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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 기록 있다"... 고엽제 의혹 파헤칠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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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엽제 - "현장확인 시급" / 보 붕괴, 구미 식수난 - "4대강사업 어두운 장래"

 

베트남 밀림 위로 두 줄기 약품을 뿜어대며 저공비행하는 미군 항공기와 칠곡 왜관 캠프 캐롤이 만나는 곳-대한민국의 환경주권을 비웃는 주한 미군의 에이전트 오렌지 시크릿(Agent Orange Secret).

낙동강 구미․상주․함안 가물막이 보가 무너진 현장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속도전이 만나는 곳-구미시민 50만 명이 겪는 식수대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비즈니스벨트 물거품이 오버랩 되는 곳-선거 때면 표만 받아가고 나 몰라라 한다며 한나라당의 정치권을 겨냥한 김관용 지사의 단식투쟁.

우리나라와 우리고장 대구․경북을 향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비상한 사건들…. 그 함의를 언론과 관련하여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겨레> 2011년 5월 20일 5면(종합) / 사진 설명 - 미국 <씨비에스>(CBS)의 계열사 <케이피에이치오>방송(KPHO-TV)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퇴역 주한미군들의 고엽제 매립 증언을 폭로했다.(오른쪽 위) 방송은 에이전트 오렌지의 드럼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사용했으나 이것이 당시 사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왼쪽) 또 현장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도 방송에서 공개했는데, 점산 안 검은 부분이 파묻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KPHO 동영상 갈무리
<한겨레> 2011년 5월 20일 5면(종합) / 사진 설명 - 미국 <씨비에스>(CBS)의 계열사 <케이피에이치오>방송(KPHO-TV)은 지난 13일(현지시각) 퇴역 주한미군들의 고엽제 매립 증언을 폭로했다.(오른쪽 위) 방송은 에이전트 오렌지의 드럼통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사용했으나 이것이 당시 사진인지는 밝히지 않았다.(왼쪽) 또 현장 사진으로 보이는 사진도 방송에서 공개했는데, 점산 안 검은 부분이 파묻은 흔적으로 추정된다. KPHO 동영상 갈무리

애리조나 지방방송 보도가 ‘대한민국환경주권’ 자극
 
주한 미군의 ‘에이전트 오렌지 시크릿’-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있는 CBS 계열의 지방방송의 탐사보도(KPHO CBS 5 News-INVESTIGATES)가 전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Steve House․54,  802 전투공병대 중장비병) 씨의 고발(2011. 5. 13.)로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대한민국 국민을 충격 속에 빠뜨리고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 시크릿’은, 폭로자(하우스 씨)가 자신을 서서히 죽이고 수많은 다른 사람들을 죽인다고 말하는 그 무엇-(그런데도) 군은 결코 우리가 알기를 원치 않는-비밀이라는 말로 이 방송은 보도를 시작했다.

하우스 씨의 고발은 단순명료했다. KPHO-TV의 보도에 따르면 하우스 씨는 1978년 한국의 왜관 캠프 캐롤에 주둔 중 명령에 따라 ‘에이전트 오렌지’라고도 불리는 ‘컴파운드 오렌지’ 55갤런짜리 드럼통 250개쯤을 구덩이에 묻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컴파운드 오렌지’ 드럼 통에는 ‘베트남 지역 컴파운드 오렌지’란 글귀가 씌어 있었다고 했다.

애리조나 피닉스 방송 탐사보도의 폭발성

‘미디어 창’이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지방방송의 탐사보도를 전하는 것은 그것이 가진 엄청난 폭발성 때문. 바로 우리의 환경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KPHO-TV의 탐사보도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KPHO.com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KPHO-TV, ‘미군도 고엽제 한국 휴전선 사용 인정’

Compound Orange, also known as Agent Orange, is a toxic herbicide that was used to wipe out the jungles during the Vietnam war. The military also admitted using it years later around demilitarized zones in Korea. The government says the leftover Agent Orange was incinerated at sea.(컴파운드 오렌지-에이전트 오렌지로도 불리는-는 베트남전쟁 동안 정글을 멸절시키기 위해서 사용된 독성 제초제이다. 군(미군을 가리킴)은 몇 년 후에 한국의 비무장지대에서도 그것을 사용한 사실도 인정했다. 정부는 사용하고 남은 에이전트 오렌지는 바다에서 소각했다고 말한다.)

고엽제 참극, 한국에서 재현될 수도

KPHO-TV의 탐사보도는 비록 30여 년 전 한국 왜관 캠프 캐롤에서 근무한 스티브와 로버트 트래비스(Robert Travis)의 증언을 인용-이들 두 전직 미군은 현재 에이전트 오렌지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지만 이 방송은 베트남 전쟁기간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의 비극(두 미국인 고발자가 현재 앓고 있는)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재현될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대구의 세 공중파 TV-KBS대구, 대구MBC, TBC-는 비록 꼭지 수는 많지 않지만 비상한 관심을 가지고 보도에 임하고 있다. 고엽제 매립지로 추정되는 왜관 캠프 캐롤 기지 헬기장과 그 주변 정황, 그와 관련하여 돌아가는 상황은 서울의 KBS․MBC․SBS를 통해 전국에 전달되고 있다.

