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을 보는 너무 다른 지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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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영남, "수질 좋아져..새역사 만들자" / 부산일보 "끝없는 신음소리"



종교계가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4대강 사업에 본격적으로 반기를 들었고, 정부의 4대강 홍보는 허용하되 4대강 반대 캠페인은 불허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한겨레>, <경향>, 민주당 의원들이 현장 취재와 국정질의를 통해 공사현장의 각종 문제점을 여론화하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점차 탄력을 받자, 다급한 정부는 20일 ‘4대강 살리기 중간 점검회의’라는 이름의 긴급 당정회의를 열고 현 상황의 원인을 ‘홍보부족’으로 진단하고 홍보총력전을 벌인다고 합니다.

한겨레 2010년 4월 9일자 1면
한겨레 2010년 4월 9일자 1면

4대강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는 대구경북권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겨레신문> 4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달성보 완성땐 성서공단이 침수할 우려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제기되었지만, 수자원공사에서는 ‘문제없다’며 검증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겨레 2010년 4월 23일자
한겨레 2010년 4월 23일자

민주당 김상희 의원(환경노동위)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치 낙동강 수질측정망 자료를 분석한 결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건설되는 8개 보 주변의 부유물질 농도가 평소 수준의 1.5~3.6배까지 상승했다”고 밝히면서 “달성보와 합천보가 건설되는 낙동강 하류 일부 구간은 이미 환경부의 부유물질 중권역 목표수질기준인 25㎎/ℓ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편 <부산일보> 4월 19일, 20일 각각 1면에는 “상주보에서 함안보에 이르기까지 오탁방지막과 침사지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흙탕물이 쉴새 없이 아래로 흐르고 있었고, 낙동강 달성보 상류에도 중금속 섞인 ‘검은 오니토’가 발견되었다는 국회 기자회견내용이 주요하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4대강 홍보 <매일신문>, <영남일보> vs <부산일보>

이런 기사들을 읽고 있으면 낙동강 경북권 구간에 곧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낙동강 상주구간 순례에 참석했던 한 선배는 “준설토를 방치해 낙동강변에 부는 황사모래바람이 장난이 아니다”라며 “성서공단, 강 근처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피해가 클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관련 홍보총력전을 계획했던 20일 즈음에, 낙동강 중상류에서 발행되는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낙동강 하류지역 신문인 <부산일보>의 행보는 사뭇 달랐습니다.

결론부터 요약하면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정부의 4대강 홍보 쪽에 무게를 둔데 반해, <부산일보>는 기자들이 직접 낙동강공사구간을 답사하면서 현장 기사와 함께 이 사업에 대한 찬반양론을 제시하면서 독자에게 최종 판단을 맡기고 있었습니다.

<영남일보>, 정부 해명에 지나치게 올인

4대강 공사현장의 생태문제, 시민과 골재노조의 생존권 요구, 이 사업의 법제도적 한계 등에 대해 거의 지면할애가 없었던 <영남일보>는 4월 19일, 22일 각각 정부측 해명에 무게를 둔 둔 기고문과 기획시리즈를 시작합니다.

영남일보 2010년 4월 19일자
영남일보 2010년 4월 19일자

4월 19일 남광희 대구지방환경청장 기고문 <4대강 살리기, 反환경·親환경 논란에 대하여>를 통해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 일부 단체에서 수질을 오염시키고 수생태계를 파괴한다고 주장한다”라며 “상반된 두가지 입장을 살펴봄으로써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의 실체를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첫번째 보를 설치할 경우 물 흐름이 정체되어 수질이 악화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수량이 늘어나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수질개선 효과를 간과하는 것, 두 번째 수생태계 파괴에 대해선 보호가치가 큰 습지는 보전하고, 불가피한 경우 대체습지를 조성하며, 멸종위기의 물고기를 증식, 복원하여 방류하고,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도록 자연친화적인 어도(魚道)를 설치한다”고 주장하고 있더군요.

또한 <영남일보>는 22일부터 <첫 삽뜬 낙동강, 새역사를 만들자>시리즈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편집자주에는 “4대강 정비사업이 본격 진행되면서 낙동강 살리기도 탄력을 받았다. 그럼에도 최근 천주교 주교단의 성명 발표를 비롯해 환경파괴 등을 우려한 반대론자들의 공사 중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며 “낙동강 사업이 원래 계획대로 환경을 지키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사 초반상황을 긴급 점검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영남일보 2010년 4월 22일자 7면
영남일보 2010년 4월 22일자 7면

하지만 첫 번째 기사 <1. 4대강 사업 어디까지 왔나/工期전쟁…보 설치 16개 공구 24시간 ‘쿵쿵’>에는 △ 낙동강사업 공정율 △ 보현산, 영주댐 건설 진해상황 △ 달성보 둘러싼 의혹과 해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달성보 둘러싼 의혹과 해명>에는 중간제목을 “아연, 비소 농도는 적정수치, 준설토 오염도 기준치 이내, 완공후 지하수위 상승 미미>등으로 편집, 의혹보다는 해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영남일보>는 지난 세월동안 낙동강 공사구간에 발생하는 농민들과 골재노동자의 민원, 공사수주에서 발생한 건설사 담합, 낙동강 700리 평가를 단 3일만에 끝낸 환경평가 문제, 달성보에서 발견된 오니, 공사 소음으로 달성군에서 ‘공사 중지’, 낙동강 준설토로 인한 서민 생계, 방치된 준설토로 인한 ‘황사’현상 등에 대해 거의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인 지면구성으로 보면 현안은 거의 보도하지 않은 채 20여일을 기점으로 정부여당측 해명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한 <영남일보>의 기사방향은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습니다. 

