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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미등록 이주노동자 6명, 출입국 단속 피하다 중상..."위험한 강제 단속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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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진량읍 A업체 이주노동자 9명
미등록 신분, 출입국에 단속·구금
단속 과정 중 6명 3m 펜스 넘다 다쳐
척추와 다리 골절상에 손가락 찢어져
일부 "두렵다"며 병원 거부 자가 치료
시민단체 "안전 대책 없는 토끼몰이"
출입국 "적법 절차, 부상자 치료 지원"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6명이 큰 부상을 입어 논란이다.

출입국을 피해 피신하던 이주노동자 일부는 펜스를 넘다 떨어져 척추와 발에 골절상을 입었고, 손가락이 찢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토끼몰이식 위험한 강제 단속을 멈추라"고 규탄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와 대경이주연대회의 말을 5일 종합한 결과,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다수 외국인이 공장에 불법 취업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지난달 26일 오전 8시쯤 경북 경산시 진량읍 한 A제조업체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에 나섰다.

대구 동구 신서동에 있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2025.3.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동구 신서동에 있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2025.3.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하려 펜스를 넘으려다 떨어져 양쪽 발이 골절됐고, 손가락을 꿰맨 모습 / 사진 제공.대경이주연대회의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하려 펜스를 넘으려다 떨어져 양쪽 발이 골절됐고, 손가락을 꿰맨 모습 / 사진 제공.대경이주연대회의

당시 주야간 교대 회의로 인해 현장에는 이주노동자 20여명이 모여 있었다. 출입국 직원들이 단속을 시작하자 이주노동자들은 피신했다. 일부는 단속반을 피해 공장 뒤편으로 도망쳤으나 펜스로 가로막혀 있었다. 3m 높이 금속 펜스를 넘어 뛰어내린 이주노동자 6명이 이 과정에서 부상을 당했다.

단속 결과 이주노동자 20명 중 9명이 미등록 신분이거나 일을 할 수 없는 비자로 출입국에 체포됐다. 이들 중 6명은 출입국에 구금돼 있고, 2명은 부상을 당해 치료를 받고 있고, 1명은 치료를 받은 뒤 자진 출국했다.

특히 베트남 국적 A(32.여성)씨는 척추와 양쪽 다리가 골절됐다. 출입국이 그를 발견하고 인근 정형외과로 이송했고, 이후 한국에 거주하는 친언니의 요청으로 부산 소재 병원에 입원해 있다.

태국 국적 B(32.남성)씨는 출입국에서 인근 정형외과에 데려가 깁스 처리를 했으며, 추가 치료 없이 지난 1일 자진 출국했다. F-1(동반거주비자)를 받고 일하던 베트남 국적 C(32.여성)씨도 단속 과정에서 손가락이 찢어져 10바늘을 꿰맸다.

피신한 노동자 3명도 다쳤다. 베트남 국적 D(32.남성)씨는 양쪽 발뒤꿈치가 골절돼 지난 1일 왼쪽을 수술했다. 한 달 반을 병원에 입원해 있어야 한다. 캄보디아 국적 E(남성)씨는 왼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어 외래 치료를 받고 있다. 베트남 국적 F(30.남성)씨도 손을 다쳤으나 "단속될까 무섭다"는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고 혼자 소독약으로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노동자 6명 중경상으로 내몬 대구출입국 규탄 기자회견'(2025.3.5. 동구 신서동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이주노동자 6명 중경상으로 내몬 대구출입국 규탄 기자회견'(2025.3.5. 동구 신서동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지역 시민단체는 사업주 동의 없이 단속을 벌였고, 안전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강제 단속 중단을 촉구했다.

대경이주연대회의, 경산이주노동자센터,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5일 오전 동구 신서동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이주노동자 부상에 대해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를 향한 토끼몰이식 강제 단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이번 단속에서 안전 확보를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했냐"며 "대구출입국은 안전을 도외시하고, 사업장 진입 전 사업주에 영장을 제시하고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절차도 무시한 채 심각한 사고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단속에서 부상을 당한 노동자들 중 체류 자격이 있는 이주노동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출입국의 단속이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아니라 전체 이주노동자를 향한 것"이라며 "출입국이 이주노동자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인식에 기인하며, 혐오와 차별로 점철된 강제단속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2025.3.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왼쪽부터)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2025.3.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부상당한 이주노동자 책임지고 피해를 보상하라" 피켓팅(2025.3.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순종 대구이주민선교센터 목사는 "이주노동자가 공장에서 일하는 것이 왜 처벌과 강제추방의 대상이 돼야 하냐"면서 "출입국은 사람을 잡으러 다니는 것이 얼마나 비인도적이고 위험하며,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왜 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은 "이번 사건과 같은 야만적인 방식으로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관련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련 법·제도 보완을 할 수 없다"면서 "강제 단속으로 다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치료비와 체류비를 출입국이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단속을 진행했고, 부상당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도 치료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는 "해당 업체에 다수의 외국인이 불법으로 일하고 있다는 제보가 국민신문고에 반복적으로 들어와 단속하게 됐다"면서 "단속팀장 등 2명이 회사 내 사무실을 찾아 고용주로부터 단속에 대한 명확한 동의를 받고 단속을 실시했다"고 반박했다.

치료비 지원에 대해서는 "단속하다가 피해가 생겼을 때 지원을 위해 본부 차원 보험이 가입돼 있으며, 사건 당일 보험회사에 사고 내용과 인적사항을 통보해 치료비용을 지원하도록 조치했다"며 "자진 출국과 관련해서도 절차대로 모두 안내한 상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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