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지방홀대, 지방의 지방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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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과 국토균형발전...지역신문의 날 선 비판, 더 작은 지역의 하소연


지식채널 e 1년과 하루 (2006년 12월 25일)
지식채널 e 1년과 하루 (2006년 12월 25일)
1년은 지구가 공전궤도를 따라 태양의 주위를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이고, 하루는 지구가 자전축을 중심으로 스스로 한바퀴 도는데 걸리는 시간. 달은 지구의 자전속도를 느리게 하고, 그에 따라 하루의 길이는 점점 길어진다.

하루가 길어질수록 1년을 구성하는 일수는 줄어든다. 20억년 전 1년은 800일, 하루는 11시간이었지만, 4억년 전 1년은 400일, 하루는 22시간, 1억년전 1년은 375일 하루는 23.5시간. 10만년마다 하루의 길이는 1~2초씩 늘어나고 3억 6천만년뒤 하루는 25시간이 된다.

75억년 뒤에는 지구가 완전히 자전을 멈춰 낮과 밤을 포함한 하루의 개념이 없어진다. -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최광선 교수 - 지식채널 e. (06년 12월 25일) ‘1년과 하루’


1년 365일, 하루는 24시간. 변하지 않는 절대가치라는 생각에 별 고민없이 이 숫자들에 맞춰 생활해왔는데, 이렇듯 복잡한 함수관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달력과 시계에만 매달려있었던 제 생활을 반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1년과 하루는 태양, 달, 지구가 서로 관계맺기를 통해 만들어가는 거대한 시간의 한순간이라는 메시지를 읽으면서 눈에 보이는 사회현상이 어떻게 엮여 있는지 하나하나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 신공항. 과학벨트, LH공사 등 … 국토균형발전 국책사업의 함수관계

3월 30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선언이후, 영남지역 언론의 주요 화두는 ‘현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지방은 죽었다’, ‘지방홀대 최악 정권’ 등입니다. 또한 ‘수도권주의자에 저항하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운동을 다시 불지펴야 한다’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요.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동남권 신공항의 진정한 의미가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정책의 일환이라고 한다면 이 화두에 비수도권 지역 대부분이 공동으로 목소리를 내줘야 하지 않을까요? 수도권대 비수도권의 대립지점은 서울과 경기지역을 포함하는 수도권과 그 외의 비수도권간에 갈등관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상한 점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지방은 죽었다’는 주장이 영남지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지역을 제외한 다른 비수도권 언론은 이 상황을 ‘현 정부의 지방홀대’라기 보다는 ‘신공항 백지화의 후속대책이 자기지역으로 불똥이 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밝히고 있습니다. 신공항으로 인해 부산과 경남울산대구경북간에 갈등이 첨예화된 것 처럼, 또 다른 지역갈등을 예고하는 대목입니다.

<매일신문> 3월 31일 1면
<매일신문> 3월 31일 1면
<영남일보> 3월 31일자 1면
<영남일보> 3월 31일자 1면

현 정부의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3.30) 이후 영남권 지역신문의 31일자 1면 제목은 <매일신문>  「지방은 죽었다. 대구경북, 李대통령 신뢰가 무너졌다」, <영남일보> 「신공항 끝내 백지화...대구.경북 '분노의 눈물' / 대구시민 73% "총선.대선때 票로 책임 묻겠다"」, <부산일보> 「신공항 입지 엉터리 평가 ‘짜맞추기’ 의혹」「“MB, 지방홀대 최악 대통령 될 것“」, <국제신문> 「신공항 백지화...MB정부에 지방은 없다」, <경남신문> 「신공항 백지화..국민 신뢰 무너졌다」등으로 현 정부의 지역정책에 대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영남일보> 3월 31일자 1면
<영남일보> 3월 31일자 1면
<국제신문> 3월 31일자 1면
<국제신문> 3월 31일자 1면
<경남신문> 3월 31일자 1면
<경남신문> 3월 31일자 1면

그런데 이날 강원과 경인지역은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광주일보> 31일 1면 「MB공약 동남권 신공항 결국 없던 일로, 호남 공약도 흐지부지 우려」, <전북일보> 31일 2면, 「동남권신공항 건설 백지화결정 후폭풍 LH본사 이전에 영향 미치나?」, <대전일보> 31일 1면 「정부, 동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 결정, 과학벨트 분산배치 ‘꼼수’ 안된다」, <제주일보> 31일 1면 「정부 “동남권신공항 건설 백지화” 제주 신공항엔 어떤 영향 오나」 등.

<광주일보> 3월 31일자 1면 / <전북일보> 3월 31일자 2면
<광주일보> 3월 31일자 1면 / <전북일보> 3월 31일자 2면
<대전일보> 3월 31일자 1면 / <제주일보> 3월 31일자 1면
<대전일보> 3월 31일자 1면 / <제주일보> 3월 31일자 1면

이 지역 언론이 말하고 있는 신공항과 국토균형발전, 지방분권 등과의 함수관계는 전 국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영남권’에만 한정되어 있었고, 이 현상은 향후 과학비즈니스벨트, LH공사 이전을 둘러싼 지역언론의 논쟁에도 재연될 것 같습니다.