다만 24일 토요일 <칼럼 : 4대강 사업 문제 있다>에서 김영현 대구가톨릭대 신학대학교수가 “멸종위기 동식물인 표범장지뱀과 단양쑥부쟁이의 발견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정부의 부실함을 드러냈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정부여당 측에 지나치게 기울어진 <영남일보>보도방향에 가려 채 빛을 발하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매일신문>vs <부산일보>, 너무 다르다.


같은 석간신문인 <매일신문>과 <부산일보>의 4월 20일 1면은 무척 대조적입니다. 

<매일신문>(왼쪽)과 <부산일보> 2010년 4월 20일자 1면
<매일신문>(왼쪽)과 <부산일보> 2010년 4월 20일자 1면

<매일신문>은 낙동강 등 전국 4대강 수질이 좋아졌다는 국토해양부 자료를 편집했고, <부산일보>는 낙동강 달성보 상류 쪽에 중금속이 섞인 ‘검은 오니토’가 발견되었다며 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국회 기자회견 내용을 머리기사로 배치했습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뒤로 갈수록 유지되는데요.

<매일신문> 2010년 4월 23일자 4면
<매일신문> 2010년 4월 23일자 4면
<매일신문>은 22일 <4대강 사업은 녹색뉴딜 프로젝트/이 대통령, 환경글로벌 기업 정상회의서 연설>, 23일 <“낙동강 사업에 지역업체 참여 확대”/한나라 국토해양위 의원들 달성 강정보 방문>를 통해 정부 여당측 주장에 또다시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4대강 사업은 녹색뉴딜 프로젝트/이 대통령, 환경글로벌 기업 정상회의서 연설>에선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4차 환경을 위한 글로벌 기업 정상회의'에 참석, 기조연설한 내용을 주요하게 배치했습니다.

또, 23일 <“낙동강 사업에 지역업체 참여 확대”>에선  “국토해양위 소속 국회의원 5명이 22일 달성군 강정보를 방문, 낙동강 공사진행사항을 보고받고, 우수기 홍수대책, 퇴적·준설토 등 환경문제, 일자리 창출 등에 대해 물었고”, 국토부 관계자의 해명이 비슷한 분량으로 편집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산일보>는 이 두신문과 상당히 다른 형태로 지면을 구성하고 있었습니다.

<부산일보> 2010년 4월 19일자 1면
<부산일보> 2010년 4월 19일자 1면

<부산일보>는 4월 19일부터 <낙동강사업, 환경재앙인가 녹색축복인가>시리즈를 연재합니다.  부산일보는 12일~14일까지 ‘생명그물’이준경 정책실장, 습지와 새들의 친구 김경철 습지보전국장 등 환경단체 전문가 관계자들과 함께 경북 안동시 영가대교 인근에서 최하류인 부산 삼락·염막 둔치에 이르는 낙동강 수계 250여㎞에 대한 현장취재를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상> 생태계 심각한 훼손 우려 (4월 19일), <중> 4대강 가뭄, 홍수 예방효과와 온란(20일), <하> 거세지는 피해 농가 반발 (21일)등을 편집했고, 19일<수질과 생태계 파괴 속속 드러나는 낙동강 사업>, 24일 사설<낙동강 사업, 중금속 퇴적토에 흙탕물까지>을 통해 “정부는 ‘대통령 임기 내 사업 완료’라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산일보 <낙동강사업, 환경재앙인가 녹색축복인가> 시리즈 / 부산일보 2010년 4월 19일자, 20일자, 21일자
부산일보 <낙동강사업, 환경재앙인가 녹색축복인가> 시리즈 / 부산일보 2010년 4월 19일자, 20일자, 21일자

뚜렷한 정치쟁점이 없다고 했던 6.2지방선거. 하지만 몇몇 언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민들은 4대강, 세종시, 무상급식, 천안함사태 등이 이번 투표에 영향을 미칠 이슈라고 응답하고 있습니다. 
지역 유권자에게 질문 드리고 싶습니다.

<매일신문>과 <영남일보> 4대강 관련 기사가 6월 2일 지방선거에 표심을 결정하는데 과연 도움이 됩니까? 아니면 <부산일보>가 유익합니까? 대구경북권 자치단체 후보자들은 왜 지역 언론이 아닌 부산 지역 언론을 통해 낙동강공사현장 뉴스를 읽어야 할까요?






[평화뉴스 미디어창 80]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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