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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졸브,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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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훈 /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겨눈 칼부터 내려놓아야"


해마다 3월이 되면 한미간 합동으로 대규모 군사훈련이 진행됩니다. 이 훈련은 이전에 실시되던 팀스피리트와 그 이후 이루어진 연합전시증원(RSOI) 연습을 대체하여 2008년부터 키리졸브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훈련은 2002년부터 한미연합군 야외기동훈련인 독수리 연습과 통합돼 실시되어 오고 있기 때문에 총괄 명칭은 키리졸브․독수리(KR/FE Key Resolve/Foal Eagle) 연습이라고 불립니다.

지난해 3.10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미8군 전용사격장에서 실시된 한.미 해병대의 시가지 전투훈련 모습 / 자료사진.통일뉴스
지난해 3.10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미8군 전용사격장에서 실시된 한.미 해병대의 시가지 전투훈련 모습 / 자료사진.통일뉴스

이 훈련은 올 해도 어김없이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우리 영토 전역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참가하는 병력은 주한미군 1만 8천명과 한국군 2만명 등 3만 8천명으로 지난해 미군 2만6천명과 한국군 2만여 명 등 5만여 명에 비해 양적인 면에서는 다소 축소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미연합사의 김영규 공보관은 이번 훈련에 돌입하는 성명에서 “다른 모든 한미 연습처럼 전투준비태세 능력을 강화해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기 위한 방어 중심의 연습”이라고 하면서 이번 훈련이 방어목적의 훈련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훈련을 둘러싼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으며 논란의 핵심은 한미당국이 주장하는 것처럼 이 훈련의 성격이 유사시를 대비한 연례적인 방어연습인가 아니면 일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다분히 전면전을 염두에 두고 북을 타격 대상으로 하는 공격적 훈련인가 하는 점입니다.

같은 군사훈련을 두고 왜 이토록 서로의 견해가 다른 것일까요? 왜 북측은 최근에 진행되던 군사대화를 중단하고 전군에 만반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는 등 이번 훈련에 촉각을 곤두세울까요? 이는 키리졸브 훈련이 바탕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6과 5027, 5029의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아도 그 윤곽이 바로 드러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전계획과 키리졸브 연습

키리졸브 연습에는 미 증원전력이 유사시에 한반도에 어떻게 상륙하여 전투를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연습의 내용은 작전계획에 의해 규정되고 작전계획의 작성과 함께 수립됩니다. 바로 작전계획에 따라 기본적인 훈련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이지요.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KR/FE)연습'의 하나로, 지난 2009년 3월 5일 경북 왜관 주한미군기지 캠프캐롤에서 진행된 '미육군 사전배치재고 불출훈련'. 이는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미리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쟁물자를 정비해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훈련이다. / 사진.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한.미연합 '키리졸브/독수리(KR/FE)연습'의 하나로, 지난 2009년 3월 5일 경북 왜관 주한미군기지 캠프캐롤에서 진행된 '미육군 사전배치재고 불출훈련'. 이는 유사시에 대비해 한국에 미리 배치돼 있는 미국의 전쟁물자를 정비해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훈련이다. / 사진. 통일뉴스 조성봉 기자


작전계획이란 "작계"로 줄여 부르기도 하고 유사시를 대비한 한미간의 공동 군운용 계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1급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인터넷등을 통해 일부 내용은 공개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하면 키리졸브 훈련은 작계 5026, 5027, 5029 등에 따라 수행되는 유사시 한미간 대규모의 병력 및 물자 증원, 전개 연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 전면전 시나리오인 작계 5027은 북한과의 전면전을 대비하여 미국이 주도적으로 작성하며 1,2년 마다 개정판이 나옵니다. 여기에는 북한전략목표 파괴(2단계), 북진 및 대규모 상륙작전(3단계), 북 지역의 점령과 통치 계획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98년판부터는 북이 전쟁을 일으키려는 징후가 포착되면 주요 군사목표를 선제 타격한다는 개념이 포함되었고 06년판부터 북의 핵, 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 전략을 담고 있습니다.

작계 5026은 제한적인 공중전 계획으로써 B-2 스텔스 폭격기 등을 동원해 700여개에 달하는 북의 전략 거점을 선별해 핀 포인트 공격으로 파괴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또 작계 5029는 북한 붕괴 계획으로써 북의 내부 소요나 심지어 천재지변과 같은 사태에도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는 주권침해의 여지가 다분한 도발적인 계획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군사훈련이 방어만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북을 다시 점령해야 할 미수복지로 간주하는 명백한 침략적 전쟁 계획입니다.

포항에서 진행되는 산악 및 시가전 훈련

키리졸브 훈련에는 매년 캠프무적(포항)에서 진행되는 한미해병대 산악,도시지역 훈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훈련의 목표는 산이 많은 북한, 특히 평양과 유사한 지형에서 해안 상륙작전과 내륙에서 전개될 시가전 및 각종 지상전술 훈련 등을 실시하여 북한 지역에서 지상작전 수행능력을 높이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구나 이 훈련에 참가하는 부대는 해외침략 선봉부대로 악명이 높은 미 제3해병대 제8연대 소속이며 한국부대 역시 서해안 방어임무를 수행하는 2사단이 아닌 상륙작전 전문인 해병대 1사단이 참여합니다. 키리졸브 훈련에 포함된 산악 및 시가전 훈련의 양상과 참가 부대의 성격으로 볼 때도 키 리졸브 연습이 대북 공격 연습임이라는 것이 한층 더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겨눈 칼부터 내려놓아야 대화의 실마리가 보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분단된 국가에서 살면서 항상적인 전쟁의 긴장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 결정에 따라 언제 위기가 고조될 지 모르는 항상적인 불안이 어쩌면 우리 삶의 저 밑바닥에 늘 전제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0.3.9.K2공군기지 앞) / 사진.대구경북진보연대
"키리졸브/독수리훈련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0.3.9.K2공군기지 앞) / 사진.대구경북진보연대

언제 전쟁이 일어날 지 모르는 불안정한 분단 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의 체제로 바꾸기 위해 남과 북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해 왔습니다. 그러나 대화와 긴장의 국면은 끊임없이 반복되어 왔으며 우리들 대부분은 그 근본적인 이유가 북의 호전적인 입장에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북을 적으로 규정하고 북 정권 제거를 목적으로 한 대규모 한미합동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지금.. 진정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해봅니다. 북의 탓만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모습도 성찰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뒤에서는 목에 칼을 대고 있는 바로 우리의 모습이 또 다시 한반도를 전쟁의 긴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맑았다 흐렸다 눈과 비가 오락가락 내리고 있는 지금.. 다시 한 번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




 

[평화와 통일]
서영훈 / 대구경북진보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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