<조선일보> 2011년 1월 20일
<조선일보> 2011년 1월 20일

연초에 과학벨트, 동남권신공항,  LH공사 등 대형 국책사업을 놓고 지역간에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조선일보>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과학비즈니스벨트에는 경기도 과천, 충청권의 세종시, 광주광역시, 대구.경북.울산이, 동남권 신공항은 대구.경북.울산.경남도와 부산이, LH공사 이전은 전북 전주와 경남 진주 간에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해당 지역의 화두는 역시 ‘국토균형발전, 분권, 지역의 생존권’등이며 신공항정책에 실패한 대구경북권은 과학벨트 유치를 위해 또다시 ‘결사 항전’, ‘국토균형발전’, ‘지방생존’을 이유로 유치전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수도권의 정책결정권자들은 지역간의 치열한 싸움을 즐기고 있진 않을까요? 국책사업 하나 던져주고, 지역끼리 진흙탕싸움 하는 것 구경하고 그들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첨예화되었을때 ‘지역간의 갈등의 골이 너무 깊다’며 은근슬쩍 발을 빼는.

하루 24시간 1년 365일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생각의 전환이 절실합니다. 비수도권 자치단체장, 언론들의 통큰 협조, 종합적 밑그림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스스로 말하고 있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라는 화두를 실현하기 위해 비수도권의 공동의 목소리, 정책입안자를 압박할 수 있는 보편타당한 가치가 필요하고, 그리고 그 국책사업을 유치하기 위한 지역간의 건강한 경쟁룰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토균형발전이 자칫 지역간 이기주의, 이합집산의 또다른 이름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2. 지방은 죽었다. 지역홀대? … '주어'를 바꾸면!

다시 신공항 문제로 돌아와보겠습니다. 이 지역언론은 현 정부에 대해 연일 날선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바 있지만 그 대부분 화두는 ‘지방은 죽었다’라는 점입니다. <매일신문> 31일 1면은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메시지가 강력하다’, ‘정말 생명력이 다한 것인가’,  ‘언론이 신공항 유치 당사자로 너무 나서고 있는 것 아닌가?’ 등등. 

<매일신문>을 비롯한 영남권 전체 언론의 비판 지점은 현 정부와 조금 더 확대하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두고 있는 유력 전국 일간지일텐데요. 그런데요. 만일 영남권 언론의 주장에 ‘주어’를 바꾸면 스스로 또 다른 지방, 지역을 죽이는 주체가 된다는 점, 알고계신가요?

대구경북경남권, 그리고 부산권 언론에서는 각각 경남 밀양 하남읍과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을 유치하기 위해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했었습니다. 그 속에는 밀양 하남읍 농민들과 부산 가덕도 어민들의 고민은 아예 외면했었죠. <경남도민일보>, SBS 뉴스추척, KBS 추적 60분 등에 따르면 신공항 입지 예정지 주민들의 한탄과 한숨 섞인 하소연들이 넘쳐납니다.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도 아닙니다. “신공항 후보지로 이 지역을 지정할 때, 최소한 우리한테 한번 물어보기라도 했나?, 4대강으로 농토 잃고 이쪽으로 왔는데, 또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평생 고기 잡고 살아왔는데, 이제 어디 가서 살란 말이냐? 누가 우리 소리라도 들어주었나?‘ 등등.

<경남도민일보> 2010년 12월 8일 3면
<경남도민일보> 2010년 12월 8일 3면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 언론은 진중하게 이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았습니다. 정치권과 수도권 언론을 향해 ‘지방홀대, 지역죽이기’를 외쳤던 지역언론 또한 신공항 예정지인 밀양 하남읍과 가덕도 지역을 죽이고, 홀대하는데 스스로 앞장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썼던 기사에 ‘주어’만 바꾸면, 비판의 화살이 스스로에게 되돌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1년과 하루는 태양, 달, 지구가 서로 관계맺기를 통해 형성되는 거대한 시간의 한순간이라는 메시지에서 읽을 수 있듯이, 국토균형발전, 지역살리기 등등의 화두는 어느 특정지역에서 목소리만 높인다고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수없이 다양한 가치관과 개념들의 서로서로 촘촘하게 얽혀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다른 지역을 ‘죽이는’ 행동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채, 자신들만의 ‘홀대’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수의 설득력을 얻기 힘듭니다.

비수도권 지역이 향후 과학벨트와 LH공사 이전을 두고 또다시 진흙탕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수도권 정책입안자들에게 놀림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이 참에 ‘지역균형발전과 지역의 생존’을 요구하는 공동의 화두를 제시할 것인지, 우리가 발딛고 있는 4월이 참으로 중요한 시점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128]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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