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보도, 피해자 인권에 충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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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숙 소장 "기자는 흥미성 얘기를...경찰의 피해자 조사방식도 문제"


"성폭력 사건 보도에서 피해자의 이름을 명명하거나, 팩트 중심이 아닌 흥행성 위주로 보도 되는 경우가 많다"

대구한상담연구소 조윤숙 소장 (전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9월 2일 참언론대구시민연대 교육실에서 열린 <인권의 눈으로 본 언론> 교육 1일차 '성폭력 사건 보도와 인권' 강의에서 성폭력 사건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교육에는 대학생, 노인지킴이, 시민단체 회원 등 20여명이 참석해 오후 7시 30분부터 10시까지 진행됐다. 

언론, 왜 '가해자' 아닌 '피해자' 이름 거론하나

조 소장은 "최근 전국민의 관심사가 된 일명 '나영이 사건'이 처음 보도 될 때, 가해자 조두순이 아닌 피해자 나영이의 이름이 제목에 거론되었다"며 "비록 가명이었지만 이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나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상처를 입었고, 이는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2009년 10월 14일자 10면(왼쪽) / 한겨레 2009년 12월 16일자 10면
조선일보 2009년 10월 14일자 10면(왼쪽) / 한겨레 2009년 12월 16일자 10면

또, "사건이 제대로 보도가 되는지, 잘 못 보도가 되는지 등을 시민들이 알기 위해서는 '성폭력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잘못된 통념 바로 잡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교육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언론의 '흥행성 위주 보도'와 '피해자 인권보호 미흡'에 대해 지적했다.

'비밀보장'...보도는 '알 수 있게'...따지면 '발뺌'

조윤숙 소장
조윤숙 소장
"모 초등학교에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한 방송사에서 학교명은 모자이크로 가렸으나, 그 학교의 운동장과 아이들의 체육복을 찍어 그대로 내보내는 바람에 어느 초등학교라는 것을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게 됐다"며 "다른 학교 학부모들이 '‘그 학교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에 우리아이는 보내지 않겠다'고 반발하는 등 해당 초등학교 학생들이 성폭력 피해자라는 주변의 인식 때문에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언론에서 피해자의 가족들과 인터뷰를 하고싶어 한다"며 "그러나 기자들이 처음에는 모자이크 처리나 비밀보장을 내세워 설득시키지만, 방송에서 보면 누군지 다 알만하게 나오는 등 피해자의 인권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 "해당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따지면 '죄송하다',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됐다'며 발뺌한다"고 말했다.

"기자들, 흥미성 이야기 원해...이용당한 느낌마저"

조 소장은 이에 대해 "취재기자들은 다른 기자들과 경쟁관계에 있기 때문에, 일명 '특종'을 위해 사건의 뒷이야기나 흥미성 이야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성폭력 사건은 이슈화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 후 없어지는 것 같아 오히려 피해자가 언론에 이용당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성폭력은 억제할 수 없는 성욕으로 인해 일어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잘못된 사회적 통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성폭력의 75%는 아는 사람에 의한 계획적 범행"이라며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약자에게 자신의 분노나 화를 표출하는 폭력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정부차원에서 논의가 되고있는 '화학적 거세'는 성폭력을 단순 성욕에 의한 것으로만 판단하는 잘못된 통념 때문"이라며 "성폭력 재발방지를 위해선 가해자들이 건강하게 자기 분노나 화를 풀수있는 방법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권의 눈으로 본 언론' 교육(2010.9.2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인권의 눈으로 본 언론' 교육(2010.9.2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인턴기자

성폭력에 대한 또 다른 잘못된 통념에 대해 "성폭력은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오히려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현실에 쉽게 피해사실을 털어놓지 않아 성폭력 사건이 은폐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폭력 사건, 경찰 조사방식도 문제

이어, 경찰의 조사 방식에 대해서도 "도둑이 들었을 때 '피해액이 얼마인가'를 묻지, '왜 방범창을 설치하지 않았나' 또는 '왜 경비업체와 계약하지 않았나'를 묻지 않는다"며 "그에 반해 성폭력 피해자에게는 '왜 늦게 들어갔나', '왜 창문을 열어놓고 잤나', '이전에 성 경험이 있는가' 등을 묻는다"고 말했다. 조 소장은 "이 역시 잘못된 통념으로 인해 성폭력 사건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닌 성행위에 초점을 맞춘 잘못된 통념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언론은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사실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고 언론이 공정한 보도를 할 수 있게 우리가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성인권에 관한 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오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앞으로 잘 감시해주길 부탁한다"며 교육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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