자조모임 삐딱한 장애인(삐장)',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단체는 25일 오전 중구 대봉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는 신천 프러포즈존 조성사업에 143억원을 쏟아붓지만,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보는 어렵다고 한다"며 "혈세 낭비를 중단하고, 장애인 활동지원 예산을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장애인단체는 "신천 프러포즈존 조성사업은 홍준표 전 대구시장 재임 내내 긴축재정을 강조하며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겠다던 정책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사업 발표 직후부터 시민들조차 외면한 세금 낭비의 표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구지역 장애인들은 십여년째 활동지원서비스 확대를 요구해왔는데도, 대구시는 예산 부족과 재정 여건의 어려움을 이유로 외면해 왔다"며 "당장 프러포즈존 사업을 중단하고, 장애인 권리부터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대구시는 내년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대상자를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폭 늘리게 되면 현실적인 예산 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매년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 제공 대상자는 늘고 있고, 지난해 대비 올해도 3명 늘렸다"며 "단가 상승분과 대상자 수 증가분에 맞춰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24시간 활동지원은 한 번 받게 되면 중도 탈락이 없다. 끝까지 지원해야 한다"면서 "장애인단체 요구대로 매년 10명을 추가 지원하게 된다면 예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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