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이후 많은 언론에서 쏟아낸 ‘아바타’기사 대부분은 흥행돌풍, 제작비, 신기술 등이었습니다. 물론 간간히 ‘아바타’속에 담긴 자연과 조화, 생태적 메시지를 전하는 평론도 있긴 했지만, 이 영화의 수익률과 관객수를 경쟁처럼 보도하는 뉴스에 밀려버린 것 같습니다.
1월 4일 폭설로 대구의 길이 꽁꽁 얼어버린 날, 정말 우연하게 ‘아바타’를 봤습니다.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 영상문법 등등 이외에 저 영화에 주인공 몇 명 바꾸면 한국사회 최대 갈등인 4대강 사업논란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도라성 나비(Na’vi)족
현 정부가 속도전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강 사업, 개발지상주의자들의 이기주의적 사고, 자연과 인간, 사물과 조화와 교감보다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간의 몰상식한 욕심 등등. 영화 속 머나먼 행성 판도라 토착민 ‘나비(Na’vi)’족이 승리하고 삶의 터전을 지켜내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다소 지구인식으로 단어를 붙여본다면 자연과 교감, 연대, 믿음, 조화 등등의 단어였던 것 같습니다.
2시간 여동안 영화 속 감흥에서 깨어 제가 발 딛고 있는 현실로 돌아와봤습니다.
언론자유 후퇴, 민주주의 후퇴, 인권후퇴 등등, 지속가능한 발전과 조화 등의 가치보다는 ‘후퇴’, ‘퇴보’란 우울한 단어들이 온통 주변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최첨단 거대한 장비로 무장했던 지구인들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그들로 인해 가까스로 기반을 닦아놓은 제도와 문화가 무너지는 듯한 공포에 휩싸일 수도 있습니다.
언론상황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언론 보도 흐름의 변화, 개혁적 언론인의 인사보복조치, 대통령 특보의 언론기관장 선임, 정부광고에 목매는 일부 언론, 그런 언론에 당근질하는 문화관광부 등.
판도라성 ‘나비(Na’vi)’족은 지구인의 공격에 처음에는 공포스러워했지만, 다음단계에서 연대와 네트워크 저항의 몸짓을 함께 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누렸던 많은 시스템, 한국사회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위해 기반을 다졌던 시스템의 균열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껏 약했던 ‘연대, 네트워크’영역을 조금 더 강화 아니면 조금만 방향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연합뉴스 "한쪽만 너무 깊이 팠다"
예년에 비해 빈도가 조금씩 늘고 있는 언론인들의 ‘자기반성’은 언론 소비자 또는 수용자에게 꽤나 신선한 자극제로 작용합니다. ‘언론이 만든 세상’을 벗어나 이면에 숨겨진 사실과 진실에 접근할 수 있는 언론소비자 또는 시청자의 시각을 한 단계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연말부터 2010년 새해가 밝은 지금, 숨도 쉬지 못할 속도전으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4대강 사업과 이를 더욱 부추기는 언론들로 인해 무엇이 진실인지 꽤나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는 지난해 10월 7일 발표한 보고서에 자사에서 보도했던 ‘닻올린 4대강’ 시리즈 기사 8건이 지나치게 정부측에 치우쳐있다는 반성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주요내용을 보면 “이 특집은 `닻올린 4대강’이란 전체 제목 아래 ▲한강이 다시 숨쉰다 ▲수달과 학이 함께 살 남한강 ▲금강 살려 백제문화도 복원 ▲금강 맑게 해새만금 살린다 ▲영산강, 새로운 `젖줄’될까 ▲경북 낙동강 `친환경수계’변신 ▲경남권 낙동강, 홍수 끝낸다 ▲서부산낙동강 친수공간 기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보위에선 "무엇보다 이런 개별 기사 제목 자체가 어느 누구도 그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힘든 `4대강 살리기’사업을 장밋빛으로 묘사함으로써 의도했건 하지 않았건, 이 사업이 끝난 뒤 한반도의 모습을 낙관적으로 설정하려 했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특집기사는 이런 균형 감각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한쪽 시각만을 담으려 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며 회사측에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KBS "안 하느니만 못한 4대 강 연속기획"
연말 즈음에 KBS 기자회 뉴스모니터단에서 발표했던 ‘보도 반성’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지난 해 12월 23일 KBS 기자들의 모임인 KBS 기자협회 뉴스모티터단은 자신들의 블러그를 통해 KBS뉴스의 1년을 되돌아 보고 대표적인 문제점들을 10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발표했는데요. 그 중 ‘안 하느니만 못한 4대 강 연속기획’ 부분이 눈에 뜁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지난 9월 4대 강 연속기획이 다섯 편에 걸쳐 방송됐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안 하느니만 못한 것이 되고 말았다. 4대강 사업의 최대 쟁점의 하나로 거론되는 예산 문제를 다룬 <4대 강 예산 어떻게 마련하나?>는 당초 계획에 따르면 다섯째 날인 9월 18일(금) 방송될 예정이었지만, 해당 팀장이 원고 승인을 거부해 결국 방송 예정 당일 회의 자료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후 4대 강 문제는 줄곧 비판적인 내용의 뉴스를 누락시키는 압력으로 얼룩졌다. 9월 19일 행정복지팀에서 준비한 ‘4대강 점검, 철새 날아왔는데…’가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9시 뉴스에서 빠졌고, 22일 제작된 기획 리포트 ‘습지 훼손 우려…생태계 정밀 조사 필요’는 9시 뉴스는 물론 다음 날 어느 뉴스에도 방영되지 않았다. 4대 강 관련 취재를 하는 공영방송 기자에게 “아니, KBS가 왜 이렇게 꼬치꼬치 따져 묻는 거예요?”라고 되물었다는 국토해양부 4대강본부 정책총괄팀장의 적반하장은 노숙인보다도 못한 대접을 받는 KBS 저널리즘의 몰골을 보여준다.
그렇습니다.
예년에는 언론이 보도나 프로그램를 통해서 시민과 소통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자체가 권력친화적으로 바뀌고, 언론과 시민간에 직접소통에 다소 문제가 생겼다면, 방법을 약간 변경해보면 어떨까요?
언론사 제작자들간에 ‘억울하다’, ‘더러운 세상’이라며 술자리 담론으로 그칠 이야기들, 기자협회, PD협회, 언론노조들간에 추상적인 성명과 논평 등으로, 아니면 비공개 간담회 자료만으로 머물 수 있는 ‘언론의 자기반성’ 사실들을 시민들과 적극 소통하고 공유하면 어떻겠습니까?
선출된 권력, 그들의 힘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시민입니다.
참으로 도덕교과서적인 이야기같지만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변화의 주요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의식과 자각, 시각을 깨고 자극제로 될 수 있는 요인들이 다양하게 제시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언론인의 자기반성’ 또한 주요한 화두가 될 것 같습니다.
판도라 토착민 ‘나비(Na’vi)’족은 자연과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 흐름을 교감하고 대화하고 소통합니다. 제도와 시스템의 후퇴, 특히 언론자유의 퇴보를 다시 되돌리기 위해서는 언론인 자신들만의 싸움도 중요하지만, 당신들의 만든 언론 상품의 소비자 또는 수용자가 되는, 최고의 든든한 후원인 시민과도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도 주요한 전술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2010년 새해, ‘소통’의 철학과 방법을 새롭게 생각해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64]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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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미옥 / KBS.연합뉴스 '자기 반성'..."한쪽만 너무 깊이 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