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1년 7개월 전 통일부장관도 아닌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대북지원 3원칙을 밝힌 바 있다. 요약하면 1. 순수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은 북핵 등 정치적 문제와 관계없이 추진하며 2. 북한이 지원을 요청할 경우 이를 검토해 직접 지원 3. 식량 상황이 심각하다고 확인되거나 심각한 재해가 발생할 경우 식량지원을 추진한다는 것이었다.
대북지원업무를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통일부장관을 놔두고 외교통상부장관이 발표를 한 것도 이상하고 발표한 내용도 그 이후의 경과를 지켜보면 대북불지원 3원칙이 되어 버린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에 통일부를 없애려고 한 것을 보면 남북관계를 통일문제 민족문제적 시각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외교문제 국제문제적 시각으로 접근한 것임을 엿볼수 있었다. 그래서 이명박 정부는 남북관계를 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평화롭게 번영하는 통일조국의 대의를 위한 것 보다 현재의 정치적 손익관계를 중심으로 이념적 대결에 치중해 왔다고 볼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남북관계의 역주행을 해오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 대북지원사업에 약간의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8일 정부는 최근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신종플루를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타미플루 40만 명 분과 리렌자 10만 명 분을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측에 전달했다. 또 북측은 우리 정부의 이런 인도적 지원에 대해 "의약품을 보내준데 대해 남측에 감사함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의 북한 영·유아 지원사업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한국제이티에스·남북어린이어깨동무·어린이재단 등의 대북지원사업에 약 260억원 가량의 남북협력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반가운 일이다. 출범 후 1년 10개월 동안 남북관계는 커녕 대북인도적지원에 있어서도 인색을 넘어 전무한 기록을 남겼던 이명박 정부가 이처럼 입장을 바꾼 것은 환영할 일이다. 타미플루가 북으로 가서 혹시라도 타미플루를 처방받지 못해 죽을 수도 있는 환자를 살렸다면 우리정부의 지원이 북측 인민들의 생명을 살린것이 되는 것이다. 어린이 영양식과 기초의약품을 지원하는 민간단체의 활동에 260억원 가량의 남북협력기금을 같이 투입한 것은 또 북측의 어린 생명들의 불씨를 살리는 인도적 지원인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이런 인도적 지원이 남북관계 파탄을 묻는 여론에 떠밀린 ‘생색내기’가 아니려면 그리고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북미관계 진전에 혹시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몰라 ‘보험들기’적 성격이 아니려면 우리 정부는 ‘진심’으로 대북인도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의 거의 모든 분야가 차단되어 가고 있던 차에 북측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특사조의방문단’을 보냈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예방했으며 그 이후 남북적십자 회담을 통해 추석직전에 이산가족 상봉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북측의 식량지원 요구에 우리 정부는 옥수수 1만톤을 수입해서 보내겠다는 통보를 했고 ‘자존심 상한’ 북은 이를 거부했다. 전임정부 시절에 연평균 40만톤 가량의 대북쌀지원을 했고 그 이외에도 비료를 포함한 생필품등에 대한 지원이 계속되어 왔지만 현재까지 우리 정부의 손을 거친 식량지원은 되지 않고 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고는 해도 북측에 여전히 식량난이 존재하고 있고 WFP(세계식량계획)등의 국제구호단체나 남측의 민간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대북쌀지원을 촉구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외면하다가 최근에야 식량이 아닌 타미플루를 지원한 것이다. 똑같은 질병에도 정상적으로 잘 먹은 사람과 제대로 먹지 못한 사람의 면역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먹지 못해 기초체력이 약해진 북측의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신종플루 치료제인 타미플루보다 예방제일 수 있는 ‘쌀’이 먼저 갔어야 했던 것이다.
여러 보도들에 의하면 올해 하반기 남과 북은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물밑 접촉을 여러차례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지난번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일방적 연설’에서 밝힌 것 처럼 국군포로, 납치자문제 등이 조율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남과 북이 서로가 인정하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는 문제들이 어디 한두가지인가? 전임정부들이 다 잘한 것은 아니어도 적어도 서로에게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려 했던 것 그리고 일시적 부침은 있었어도 대화가 끊이지 않았던 것에 주목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발전 방안을 위해 남과북이 중국과 베트남들의 공장들을 돌아보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이런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대화가 지금 이 추위에 혹시라도 떨고 있을 북녘의 동포들에게 ‘생명’을 구할수 있는 단비가 될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평화와 통일]
오택진 / 6.15실천대경본부 사무처장.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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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 "끊이지 않아야 한다. 진심으로 돕고자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