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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그 해 2월의 온기
박창원 / 참교육 운동의 뿌리, 이목 선생님을 생각하며...
2010년 01월 29일 (금) 11:07:57 평화뉴스 pnnews@pn.or.kr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는다…’
그는 아침마다 어부사(漁夫辭)를 왼다. 그가 겪은 현실과 이상의 간극이 굴원과 어부가 나눈 대화에 맞닿아 있어서일까. 하지만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기억력을 유지하려고 ‘창랑가’로도 불리는 ‘어부사’를 암송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치매 방지용’ 치료제인 셈이다.

그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1922년에 났으니 올해로 구순에 이태가 빠진다. 그는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대구 사범학교를 나왔다. 그런 탓에 그는 교사가 되었다. 누구나 그렇듯이 무난한 삶을 살던 그에게 운명의 변화는 우연히 찾아왔다.

1960년 2월, 그는 경북대 사대부고 교사였다. 이즈음에 각 학교에서는 실과 과목을 농업에서 상업으로 바꾸기 시작했고, 때마침 이 학교와 인연이 닿아 의성에서 대구로 오게 된 것이다. 시골뜨기 교사에서 도시학교의 교사가 된 것이다.

2월의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둔 28일. 그날은 일요일이었다. 일요일은 당연히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나와 청소를 하느니, 토끼를 잡으러 가느니 부산을 떨었다. 이날 수성천 변에 예정돼 있는 야당의 부통령 후보 선거유세에 학생들이 참석하지 못하도록 교육당국이 등교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서는 수긍이 가지 않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도 출근을 해 운동장을 가로질러 본관 3층 교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그에게 이행우 라는 학생이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우리를 왜 말립니까. 정의와 민족을 위해서 희생을 각오하고서라도 싸워야한다고 가르치지 않았습니까?” 그의 말은 그의 가슴을 찢는 비수가 되었고 한편으로는 그의 가슴을 데우는 화롯불이 되었다. 대구의 2.28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뜨거워진 그의 숨결은 곧 교원 노동조합 결성으로 이어졌다. 5월 7일, 경북여고에 모인 40여명의 교사들과 함께 중등교원노동조합과 초등교원노동조합을 만들게 된다. 교육민주화를 위한 희망의 불을 붙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시밭길에 뛰어드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듬해 5,16 군사 쿠테타가 나고 한국교원노동조합 사무국장이었던 그는 군사재판에 넘겨져 10년 형을 선고받는다.

‘면회 할 때에도 어린 것 이름 한번 불러 보지 못하고, 안아보지 못하고! 아비 사랑에 굶주린 어린 것들을 당신의 사랑으로 감싸줘요. 집안 살림살이를 조리 있게 꾸려나가야 할 것이요. 생활 대책으로는 상업밖에 없을 것 같소. 가장 손쉬운 것이요…’(1962년 2월 27일)
아이와 생계걱정을 하며 감옥에서 사랑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다.

   
▲ '참교육 운동의 뿌리' 이목 선생(사진)과 2009년 5월에 펴낸 옥중 서간집 '붉은 담 안에서 전한 사연'

5년에 가까운 감옥생활로 ‘천상의 직업’으로 여겼던 교사생활은 더 이상 할 수 없었지만 장외의 선생님으로는 남았다. 그의 인생은 쭉 그해 2월의 따뜻한 온기를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다. 1989년에는 ‘한국교원노동조합 운동사’를, 2009년에는 ‘붉은 담 안에서 전한 사연’이라는 옥중 서간집을 펴내는 저력도 여기서 나왔다.

그는 여전히 열혈청년이다. 작년에 그를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 이름은 이목 선생님이다.
자신과 가족의 애환을 이야기 하면서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 아마도 오늘의 행복이나 불행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들렸다. 아니면 함부로 힘을 휘두르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인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올 겨울에는 기우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탓일까. 유난히 아프고 더 추웠던 것 같다. 그해 겨울보다도.

   





[주말에세이]
박창원 / 성서공동체 FM '박창원의 자드락길 세상' 제작.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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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푸른하늘
(220.XXX.XXX.156)
2010-01-29 13:13:33
참 좋은 글이네용. +ㅇ+
참 좋은 글이네용. +ㅇ+
전체기사의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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