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확인된 몇 가지 사실들, 그 다음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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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참담한 대구, 변화 절감하면 정파 떠나 밑바닥에서부터 만나야"


 최근 몇 주 사이에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가치와 규범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들이 연이어 쏟아져 나왔다. 그 사건들은 대다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 상식에 반하는 것들이었기에 그 충격과 파장들이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 같다.

시민저항권과 '용산' 판결

 먼저 1년 가까이 끌어온 용산참사의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상식 밖의 중형을 선고했다.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이 "이건 재판이 아니"라고 아우성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더 놀라운 것은 계엄포고령과 다를 바 없는 판결문의 요지다. 국가권력에 저항하는 자는 이유를 불문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것이 1심 재판부의 판단인 듯하다.

이 판결은 "불의한 권력에 항거한 4.19 정신을 계승"한다는, 즉 시민저항권을 명시해 놓은 헌법정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넣은 판결이었다. 사법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87년 항쟁의 산물 '9개의 옥좌'

 그 다음, 관습헌법에 이어 또한번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해버린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소송>에서 내린 결정! 절차와 과정에 불법이 있다하더라도 힘이나 돈으로 쟁취한 것은 그 권리와 효력을 인정해야한다는 새로운 규범을 헌법재판관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통령보다 임기가 길고 그 누구도 함부로 넘나볼 수 없는, 신성불가침의 권위를 내세우는 헌법재판소에 놓여있는 9개의 옥좌! 그 자리는 사법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87년 항쟁의 산물로 국민들이 만든 것이었다. 국가권력이나 공권력이 저지르는 횡포로부터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된 헌법재판소의 설립근거를 헌법재판관 스스로 부정해버린 판결이기도 하다.

하지만 헌법재판관들은 자신들이 내린 어처구니없는 판결로 인해 그들의 자리가 위태로워지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도 굳게 믿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그 자리를 보장해주는 것은 국민들이 아니라 권력과 돈이란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국무총리.검찰총장...권력 엘리트들의 한심한 교양

 또 있다. 카지노 딜러로 전락한 이 나라의 지엄하신 검찰총장님과, 일제강점기 때 만주에 설치된 731부대를 "항일독립군"이라고 답했던 수재중의 수재였고, 서울대교수를 역임했고, 서울대 총장까지 지내신 우리의 국무총리님... 검찰청 대변인은 촌지가 아니라고 했다.

맞다!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듯이, 결과적으로 전달에 실패한 촌지를 촌지라 부르는 것도 부당하다. 731부대가 항일독립군인지 야만적인 생체실험부대인지 우리나라에서 수재여부를 판단하는 유일한 기준인 학교시험이나 입학시험에는 단 한번도 출제된 적이 없었을 것이니 수재였던 국무총리가 731부대를 모르는 것도 당연한다. 이런 거 저런 거 다 알고 나면 수재가 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의 비참한 교육현실이다.

그래도,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지금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권력 엘리트들의 한심한 교양과 지식수준을 보는 것 같아서  몸서리가 처지고 구역질이 올라온다.  

영남의 한나라당...민주.진보.시민단체는?

 이런 형편에 도대체 야당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지금 집권여당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정치세력은 박근혜 의원을 정점으로 한 친박연대 밖에 없음이 세종시를 둘러싼 논란에서 증명이 되고 있다. 10.28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고 환호작약하지만 충청선거야 청와대가 헌납한 꼴이고, 수도권에서 당선된 두 인물은 한나라당 출신이거나 한나라당을 기웃거리던 사람이다. 민주당이 “흑묘백묘론”을 주장할 요량이면 차라리 참여정부시절 대연정을 구걸하듯이 친박연대와 연정을 하거나 통합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노동자 농민을 입에 달고 사는 진보정당들은 정작 노동자 농민들은 외면하고 있는데, 일부 지식인들과 화이트 칼라층의 지지에 의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모순을 어찌 극복하려는지 낌새조차 느낄 수가 없다.

 그리고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수도권과 달리 세월이 흘러도 영남권에서는 아직 한나라당 이외의 정치세력은 전혀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영향력도 과거와 달리 선거판에서는 찻잔 속의 미풍도 되지 못하다는 사실도 증명이 되었다.   

참담한 대구...정파 떠나 밑바닥에서부터 만나야

<매일신문> 2009년 9월 17일자 2면(왼쪽) /  <영남일보> 2009년 7월 30일자 1면(오른쪽)
<매일신문> 2009년 9월 17일자 2면(왼쪽) / <영남일보> 2009년 7월 30일자 1면(오른쪽)








 이런 참담한 현실에서 국민들이 정녕 기댈 곳이 없다면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간의 통치기간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은 권력의 상층부만 바뀐다고 해서 결코 세상이 달라지지 않더라는 사실이다. 변화는 밑바닥에서부터 일어나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대구의 현실부터 살펴야 한다.

 <7년간 경제성장률 16개 광역자치단체중 꼴찌>, <미래 경쟁력 7개 특별, 광역시중 꼴찌>, <국가연구개발사업 비중 7개 특별,광역시중 6위>, <대구 실업률 증가 1년새 50%, 전국 최악>, <기초생활수급자 대구서만 큰 폭으로 증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도 벌써 2년이다. 대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을 아직도 호남정권, 좌파정권이 차별, 홀대한 탓이라고 떠드는 사람이 있을지 의문이다. 대구의 이런 참담한 현실에 대한 변화와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또 그런 정치세력이라면 정파의 지향점을 떠나서 우선 밑바닥에서부터 만나야 한다. 지향점과 해결책이 서로 달라 함께 할 수 없다면 대구의 캄캄한 현실을 시민들에게 알리려는 노력만이라도 함께 해야 한다. 흩어진 것들이 모이지 않으면 절대 힘이 생길 수 없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의 이치 아닌가?






[김진국 칼럼 28]
김진국 /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의사. 신경과 전문의


<매일신문> 2009년 9월 17일자 2면 기사 전문
<매일신문> 2009년 9월 17일자 2면 기사 전문

<영남일보> 2009년 7월 30일자 1면 기사 전문
<영남일보> 2009년 7월 30일자 1면 기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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