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술자리 1차 누가 쐈어? 기억하지? 그럼 4차는?”, “글쎄”- “1차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자꾸 울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안줘요”- “사람가려 가며 선물 주는 더러운 산타”
“고소영하고 장동건하고 사귀어요” - “1등끼리 사귀는 더러운 세상”
“우리 같은 서민들은 투잡을 해야해, 그래서 택시운전 운전하려는데 1종 면허만 가능하다잖아”
- “1종만 택시 하는 더러운 세상”
“독도는 우리땅 4절 불러봐” - “1절만 기억하는 나까무라 경찰”
‘주정부리는 취객의 모습을 통해 웃음을 주는 코너’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이하 나술푸)KBS 개그콘서트에서 최근 선보인 코너입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개그콘서트를 빠지지 않고 꼭꼭 챙겨보지만 최근 나술푸의 경우는 KBS 홈페이지 VOD(다시보기)를 통해서 2,3번 복습까지 감행하고 있습니다.
1등 지상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에 유쾌하기도 하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반적 사실 즉 '산타는 착한사람에게만 선물', '술자리 1차, 노래가사 1절만 기억' 등을 비꼬는 대사에 뒤통수가 서늘해집니다.
여하튼 연말 각종 모임에서 ‘000만 하는 0000 세상’ 패러디는 끊임없이 확대재생산 될 것 같은데요.
‘1등만 생각하는 세상’, 이를 지역언론에 적용시켜보고자 합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역예산만 생각하는 대구경북 언론’으로 표현가능하겠죠.
국가의 재정적자를 걱정하고, 행정부 등 피감기관의 예산낭비를 맹렬하게 비판했던 국회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은 경쟁적으로 챙기는 이중적 태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질문 하나 더 하면,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 예산 챙기기’관행이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 의원이 대구경북권 의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오히려 감싸는 지역언론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지난 8일 국토해양위에서 4대강 예산이 포함된 국토해양부 예산을 표결없이 단독처리했습니다. 날치기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 있었던 야당의원들은 이를 강하게 말리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을 취재했던 언론들의 의견입니다. 이날 통과된 예산은 정부가 원래 제출한 예산보다 3조 4600억원이나 늘었고, 그 증액분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챙기기 예산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국토해양위원회는 총 29명의 국회의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그 중 한나라당이 17명, 민주당 9명, 비교섭단체 3명입니다. 한나라당 의원 중 대구경북권 의원은 국토해양위 위원장 이병석 한나라당(경북 포항시 북구)를 비롯, 이해봉(대구 달서구을), 정희수(경북 영천시)의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8일 국토해양위에서 국토해양부 예산 ‘단독 또는 강행’처리는 전국일간지, 방송 등이 모두 비판한 내용입니다. 국회의원들의 끼워넣었던 ‘지역구 예산 규모와 내용’을 가장 잘 정리한 곳이 <조선일보>였습니다.
<조선일보> 12월 15일 「지역구 예산 챙기려…與野모두 ‘은근슬쩍’ 」을 보면 국토해양위 증액 예산중 상임위원 관련 현황이 빼곡이 적혀있었습니다. 위원장 이병석 의원(포항북)이 2,774억을 증액, 단연 으뜸입니다. 그 외에도 김성곤 (민주당/전남 여수) 1,530억, 신영수(한나라/경기성남) 1,260억 등을 증액시켜두고 있습니다.
이 문제와 관련 영남권 언론인 <부산일보>, <국제신문>과 <매일신문>, <영남일보>간의 보도는 사뭇 달랐습니다.
<부산일보>는 12월 10일 <사설 : 지역구 잇속 챙기기 바빴던 국회 예산 심의>를 통해 “겉으로는 4대강 예산을 두고 옥신각신 했지만 지역구 예산 증액분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자기 지역구 챙기기는 여야가 따로 없었지만 이 위원정의 지역구인 포항관련 예산은 2천 764억원이나 증액되었다”며 비판의 초점을 이병석 위원장에게 집중시켰습니다.
<국제신문>도 10일 ‘지역구의원의 예산 챙기기’보다 ‘4대강사업의 부당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국제신문>은 사설 <4대강 예산이 날치기 해야 할 정도로 성역인가>를 통해 “우리나라가 실업자도 늘어나고, 출산율도 곤두박질 치고, 고령화 등 절박한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4대강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며 ’4대강 예산의 부당성과 날치기 예산 처리‘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매일신문>은 12월 9일 “4대강 예산 강행처리 절차 문제 없다”는 이병석 의원의 주장을 제목으로 뽑았고, <영남일보>는 <여, 4대강 예산 국토위 ‘강행처리’>를 통해 당시 상황을 간단하게 전했을뿐입니다. <부산일보><국제신문>과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국토해양위에는 부산경남권 국회의원도 있었습니다. 현기환 (부산 사하구갑), 김정권 (경남 김해갑), 윤영 (경남 거제) 의원들이 ‘예산 단독 또는 강행처리’에 동참했다는 이유로 지역언론은 이들의 행보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일신문>, <영남일보>의 행보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더군다나 <매일신문> 12월 14일<“지역예산 챙기기 눈총 받아도 즐겁다”>는 기사는 독자를 더욱 황당하게 하는 뉴스입니다.
5면 머리기사로 실린 이날 기사의 내용은 "지역구 예산만 챙기는 불량국회의원이라고 비난받아도 좋다. 일부 언론에서 ‘국익보다는 지역구 예산 챙기기 급급’하다며 비난 받지만, 오히려 지역구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전하고 있더군요.
많은 언론은 ‘4대강 예산 자체가 논란이다’, ‘절차적 과정이 정당하지 않다’, ‘지역구 의원들의 자기예산 챙기기가 도를 넘었다’등등의 비판 속에 개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대구경북권 신문은 이 문제에 침묵하거나 오히려 ‘비난받는 만큼 민심 얻는다’는 국회의원들의 ‘즐거운(?) 비명’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기사 초반부에 ‘지역구만 챙기는 국회의원이라 비난받는 것이 오히려 지역구 민심을 잡을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의원들의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데요, 국회의원의 인식이 이러하다면 이를 따끔하게 비판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요?
다시 개그콘서트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런 지역언론을 보며 이 코너 작가는 이런 대본을 쓰실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그맨 박성광이 명품취객 연기로 실감나게 외쳐주겠죠.
“대구경북 국회의원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역예산을 챙기는데 혈안이 되어있어. 이 지역 신문이 그것을 감싸고 도네. TK들끼리 감싸고 도는 0000세상”
[평화뉴스 미디어 창 6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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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옥 / "국익보다 지역구...'불량국회의원' 감싸는 TK언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