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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과 혼외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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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출산율 높은 프랑스의 획기적 제도를 보며"

우리나라 여성들이 일생동안 낳는 아이의 수가 세계 최하위 수준이란다. 그래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마다 출산율을 높이는 벼라 별 대책을 내 놓고 있다. 신문과 방송 같은 대중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한다. 전경련에서도 출산장려책으로 조세제도를 대폭 손질하여 결혼이나 출산 이후의 세 부담을 미혼 때보다 크게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옛날 로마도 그런 류의 출산장려책을 썼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언론매체들이 프랑스의 출산율이 2.0명으로, 유럽에서 1위에 올랐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우리도 프랑스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을 본받자고 외쳐댄다. ‘저출산 극복한 프랑스를 배우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은 어느 신문은 특파원 리포트를 통해 프랑스의 적극적인 출산장려정책을 온통 경제적인 지원일변도로 소개한다. 그 한 구절을 보자.

"출산장려를 포함한 가족정책에 쏟아 붓는 프랑스 예산은 국내총생산의 3%에 달한다. 임신부터 아이가 성인이 될 때가지 각종 보조금이 끊이지 않는다. 임산하면 바로 특별수당을 지급하고, 출산 여성이 휴직할 경우 3년간 매달 500유로 안팎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2명이상의 자녀를 둔 경우에도 별도의 수당이 있으며, 편부모수당과 개학수당 등 다양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보도에는 출산율을 높이려는 프랑스 정부의 획기적이며, 혁명적이랄 수 있는 조처들에 대한 언급이 빠져있다. 그런 조처의 대표적인 것이 동거커플을 결혼한 부부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주는 PACS라는 제도이다. 최근에 도입된 이 법률은 결혼 없이 함께 사는 커플들에게 세금공제를 비롯한 유산상속과 연금․보험혜택을 정식부부와 같은 수준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이다.

 이 같은 제도가 필연적으로 도입될 수밖에 없었던 사회적 배경은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커플이 크게 늘어나고, 이들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도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제도로는 동거 커플이나 이들에게서 태어나는 아이들에 대한 제도적.사회적 혜택을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없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정식결혼하지 않은 이른바 혼외출산 비율은 40% 전후가 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 2006.『엑소더스 코리아』.집사재. P281.)

 이런 자료는 혼외출산을 인정해주는 제도적 조처가 출산율의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약 35만 건의 유산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하는 자료가 있다. 이 중에는 건강상의 이유 때문이 아닌, 다른 이유의 유산이 많이 포함돼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사회에서 혼외출산에 대한 거부감은 아직도 대단하다. 그리고 혼외출산이라는 엄청난 가치관 내지 도덕관의 혼란을 무릎서고라도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직은 별로 없다.

그러나 출산율이 높은 남의 나라들이 어떻게 출산율을 높였는지를 분석하는 잣대만은 정확해야 한다. 경제적인 지원만으로 출산율을 획기적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보도태도는 정책에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가정에서만 양육할 아이가 많아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 한때 미국에서 아동수당을 많이 지급했더니, 저소득 흑인 층의 아이수가 엄청나게 늘더라는 전례도 참고해야 한다. 






[김상태 칼럼 3]
김상태 /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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