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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려 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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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6.15대경)..."통일부장관이 말한 '북한의 의도'..금강산댐이 떠오른다"


8월 들어 북측의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뚜렷이 보인다. 자존심 강하기로 소문난 북측이 화해의 손짓을 이렇게 곳곳에서 보내는 것은 ‘왜 그럴까?’하는 생각도 들게 하지만 현재의 한반도 상황으로 봤을 때는 반가운 일이다.

 최근 현정은 회장의 방북과 김정일 위원장 면담, 북측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보내온 특사조의방문단등이 교차 방문하면서 북측의 남북관계개선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적으로 경색되어 왔던 남북관계가 이례적으로 북측이 먼저 태도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 12월 1일 단행했던 개성공단 육로통행 제한조치를 풀고 경의선 열차 및 화물열차 개통, 서해군사당국 통신선 회복, 이명박 '대통령' 칭호 등의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김기남 비서를 단장으로 보내온 [특사조의방문단]은 짧은 조문후에 긴 대화를 이어나갔다. 김대중 평화센터, 민주당, 김형오 국회의장, 현인택 통일부장관 마지막으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면서 그들은 화해와 대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북측 변화에 고장난 녹음기마냥...

 북측의 이런 태도변화에 비해 이명박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의지는 상당히 빈약해 보인다. 현대아산이 북측 아태평화위와 합의한 5개 사항중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남북적십자회담을 제의한 것 이외에 어떤 대북정책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사실 현대와 아태평화위간에 합의한 금강산 개성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관광 등의 문제는 그동안 남북협력의 상징과 같은 사업으로 중단된 것이거나 이미 합의된 것인데 진척되지 못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정부당국의 정책의지가 필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고장난 녹음기마냥 '선비핵화'와 '남북관계개선'을 연계시키는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북한의 최근 변화에 대해 '전술적 변화'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금강산 재개와 관련한 현대아산의 질문에도 정부는 '대화'를 제의할 생각도 재개와 관련한 특별한 입장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정부의 입장은 여전히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후 관광재개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김정일 위원장은 현정은 회장을 만나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구두로 재발방지 약속을 했고 이는 북측의 체제로 봤을 때 문서약속보다 더 효력이 있는 것이다. 또 진상규명이라는 것은 북측의 군사구역안에 남측관계자가 들어가겠다는 것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하며‘어떤 수준에서도 대화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정권유지에 유리하고 필요한 것에 대해서만 대화하고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은가? 현대와 아태평화위가 합의한 5개 사항중 이산가족 상봉만 추진하고 나머지 것은 ‘나 몰라’하고 있는 것이다. 속된 말로 생까고 있는 것이다.

현대가 차려놓은 밥상...외면하거나 엎어버릴텐가

 이명박 정부 출범 1년 6개월동안 단 한명의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했다. 대부분 고령인 이산가족들의 나이로 봤을 때 이산가족상봉이라는 것은 그만큼 급하고 절박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고 현대가 문제를 해결하고 오니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고 현대가 차려놓은 밥상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것만 속 빼먹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나머지 반찬들인 금강산 개성관광,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관광 등은 아직 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남북관계가 이렇게 경색되어 있어도 이명박 정부의 가짜(?) 서민행보 등이 지지율을 40% 이상으로 올려주니 별로 답답한 것이 없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가 이어진다면 이산가족 상봉을 전후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남북관계의 역사를 보면 공식적으로는 단절 되어 있어도 물밑에서 여러 가지 접촉들이 있어 왔고 이런 비공개 접촉이 '큰 일'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도 민족의 화해와 단합 의지의 진정성 문제가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남북관계를 '평화와 통일'이라는 대의에 따르기 위해 진전시킨다면 이명박 정부는 현대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올려 놓을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밥상도 차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남북관계를 남측의 정치정세에 이용하고 보수세력 내의 이해관계에 밀린다면 밥상을 외면하거나 엎어 버릴 것이다.

북한의 의도?...금강산댐?

 어제 통일부장관은 국회의원의 질의에 임진강 물 방류에 대해‘북한이 의도를 가지고’했다고 말했다. 임진강 사고에 행정당국의 안이함을 지적하는 비판의 목소리를 북측으로 돌리고 있는 모습을 안쓰럽기까지 하다. 어린 시절 전두환은 북한이 '금강산 댐'을 만들어 그것을 폭파시켜 남한 사람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며 TV에서는 금강산 댐이 폭파될 때 청와대 지붕까지 물이 차며 63빌딩 몇층까지 잠기는 지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린 아이들의 코묻은 돈까지 ‘평화의 댐’을 짓는다며 ‘성금’이란 이름으로 강탈해갔다. 그리고 김영상 정권 시절 전두환이 말한 '금강산 댐'은 조작인 것이 드러났다. 통일부장관이 말한 '북한의 의도'를 들으며 어릴 적 들은 '금강산 댐'이 떠오른다.

 진중권 교수는 만약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이명박 보다 잘 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말이다. 현대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올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우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평화와 통일]
오택진 (평화뉴스 객원기자 / 6.15실천대경본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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