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20.4.3 금 23:41
> 뉴스 > 언론/미디어 | 박창원의 인
   
결혼하고픈 맘 이혼하고픈 맘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③ / 언론노조...검은 까마귀 흰 까마귀
2010년 09월 29일 (수) 09:30:22 평화뉴스 pnnews@pn.or.kr

"어느 누구와는 결혼하고 싶다가 또 다른 누구와는 이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되더군요. 한솥밥을 먹는 동료들인데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1988년 노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노사 협상과정, 성명서 파동, 해직, 소송, 복직으로 이어지는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흔히들 절박한 상황이 벌어지면 평소에 몰랐던 속내가 드러난다고들 하지요. 그는 이런 상황에 대해 동료들로부터 희망과 실망을 동시에 맞보게 되었다고 에둘러 말합니다.

“지난 2008년 5월 중국 쓰촨(四川)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이 있었지요. 지진 이후 살아남은 사람들은 결혼뿐만 아니라 이혼도 늘었다고 합니다. 지진이란 큰 재난이 부부 애증의 시험대 역할을 한 셈이지요.” 아마도 그는 노조활동을 둘러싸고 벌어진 일들이 동료들 간에 그 나름대로의 시험대 몫을 했다는 생각을 합니다.

   
▲ 우호성(61)님

쓰촨 대지진 이후 결혼하는 사람들은 생명의 소중함을 깨우쳐 행복을 찾는 조건으로 혼인을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반면에 지진이 일어나자 가족을 내팽개치고 혼자 살겠다고 뛰쳐나간 상대를 본 사람들, 그들은 신뢰를 잃어 이혼 쪽으로 기운다는 것입니다. 심리치료사들의 분석이라고 하지만 영 다른 소리 같지는 않습니다.

말하자면 그는 생각과 행동의 같고 다름을 이야기 하려는 듯합니다.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계기로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삶의 겉과 안을 들여다보는 기회를 가졌다고 합니다. 절박한 상황에서 사회적 인생의 포장지와 내용물이 언제나처럼 조화되는지, 따로 노는지를 느끼게 된 것이지요. 그는 ‘매일신문노조 20년사’에서도 이런 생각을 드러낸 적이 있습니다.

노동조합에 언론이란 말이 접두어로 붙으면 조금은 특별함이 묻어나는 듯합니다. 언론의 사회적인 기능이나 역할이 더해진 때문이겠지요. 때로는 노사 갈등이 내부를 벗어나 사회 문제로 연결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6.10 민주화 항쟁이후 언론노동조합 결성이 잇따르고, 그가 이런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1990년 4월 노보를 통해 ‘대구 서갑구 보선․KBS사태 등을 보도함에 있어서 누락․축소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등의 문제 제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는 5공청산 등과 맞물려 서구 갑의 정호용 의원이 같은 해 1월 사퇴한 뒤 다시 출마를 준비하는 등 잡음이 많은 때였습니다.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내용 등을 담은 ‘현 매일신문 사태에 대한 우리의 결의’라는 성명서는 그의 발목을 잡는 단초가 되었습니다. 해직과 복직 끝에 매일신문을 나온 그는 92년 경향신문 영남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5년을 더 일합니다. 그리고 98년 언론계를 떠난 뒤로는 15년 동안 문턱이 닿도록 다니던 그 신문사에 지금껏 2~3번 갔을 정도로 관심을 끊습니다.

“검은 까마귀인줄 알았는데 흰 까마귀인 것을 알았을 때의 기쁨은 참으로 컸습니다. 그보다 흰 까마귀인줄 알았는데 검거나 회색 까마귀인 것을 알아차렸을 때의 실망은 더 컸습니다.”

시대적으로도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던 그 시절, 그 역시 언론노조활동을 하면서 기쁨과 실망을 함께 녹였습니다. 그는 검거나 흰 까마귀를 탓하지 않습니다. 아니 탓할 이유도 없습니다. 외부로부터 위협이 가해지면 가림색으로 바꾸는 생물의 보호색을 인정하듯이 말입니다. 다만 보호색 또한 유효기간이 없지는 않겠지요.

   


[박창원의 인(人) 28]
여섯 번째 연재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③
글.사진 / 평화뉴스 박창원 객원기자



'곡주사 이모'와 '하회마을 뱃사공', 노동운동가 '장명숙 세실리아',
'장승쟁이 김종흥', '고서 일생 박창호' 에 이은 <박창원의 인(人)> 여섯 번째 연재입니다.
매일신문 기자로 해고와 복직을 겪고 경향신문 영남본부장을 지낸 '사주쟁이 기자' 우호성(61)님의 이야기입니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요즘 '사주쟁이' 우호성님과 사연 있으신 독자들의 글도 함께 싣고자 합니다.
- 사연 보내실 곳 : 평화뉴스 pnnews@pn.or.kr / 053-292-6150 

이 글이 좋으시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 ‘애사’(愛社)와 ‘해사’(害社) 사이· 신부님은 왜 원수를 사랑하지 않았을까요?
평화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평화뉴스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신문윤리강령과 신문윤리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