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천 한 공장에서 지난 1월 31일 출입국 단속을 피하다 나무 저장고에 숨었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 경기 화성 제조업체에서 지난 2월 26일 출입국 단속으로 한 카자흐스탄 여성노동자가 3층에서 추락해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3. 경북 경산에서도 한 제조업체에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7명이 출입국 단속 과정에서 도망을 치다 척추와 다리 골절 등 크고 작은 부상을 입기도 했다.
출입국 단속을 피해 도망치다가 다치거나 심지어 숨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
"강제단속 추방 중단하라(Stop crackdown)",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을 보장하라(We want human rights)"
노동권과 인권 보장을 요구해봐도,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현실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들은 제135주년 세계 노동절을 앞두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간사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와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는 27일 오후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세계노동절 대구경북 이주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주노동자들과 대구시민 12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모인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정부의 출입국 단속으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숨지는 최근 사례를 비판하며 "폭력 단속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 회사에 부조리가 있어도 전직이 완전 금지돼 참고 일해야 하는 E-7(특정활동) 비자의 강제 노동성 철폐를 촉구했다. ▲2015년 대법원이 "체류 자격과 상관 없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대해서도 노조 설립이나 가입을 할 수 있다"고 판결했지만, 현장 사업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노조할 권리 보장'도 요구했다.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가로막는 고용허가제 철폐 ▲위험의 이주화 중단 등도 요구했다. 지난해 6월 경기 화성 리튬전지 제조업체 화재로 숨진 희생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였다. 위험하고, 더럽고, 어렵고 이른바 3D 업종에 이주노동자들이 많이 고용되는 현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생활의 고통을 토로했다.
베트남 국적의 이주노동자 원서현(41)씨는 "경산 한 공장에서 한 이주노동자는 척추가 부러졌고, 다른 노동자는 양쪽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며 "치료비가 수천만원에 이르지만, 출입국의 지원은 단 2천만원 뿐"이라고 규탄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이름조차 불리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면서 "불법 인간은 없다. 차별과 혐오를 멈추라"고 호소했다.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프엉(가명.36)씨는 "현재 시급 8,000원만 받고 일하는데,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육아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회사를 다니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어디서 자신들의 권리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른다"며 "출입국 단속도 언제 들이닥칠까 항상 두려움에 떨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회 장소 한 켠에는 캄보디아어, 인도네시아어, 미얀마어, 베트남어, 우즈베크어, 스리랑카어 등 9개 언어로 적힌 '이주노동자 권리 수첩'이 놓였다. 임금체불 대응이나 사업장 이동 방법 등 노동자들이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노동법들에 대한 설명이 담겼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문제라고 생각하는 정책을 놀이로서 푼 코너도 마련됐다. '사업장 변경의 제한', '인간사냥', '임금체불' 등을 적어 오재미를 던지며 "차별 철폐"를 촉구했다.
신은정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고 열악한 노동을 한다고 이주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쓰다 버려도 되는 소모품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면서 "사업주의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강제노동을 해야 하고, 노예가 되기 싫으면 불법 체류자라는 낙인이 찍혀야 하며, 정부의 무자비한 인간사냥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회 이후 "노동권 보장", "인간사냥 반대" 등을 외치며 2.28기념공원에서 출발해 삼덕119안전센터, 봉산육거리를 거쳐 옛 중앙파출소까지 1.5km를 행진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오는 5월 1일 오후 3시 2.28기념공원 앞에서 '노동기본권 쟁취, 사회대개혁 실현 2025 세계노동절 대구대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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