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신공항' 보도, 정보 편식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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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애매한 원칙 / 전국지 '신공항 우려' 편식 / 지역신문 '지지 확산' 과장


1. 이명박 대통령 ‘신공항’ | 애매한 원칙 뿐

신공항 공약이 현실이 될지 말지, 올 상반기가 되면 결정될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이 그렇네요. 지금까지 신공항 입지선정 발표가 예정된 시점마다 지역언론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사실 전국일간지들은 미지근했거든요.

그런데 올 초부터 신공항 문제가 전국 현안이 되고, 언론의 관심, 청와대 및 국토해양부의 ‘확답’에 지난 20일 대통령의 기자간담회까지. 정치권에서도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신공항 입지 발표는 이미 두 번이나 미루어진 바가 있습니다. 국토해양부는 2008년 3월 국토연구원에 ‘동남권 신공항 개발의 타당성 및 입지조사’ 용역을 주고, 2009년 9월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지역의 격한 대립 때문에 3개월 뒤 즉 연말로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해인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표했을 경우 표심의 행방을 점치기 어려웠기 때문에 한번 더 발표를 연기한 것이 2011년 3월입니다.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던진 애매한 원칙 ‘상반기 중에 결정’한다는 말을 두고 해석이 분분한데요. 대통령은 끊임없이 ‘국책사업은 정치논리에서 배제되어야 한다’, ‘정치적 결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지난 과정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애매한 원칙만 강조하지 마시고, 지난 몇 해 동안 이 정책이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흘러왔는지 뒤돌아봐주셨으면 합니다.

2. 전국일간지 ‘신공항 우려’ | 정보 편식

수도권 과제가 아니면 별 관심을 두지 않던 전국일간지가 ‘신공항문제’를 거론하기 시작할 때 예상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무용론?’, ‘예산 낭비?’ 그것도 아니면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존의 지방공항의 문제점을 거론하면서 신공항도 같은 흐름으로 매도하려는 것.

<중앙일보> 2011년 2월 12일자 6면
<중앙일보> 2011년 2월 12일자 6면

수도권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있는 메이저신문의 최근 뉴스를 보면  ‘신공항 안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요. <중앙일보> 12일 <세금낭비 스톱!>이란 제목으로 <공항 11곳 '세금 블랙홀'...결국 청주공항 매각한다>와 <양양 울진 김제 예천 세금만 먹고 사라진 지방공항 4곳>, 조선일보는 11일자 사설 <'지역개발 공약 금지법'이라도 만들라>, <동아일보>도 10일<PK-TK 신공항 사생결단 ‘OK목장의 결투’>등을 통해 신공항 정책에 대한 시시비비 보다는 ‘부정적’ 현상만을 적극적으로 부각하고 있는데요.

<동아일보> 2011년 2월 10일자 A8면(종합)
<동아일보> 2011년 2월 10일자 A8면(종합)

그런데, 이들이 ‘신공항 안돼’라는 뉘앙스에서 근거로 들고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2009년 4월 국토연구원의 용역조사에서 나타난 ‘비용대비 편익비율(B/C)’. 가덕도는 0.7, 밀양은 0.73에 불과하다는 것이며, 비용대비편익 비율은 1.0이 경제적 타당성 기준이고 보통은 0.8을 넘어야 사업을 추진해볼 수 있는데 두 지역이 모두 0.8보다 낮게 나온 점을 본다면, 사업 불가론을 펴고 있는데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난 9일 발표한 <동남권신공항건설의 추진현황과 쟁점>과 <부산일보> 1월 24일 등의 자료를 본다면 조사주체가 누구냐에 비용대비 편익비율(B/C)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왼쪽)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196호(2011.2.9) / <부산일보> 2011년 1월 24일자
(왼쪽)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196호(2011.2.9) / <부산일보> 2011년 1월 24일자

2005년 부산광역시가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부산권 신공항 건설을 제안하는 계획을 제출했고,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용역결과 B/C가 0.58로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 사업 추진이 유보했구요, 2009년 조사에서는 비용대비편익(B/C) 가덕도가 0.7, 밀양이 0.73로 나왔습니다.

최근 부산시가 서울대 경제연구소에 의뢰, 1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덕도가 1.2, 밀양이 1.0으로 나타났다는 거죠. 조사 주체와 분석 항목이 무엇이냐에 따라 이 데이터가 들쭉 날쭉한다면 국책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절대적 기준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체적인 흐름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에만 집착하는 ‘유력한 전국일간지’ 시각, 누군가와 닮은 것 같습니다.

3. <매일><영남> ‘신공항’ | 정보 과장

유력한, 수도권의 이해에 민감한 신문들이 신공항에 대해 정보편식 경향을 보인 것과 달리, 지역일간지는 자신에게 유리하면 작은 정보라도 과도하게 부풀리는 ‘정보 과식’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매일신문> 2011년 2월 14일자 1면 / 2월 18일자 30면
<매일신문> 2011년 2월 14일자 1면 / 2월 18일자 30면

<매일신문>은 지난 14일 1면에 <호남 100여 시민단체 “밀양 신공항지지”, 16일 대구서 공동성명을 발표한다>고 보도했습니다. 2월 10일~16일까지 <매일신문>기사 중 가장 클릭수가 높았던 기사도 이 기사였습니다. 18일 <핫클릭>에서 기사제목은 <호남까지 확산되는 ‘밀양 신공항’열기>라고 편집해두고 있는데요. 정작 16일 성명에 참석한 호남권 시민단체는 26곳 밖에 없었는데요. <매일신문>은 호남권 단체가 100여곳에서 20여곳으로 줄어든 이유에 대해 별반 설명이 없습니다.

