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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4대江 찬성'에 목 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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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략의 대상"이라는 <영남일보>, "흔들지 말라"는 <경북일보>...왜?


실력이 비슷한 축구팀이 팽팽한 긴장감속에 승부게임을 할때 주심과 선심 등 심판의 공정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국가대항 경기에서 심판의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은 여러번 시빗거리가 되고, 약소국은 항상 피해자의 입장이었습니다. 

심판의 공정성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국가정책에 대한 언론의 태도입니다. 찬반이 팽팽한 양측의 주장을 잘 중재하고 지면을 통해 폭넓은 토론을 유도하며, 이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합리적 판단을 도와줘야 할 언론이, 아예 한쪽 편의 입장만 끊임없이 뉴스로 만들어 낸다면 이는 축구경기장의 심판이 아예 특정 팀의 선수로 뛰는 것과 마찬가지겠죠.

최근 <영남일보>와 <경북일보>를 보면, 경기를 운영하는 심판이기 보다, 아예 특정 팀의 선수로 뛰고 있더군요. 그것도 늘 억울해 하는 약소국이 아닌 강대국 즉 기득권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 가치인 공정성, 감시견(watch dog)의 역할을 버리는 것입니다.

<영남일보>, 언론사 사주가 관계된 건설업체가 낙동강 공구 3군데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탓일까요? <영남일보> 최근 기사는 대부분 건설업자의 입장에서 4대강 사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영남일보>는 지난 11월 16일 1면「"낙동강 살리기 = 지역경제 살리기"」, 3면 「슬슬 풀리는 ‘피 같은 돈’…‘풀뿌리 경제’에 생기가 돈다」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1면 기사에선 포스코 건설빼고 대구경북지역 건설업체 총 2조 2천억대 수주 예상이란 제목까지 도드라지게 뽑아두었습니다.

<영남일보> 2009년 11월 16일자 1면
<영남일보> 2009년 11월 16일자 1면

여기서 질문 하나. 대구경북지역 건설업체가 이 공사금액을 공정한 경쟁을 통해 분배받을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최근 민주당 이석현 의원이 대정부 질문에서 ‘4대강 사업 입찰담합’의혹을 제기하면서, 특히 낙동강공구 컨소시엄에 참석한 지방 중소건설업체 중 상당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 관여된 정황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료를 본다면, 지역에 제공되는 공사금액 대부분은 ‘특혜’를 받은 지역 건설업체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역업체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에 눈에 훤히 보입니다.

<영남일보>는 이 공사의 수혜대상이기 때문에, ‘특혜’라는 문제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러다 보니 4대강 정책에 반론을 제기하는 세력을 ‘민주당’의 문제로 축소하고, 그 내용도 ‘대선을 향한 정치적 행위’로만 폄하하고 있습니다.

이 신문은 지난 19일 <민주당이 ‘4대江 반대’에 목 매는 이유/차기 대선 최악 시나리오여서?>라고 보도합니다. 국민 60~70%가 4대강 사업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근거를 제시하며 반대의 목소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영남일보>는 이런 민심은 외면한 채 민주당의 정치적 행위에만 집착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나라당 의원의 입을 빌어서 민주당을 몰아붙이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아쉽습니다. 어찌 이 문제를 ‘대선을 향한 민주당의 정치행위’로만 압축해 볼 수 있을지요.

<영남일보> 2009년 11월 19일자 4면
<영남일보> 2009년 11월 19일자 4면

<영남일보>에게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빚더미에 올라앉은 지방자치단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골재채취 노동자들, 농사지을 땅을 잃은 채 당장 내일을 준비하기 힘든 농민들, 예산축소로 그동안 누렸던 복지혜택을 빼앗긴 채 허탈해하는 사회적 약자들은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대통령이 민심을 추스르겠다고 국민과의 대화, 4대강 착공식 현장 등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주장의 핵심은 ‘반대를 위한 반대’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영남일보> 사설에는 이 말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더군요.

30일 사설 < 4대강 사업이 왜 政略의 대상인가>에서 “누구든 근거논리가 부족한 주장을 하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선 안된다.”라며 “4대강 사업은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꼭 필요하다. (중략)사업을 못하도록 방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영남일보> 2009년 11월 30일자 31면
<영남일보> 2009년 11월 30일자 31면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많은 언론과, 전문가, 지역민들이 각계 영역에서, 이 사업이 부적절하다는 논리를 만들어냈지만, 지면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던 <영남일보>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사설에서 이 사업 반대측에 대해  ‘근거 논리가 부족한 주장’이라고 폄훼하더니, 대통령의 그 말 ‘반대를 위한 반대’에 힘을 실어주는 것입니다.

<영남일보>는 건설업자의 입장에서 이 사업을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대통령의 고향, 포항에 본사를 두고 있는 <경북일보>는 아예 ‘특혜의혹’을 받고 있는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체의 대변인처럼 나섰더군요 .<경북일보>는 지난 11월 17일 <동지상고 출신은 공사수주도 못하나> 사설을 통해 “경북지역에서 가장 경제규모가 큰 도시가 포항시이니 포항 업체들이 다소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고, 이들 업체 대표이사들이 학교 다닐 때는 동지상고, 포항고, 수산고 뿐이어서 건설업체 대표이사 대 부분이 이 학교 출신인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며 “정권흠집내기와 공연한 트집잡기가 지나치면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받게 된다”고 오히려 이 문제를 제기한 민주당 이석현 의원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습니다.

<경북일보> 2009년 11월 17일자
<경북일보> 2009년 11월 17일자

역시 여기서 질문 하나 더. 이석현 의원의 주장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습니다. “ 4대강 사업 중 낙동강 공구에서 낙찰 받은 컨소시엄에는 포항 6개 기업이 합 9개 공구에 걸쳐 포함되었고, 그 중 8개 공구는 동지상고 출신 기업이 차지”했는데, “낙동강은 경상남북도 전역을 흐르고 있고, 경상도에는 43개 시.군이 있는데, 왜 하필 유독 포항에 있는 기업”이냐는 것이죠. 또한 “경상남북도에 고등학교가 3백74개나 있는데, 왜 하필 동지상고 동문들이 낙동강 사업을 휩쓰는가”라고 되묻고 있습니다.

<경북일보>는 사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분석된 자료를 제출해야 스스로를 ‘특정 이해집단을 감싸는 언론’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경북일보>에서도 그대로 인용됩니다. <경북일보>는 26일 사설 ‘4대강 사업 더 이상 흔들지 말라’를 통해 “이런 사업에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야당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그만두고 중대 국책사업의 성공적 추진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경북일보> 2009년 11월 26일자
<경북일보> 2009년 11월 26일자

<경북일보>는 언론의 시각이 아니라, 대통령의 고향, 동지상고 출신 건설업자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공익’, ‘견제와 균형감각’이 언론의 주요한 가치지만, 현재 4대강 사업과 관련 <영남일보>와 <경북일보>는 이 감각을 잃은 채, 언론사주,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입장에서 이를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축구 경기장, 경기의 원활한 진행 보다 특정 팀의 선수로 뛰고 있는 심판에게 ‘야유’라도 보내보지만, 찬반이 팽팽한 현안에 공정한 토론의 장을 제시하기 보다, 강자의 입장에서 편향된 정보로 이 사안을 편집하는 언론에게 독자는 ‘안타깝다’는 탄식 외에 무엇을 더 해야 할까요?





[평화뉴스 미디어 창 60]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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