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회 '폐지' 주장하던 <매일>, 이젠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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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 간 서구의원, '무더기 퇴장' 달서구의원..."외면하면 고질병 악화"



기초의회, 기초단체장에 대한 <매일신문>의 비판은 혹독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달서구의회의 ‘국회의원 놀이’(?)에 침묵하고, 서구의회의 ‘국회의원 들러리 놀이’(?)에는 평소와는 다른 태도로 뉴스를 편집했습니다.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라고 밝히고 있는 매일신문의 社是에도 부합하지 않는 태도인 것 같습니다.

1. 2010년, “구의회 및 구청장 제도 폐지하라”, “정당공천제, 自治고사의 주범”

지난해 4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로 구성된 국회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물론 어떤 연유인지모르지만 9월 이를 백지화하게 되는데요.

<매일신문> 2010년 4월 27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0년 4월 27일자 사설

당시 <매일신문>은 2010년 4월 27일 사설 「구의회 폐지 늦었지만 당연하다」를 통해 “여야국회의원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곡절 끝에 합의에 이르렀다니 뒤늦었지만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구의회가 기능을 못하는 터에 구청장이라도 독자적 역할이 있을 턱이 없다”면서 차제에 민선 구청장제도까지 폐기를 검토하라“고 강조했습니다.

9월 여야의 ‘구의회 폐지 백지화’합의에 대해선 사설 「의원 제 밥그릇 챙기기에 밀려난 행정체제 개편」(2010년 9월 14일)에서 “본란은 구의회 폐지와 함께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회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주장해 왔다. 구의회가 ‘지역 유지 간담회’로 전락하면서 행정 낭비 요인이 많은데다 정당공천제로 인해 기초 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지역 국회의원의 사조직이 돼 풀뿌리 민주주의의 자치를 위협했기 때문이다”라며 “따라서 구의회 폐지는 비효율 행정을 시정하는 시금석이었다. 그런데도 여야 국회의원들은 제 수족을 자를 수 없다는 이유로 그 폐해를 뻔히 알면서도 외면했다”고 따끔하게 꼬집었습니다. 그리고 “국리민복보다 제 밥그릇과 수족 챙기기에 열심인 18대 국회를 차기 총선에서 준엄하게 심판해야겠다”는 2012년 선거에 대한 다짐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매일신문> 2010년 9월 14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0년 9월 14일자 사설

그 외에도 지방의원의 문제점, 정당공천제에 대한 폐해 등을 지적하는 기사, 칼럼, 사설 등은 꾸준이 지면에서 주요하게 편집되었습니다.

이런 흐름은 지방자치 20주년을 맞는 올 초에도 기획시리즈를 내보내며 “국회의원에게 공천의 전권을 제공, 부조리가 만연하고, 폐지론 일어도 말뿐”이라며 정당공천제 자체가 지방자치를 죽이는 주범이라고 지적했습니다.

2. 2011년, 달서구의회, 서구의회 : 비상식적 행동 ‘외면’

하지만 지역의 유력언론인 <매일신문>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초의원의 비상식적 행위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방자치 20년을 맞는 올해만 하더라도, 지난 3월 달서구의회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의원 놀이(?)’, 4월 서구 한나라당 의원의 ‘국회의원 들러리 놀이’가 연달아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영남일보> 2011년 3월 22일자 9면
<영남일보> 2011년 3월 22일자 9면

<영남일보>를 비롯한 다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3월 21일 대구 달서구의회에서 황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민주당 소속 김성태 의원(대구무상급식위원회 본부장) 이 여권에 다소 부담스러운 무상급식 시행과 관련된 내용(물론 이 내용을 질의하기로 합의된 상황)을 질문하려고 하자, 한나라당 소속 의원 다수가 회의장을 떠나버렸습니다. 회의는 자동으로 중단될 수 밖에 없었죠.

<대구MBC> 4월 14일 뉴스데스크
<대구MBC> 4월 14일 뉴스데스크

<영남일보> 4월 15일자 6면(사회)
<영남일보> 4월 15일자 6면(사회)
4.27 재보선 분당을 강재섭(한나라당. 전 서구 국회의원)후보를 응원하기 위해 의회일정까지 포기하며 집단적으로 상경한 한나라당 서구의회 의원 7명의 행동은 더욱 황당합니다. <대구 MBC>를 비롯한 지역언론보도에 따르면 “재보궐선거 첫 유세인 4월 15일 강재섭 의원 선거사무소 발대식에 대구 서구의회 의원 7명이 찾았다”며 “서구의회 사회도시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5일 오전 10시 원대동 육아지원센터 건립 현장 등 방문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분당으로 향했다”는 것인데요.

어라?, 그런데 <매일신문>의 보도가 이상합니다. ‘달서구 의회’건은 지면에서 외면하더니, ‘서구 의회’건은 <분당을 강재섭의 든든한 원군 홍사덕.홍준표>(4월 16일 6면)에 “대구 서구출신 시구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강 후보의 전 지역구였던 대구 서구가 강 후보의 당선을 전폭적으로 지원한다는 뜻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상경한 것이다”고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매일신문> 2011년 4월 16일자 6면
<매일신문> 2011년 4월 16일자 6면

평소 매일신문 보도태도라면 이 상황에 대한 혹독한 비판이 지면에 반영되었을 텐데, 기존 뉴스맥락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3. 빛이 치우쳐 밝으면 어둠도 짙어질 수 밖에 없는데

바쁘셨을까요? 신공항, 과학벨트, 분권운동, 수도권 규제완화, 울진 원전 등등 산적한 현안으로 인해 이 부분까지 따끔하게 챙길 수 없었던 것일까요?

물론, 한두 건 사례는 놓칠 수 있지 않냐라고 반론을 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매일신문>이 지난해 그렇게 혹독하게 기초의회 문제점을 비판해도 그들의 고질병이 개선되지 않았는데, 아예 외면해버리면 그 병은 고질병으로 악화될 수있다는 점입니다. 정당공천제, 기초의회의 폐해가 깊어질 수록 지방자치 본연의 의미인 민주주의, 주민자치는 다가설 수 없는 미래 꿈같은 얘기로만 남을 수 밖에 없는데요.

조금 더 확대하면 신공항 무산 이후 <매일신문>이 그토록 중요한 화두로 제시한 ‘지방분권’의 가장 기초단위가 병에 찌들어 그 의미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게 되면, ‘통치의 권능을 중앙정부에 집중시키지 않고 지방통치단체에 대한 권한분배를 인정하는 제도/네이버백과사전’이라는 분권 본연의 의미가 ‘지방토호간의 권력집중과 남용’으로 왜곡되어, 시민들의 목줄을 죄지 않을까요?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매일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매일신문>은 社是를 “땀과 사랑으로 겨레의 빛이 되리”, “정보의 불을 밝히는 신문”이라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빛과 어둠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어떤 빛이 특정 영역에만 과도하게 비추게 되면 그와 동시에 다른 쪽 어둠은 상대적으로 짙어질 수 밖에 없겠죠.
 
지방자치제도, 기초의회와 기초단체장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언론이 그들의 ‘비상식적 행위’를 꾸준히 드러내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는 책임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겨레의 빛”, “정보의 불”이 좀 더 다양하게, 광범위하게 이 세상을 밝혀주었으면 합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30]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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