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방사능 우리도 안전하지 않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위험도가 최악의 수준인 7단계로 상향 조정되었다고 공식 발표한 12일, 그 후쿠시마로부터 가장 가까운 나라인 대한민국 대구에서는 "원전과 방사능, 우리는 과연 안전한가?"란 주제의 강연회가 대구남구보건소에서 열렸습니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공동주관한 이날 강연회는 일본발 원전 사태로 말미암아, 원전 안전 신화가 완전히 붕괴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원전 안전만을 앵무새처럼 외치고 있는 이 나라 정부를 더이상 믿고 있을 수 없다는 문제의식의 발로에서 풀뿌리 시민 스스로 원전과 방사능에 대한 학습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강연회였습니다.
또한 차제에 국가가 독점한 에너지에 대한 문제제기에서부터 핵에너지를 넘어선 '에너지 전환' 그리고 '에너지 자립'에 이르는 길을 모색해보기 위한 장으로서의 강연회였습니다. 이날 강연회엔 일본 발 대재앙으로 말미암아 증폭된 관심 때문인지 많은 대구시민들이 참여해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진지한 학습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원자력 안전 신화의 붕괴
일본 원전 사태로 최근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중의 두 사람인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최예용 소장과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신 김익중 교수가 강사로 참여했습니다. 두 강사는 25년 전의 체르노빌과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의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동안의 원전 안전 신화가 얼마나 허구였는지를 낱낱이 밝혀주었습니다.
특히 최예용 소장은 25년 전에 발발한 체르노빌 원전 참사 당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인근지역에 걸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고, 피폭에 따른 당자의 고통뿐만 아니라 2세들의 유전적 기형으로 또 얼마나 큰 고통에 놓여있는지, 그 아픈 참상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참사 이후로도 갑상선암, 조혈기 계통의 악화, 조산 등 각종 건강상의 문제들이 체르노빌 인근지역뿐만 아니라 유럽전역에까지 영향을 끼친 자료들을 공개함으로써 방사능이 얼마나 광범위한 위험물질인지를 똑똑히 인식할 수 있게 했습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의 김익중 의장 또한 전세계에 원전 분포 현황과 그 통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에도 5등급 이상의 치명적인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24%나 된다"는 실로 '놀라운' 사실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철저한 비밀주의에 입각한 원전 산업의 속성상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더 많은 사고들이 발생했을 것이고, 그런 사실들을 고려하면 원전 사고가 일어날 확률은 더 높다"라고도 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지난 14일 부산 기장의 고리원전 1호기가 전기고장으로 중단된 소식이 들려옵니다. 따라서 이날 두 강사는 "원전은 더 이상 지어져서도 안 되고, 가동중인 원전 또한 서서히 줄여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그 필연적 이유를 강연에서 하나 하나 밝혀준 것입니다.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 폐기돼야 마땅하다
그렇습니다. 이날 강연회에서 명확히 확인한 사실은 원자력 에너지는 결코 안전한 에너지가 아니란 사실과 수많은 생명들의 목숨을 한순간에 앗아갈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에너지란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핵무기에서 파생한 원자력 에너지의 태동에서부터 예견된 위험일 것입니다.
이처럼 위험한 기술로 만들어진 원전이 지금 전 세계에 422개가 가동중에 있고 계속해서 추가로 건설되고 있으며, 그 결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처리하는 것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야기해서 방폐장 건립에 따른 갈등 또한 겪고 있기도 합니다.
강연중에도 언급이 되었습니다만, 이런 원전의 속성을 일러 시민과학자로 추앙받는, ‘원자력자료정보실’을 창설한 ‘다카기 진자브로’라는 유명한 일본의 유명한 반핵운동가는 원전을 '화장실 없는 맨션'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실로 문제인 것은 원자력을 ‘완전하게’ 제어할 수 방법이 없는, 핵폐기물 또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는, 이런 대재앙의 씨앗이 지구상에 더욱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특히 중국 동남쪽 해안지대에 들어선 40여기 원전의 배치 현황은 이날 참여한 청중들에게 깊은 탄식을 흘러나오게 할 만큼 끔찍한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만약 중국에서 후쿠시마와 같은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성 물질이 편서풍을 타고 바로 우리나라로 유입된다"는 그 끔찍한 공포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대재앙의 싹인 원전은 이제 제거해야 함이 마땅한 것입니다. 원전 없이 어떻게 살아가나 할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그렇게 살 수가 있습니다. 덴마크는 원전 없이도 130%의 에너지 자립률(관련 글 : 협동적 삶의 아름다움(김종철, 한겨레))을 보이고 있고, 독일 또한 비슷한 길을 가고 있습니다.
핵에너지에서 이른바 대안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을 이룬 나라들의 공통점은 바로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이고 민주적 합의의 정신을 높이 사는 나라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시민의식의 성숙도에 따른 사회적 합의가 '탈 원전'을 선언할 수 있는 배경인 것입니다.
반핵 시민행동을 벌여야 할 때
따라서 이번 강연회의 근본 취지이기도 한 민주적 시민의식의 발로로 결의된 '반핵 대구시민행동', 그 첫번재 반핵행동으로의 원전과 방사능의 학습을 위한 강연회는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유의미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 첫 반핵행동을 바탕으로 (가)'반핵 대구시민행동단'은 이후로 더욱 다양한 '행동'들을 준비하려 합니다.
반핵 영상제나 영화제, 반핵 토론회, 반핵 퍼포먼스 등등 4월 22일 '지구의 날'을 전후로 해서 다양한 '행동'들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대구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그리고 참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강연회 말미에 이날 사회를 본 대구환경운동연합의 공정옥 처장의 말처럼 "대안, 대안 이야기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걱정할 것이 아니다. 이 위험한 에너지를 아무 대책도 없이 도입하고 늘려온 정부당국에 그 책임과 대안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의 역할은 이 위험한 에너지를 폐기시키기 위한 시민적 공감대와 합의를 도출하는 일"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앞으로 ‘반핵 대구시민행동’은 풀뿌리 차원에서 더욱 열심히 전개되어야 할 것이고, 전국적으로 이러한 ‘반핵 시민행동’이 더욱 가열차게 일어나 차제에 대재앙의 씨앗인 원전 폐기의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원전 폐기의 시민적 합의로 가기 위한 시발로서의 강연회와 ‘반핵 대구시민행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의 지원과 굳건한 참여 의사를 밝힌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러 선생님들께 이 지면을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고맙습니다. ‘반핵 대구시민행동’ 파이팅!!!
[기고]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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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 / "원자력은 위험한 에너지, 시민적 합의로 폐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