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을 해서라도 앞서 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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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위장전입,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 기회를 준다면"


“부모는 함께 가라 하고 학부모는 앞서 가라 합니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 요즘 자주 듣는 공익광고의 일부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 광고에 공감하는 걸 보면 사람에게는 함께 가려는 본성이 있는 듯합니다. 그런데 왜 실제로는 다들 남을 추월하려고 기를 쓰는 걸까요?

반칙을 해서라도 앞서 간 사람들

이 공익광고에 화답하듯이 이명박 대통령도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만들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1주일 고위공직 후보자 국회 청문회 과정을 보면, 대통령이 고른 사람들인데도 함께 가는 사회, 공정한 사회와는 거리가 멉니다.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총리 후보자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이 자진 사퇴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이들의 허물 가운데 다른 것은 관두고 고위직이 되기 위한 공통필수 과목이라는 위장전입만 보겠습니다. 위장전입자는 법에 따른 처벌은 말할 것도 없고 시효가 지났더라도 아예 고위직에서 제외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현행법상 위장전입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협박에 맞먹습니다. 만일 다른 사람을 협박해서 이익을 챙긴 전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위공직을 맡을 자격이 있겠습니까? 이런 사람에게 권력을 쥐어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후보에게도 기회를 준다고 하면 조건이 필요합니다. 죄송하다면서 은근 슬쩍 넘어가서는 안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뉘우쳐야 하고 그 외에 ‘최소한’ 다음 두 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나는 범죄가 적발되었다고 할 때 받았을 처벌에 상응하는 불이익을 받아야 하고 또 하나는 반칙으로 얻은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위 공직을 허용하려면

위장전입의 동기는 대체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어 자신이 앞서 가고 또 교육 특혜를 받아 자녀까지 앞서 가게 하려는 데 있습니다. 두 가지 동기별로 구체적인 조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부동산 재테크를 위한 위장전입이라면 비교적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시효를 넘긴 범죄자를 교도소에 보낼 방법은 없으니까 벌금 한도인 1천만 원을 공익기금에 기부하도록 합니다. 그리고 과거에 본인과 가족이 부동산을 통해 얻은 모든 불로소득을 공익기금에 기부합니다. 또 현재 본인과 가족이 소유하는 부동산 중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을 백지신탁하고 퇴임 후에 취득가격과 그 이자만 돌려받도록 합니다.

자녀교육을 위한 위장전입의 경우는 좀 복잡합니다. 위장전입을 통해 자녀가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교육의 이익은 그 사람 자체와 일체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부동산처럼 이익을 환원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신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역시 1천만 원을 공익기금에 기부하고, 당해 고위 공직에서 퇴임 한 후 5년 이내에 1년간 사회봉사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기부금으로 조성된 공익기금은 함께 가는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사회봉사도 교육의 기회균등에 기여하는 내용이면 좋겠습니다.

조건이 너무 무릅니까? 가혹합니까?

대부분의 독자는 제가 제시한 조건이 너무 무르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은 고위 공직자 후보에 오른 높은 신분이지만 과거에는 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십시오. 거대한 사회제도 앞에서 개인은 약하다는 점을 인정해주면 안 될까요?

반면 당사자는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투기는 남의 돈을 가로채는 것과 다름없으며 불법 취학은 자기 자녀를 앞서 가게 하려고 그 만큼 다른 자녀를 부당하게 밀어내는 행위입니다. 모두 공정한 사회로 가는 길에 재를 뿌리는 행위입니다.

끝으로, 정부에 간곡히 당부합니다. ‘공정한 사회’가 말장난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위장전입을 할 이유가 아예 없는 제도부터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부동산에서 투기이익이 생기지 않는 제도, 거주지와 무관하게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보장하는 제도를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김윤상 칼럼 32]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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