<영남일보> 2011년 2월 17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2월 17일자 1면

또한 <영남일보>도 지난 17일 1면 기사로 <‘밀양 신공항’ 영남을 끌고…호남은 밀고>라는 기사를 통해 호남지역 단체의 지지선언을 주요하게 편집했는데요. 물론 호남지역 20여개 단체의 행위는 그 나름대로 의미는 있습니다만, 이들을 포장하는 지역언론의 태도가 문제입니다.

호남지역 여론,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선 그 지역 언론보도를 분석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대상인 호남지역일간신문 광주매일, 무등일보, 새전북신문, 전남일보, 전북도민일보, 전북일보 등의 2011년 1월~2월까지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된 뉴스를 검색해봤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지역 관심은 과학벨트와 LH공사 등이었지, 영남지역 특히 ‘밀양 신공항’과 관련 지지한다는 형태의 여론은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26개 호남권 시민단체가 대구에서 ‘밀양 신공항지지선언’도 기사화된 곳도 없었습니다. 정작 호남권에서는 별 반응없는데, 이 지역에서 너무 흥분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광주일보> 2010년 11월 23일자
<광주일보> 2010년 11월 23일자

호남권 언론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흥미로운 칼럼을 찾을 수 있었는데요. 지난해 11월 광주일보는 영남대 정치창 교수가 <동남권 신공항, 정말 필요한가?>라는 주장을 싣고 있었습니다. 

4. 언론의 균형 잡힌 식단 | 복잡 다양한 상황, 종합적으로 전달해줘야

이 논의가 좀 더 종합적이고, 차분하게 진행되기 위해선 지역언론에서 꼼꼼하게 진단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타당성, 효용성 등은 이미 해당 지역 언론에서 수없이 발표했기 때문에 그 부분은 뒤로 하고 몇가지 놓친 내용을 보면요.

전국일간지가 ‘신공항’에 대해 딴지를 걸고, 이에 대한 ‘지역언론’의 반응은 ‘감정 불끈’입니다. 국가정책을 결정하는데 복잡다양한 의견이 쏟아지고 이를 잘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텐데, 지역언론의 대응이 너무 ‘감정적’이어서 다소 아쉽습니다.

논리적 지적엔, 논리적 반론이 더욱더 양질의 공론을 형성시킬덴데요. 신공항 관련 언론을 읽으면서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습니다. 전국일간지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비용편익분석’이외에도 정부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전국 고속철도망 구축전략과 신공항과의 관계를 설명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계획에 따르면 KTX확충은 물론 기존 철도의 운행속도를 대폭 향상시킨다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1월 경부고속철도 대구-부산 구간, 2014년 호남고속철도가 개통되면 2020년께면 전국 주요도시들은 짧게는 1시간대, 최대 2시간대면 접근가능하다. 한국교통연구원 용역결과에 따르면 지방공항 여객수요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다” <조선일보> 2010년 10월 27일 “칼럼 :공항을 또 만들겠다면”, <중앙SUNDAY> 2011년 2월 12일 “10조원짜리 동남권 신공항, 지금 서두를 필요 있나?”>

공항 또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다른 교통정책과 복합적으로 연계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는데요. 지역언론을 아무리 찾아봐도 ‘전국 고속철도망 구축전략, 동남권 신공항’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해명해주는 뉴스를 발견하긴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현 정부에서 국책사업의 우유부단한 진행이 도마에 올라와 있지만, 그에 대한 비판이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는데요. 핵심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청와대가 대안을 찾을텐데요. 피상적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힘듭니다.

이 부분은 시사평론가 고성국씨가 지난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책사업을 최종적으로 기획과 조율하는 곳은 국정기획수석실이었는데, 지난해 이 기구는 없어졌다. 실제 주요 국책사업을 총괄해서 기획, 조정하는 기능이 청와대에는 없는 상황이다. 국책사업을 하려면,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과기부, 지방자치단체 등 조율하고 조정해야 할 일이 많은데, 특정부서에서 이를 담당하기 힘들다”-고성국/<MBC라디오 성경섭의 뉴스터치 (2월 13일)>

지난 기간 동안 국책사업과 관련된 지역 언론 보도, 즉 경주 태권도공원,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최근 신공항문제까지. 지역언론의 보도태도는 동일했거든요. 일방적 찬성론. 향후 과학벨트 유치에 대한 언론보도 또한 이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무조건 찬성만 유도하는 언론 심심하지 않으십니까?

지역사회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한 언론의 모습. 찬반양론을 공론화하고, 우리지역의 장단점 비교하고, 떨어졌을 경우 실패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좀 더 차분하고, 논리적이고, 뒤돌아보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책사업을 바라보는 언론, 그런 언론을 원하고 있습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22]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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