이런 보도의 영향으로 주한 미 8군은 한-미공동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5월 22일 KBS-‘고엽제’ 한미공동조사 합의, MBC-공동조사 합의, SBS-고엽제 한-미공동조사).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도 그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왜 그런지를 SBS는 녹사평역 일대 지하수 오염 사고(2001), 군산 미군 기지에서 기름 2만 6천 리터 유출사고(2003), 이밖에도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 오염사고가 많았지만 대부분 미군 측의 자체 조사만으로 끝난 사례 보도를 통해 밝혔다.

거기다가 피해보상 문제에 들어가면 산 넘어 산이다. 피해보상 문제는 더욱 막막합니다. SOFA 규정 자체가 피해 주민들이 미군을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리하면 우리 정부가 피해주민에게 배상금을 지급한 뒤 미군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

왜관은 조사하고 동두천은 왜 제외?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스티브 하우스의 증언, KPHO-TV의 탐사보도가 아니었더라면 우리는 아무도 ‘에이전트 오렌지 시크릿’의 진실을 몰랐을 것이다. 이 탐사 보도는 스티브 하우스의 고엽제 매립 이전에 이미 고엽제로 추정되는 물질을 왜관 캠프 캐롤뿐만 아니라 동두천 미2사단 지역 등지에 운반한 당사자의 증언을 이끌어냈다. 그런데 보도에 따르면 고엽제 한-미공동조사를 하자는 미8군은 동두천 등지는 제외한다는 단서를 붙였다. 이 지역은 미국인이 아닌 한국인(카투사 등)이 독성물질 매립 의혹을 제기한 곳이다. 고엽제가 어떤 물질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그들로서는 당연한 주장이겠지만 현재 필요한 것은 고엽제 매립의 진실(현장)을 널리 수집(파악)하는 것이다. 동두천 등지를 제외하고 안 하고는 그 다음 단계일 것이다.

매몰지 파헤쳐야 할 당위성 강조

그런 점에서 대구MBC의 ‘현장 확인 시급’(5월 22일 뉴스데스크) 보도와 KBS의 “매립 기록 있다” 보도(5월 21일 뉴스9)는 현장 발굴의 필요성을 강조한 점에서 왜관 캠프 캐롤 담장 바깥을 맴도는 방식이 지양됨을 환기한 점에서 돋보였다. “매립 기록 있다” 보도에서 기자가 인터뷰한 스티브 하우스 씨는 “땅에 묻는 건 모두 기록했습니다. 드럼통에 새겨진 일련번호는 모두 적었습니다.”고 밝혔고 그의 변호사도 “뭐가 묻었는지 알아보는 유일한 방법은 땅을 파서 뭔지 검사해보는 것입니다.”고 주장했다. 고엽제 매립 사실은 미군의 문서에 남았고, 현장은 파 보면 된다는 것이다. 전모를 문서와 현장으로 확인하는 작업만이 고엽제 매립 의혹 진실을 밝힐 수 있을 것이다.

(위)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1.05.22) / (아래) KBS 뉴스9 (2011.05.21)
(위)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1.05.22) / (아래) KBS 뉴스9 (2011.05.21)

정작 ‘고엽제’는 수박 겉핥기

그러나 고엽제 매립 의혹 보도와 관련해 ‘고엽제’는 현재 추상적으로 전달되고 되고 있다. 고엽제 성분과 관련한 보도는 암과 신경계통 질환을 유발한다거나 다이옥신과 관련한 성분 검사가 왜관 캠프 캐롤 일대 수질 검사에서 빠져있다는 정도의 보도문장이 고작이다. 다시 말해 고엽제가 얼마나 인체․자연을 철저히, 지속적으로 파괴하는 지에 대해서는 수박 겉핥기  식이다. 그 피해가 너무나 참혹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줄 정도였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의 지방방송 KPHO-TV 보도가 고엽제 피해를 앓고 있다는 미국 국민의 고발에서 시작한 만큼 베트남 참전 용사 중 고엽제로 인한 피해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참전 용사가 적지 않을 텐데도(그와 관련한 단체도 있다) 그와 관련한 보도는 화면에서 찾을 수 없는 것도 고엽제 매립 의혹 보도의 맹점으로 판단된다.

속도전 4대강사업공사 중간평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뿌린 파멸적인 고엽제가 미국과 한국에서 ‘에이전트 오렌지 시크릿’의 두려움을 환기했다면 구미의 가물막이 보 붕괴로 인한 50만 구미시민의 식수대란 보도(5월 8일)는 속도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장래를 우울하게 전망한다는 점에서 깊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KBS-물막이 보 붕괴…단수(우동윤 기자) MBC-50만명 식수 끊겨(도성진 기자), SBS-보 유실…수돗물 공급 중단(최종수 기자)). 지방에서 발생한 사태지만 3대 공중파 TV가 일제히 보도한 것(구미에 이어 상주, 함안, 남한강의 여주 이포보 등지에서 심각한 사태는 잇따라 보도되고 있다)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공사에 대한 중간평가라고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왼쪽) KBS 뉴스9 (2011.05.08) / (오른쪽) SBS 8뉴스 (2011.05.08)
(왼쪽) KBS 뉴스9 (2011.05.08) / (오른쪽) SBS 8뉴스 (2011.05.08)

일 터지고 후회스런 대응

중요한 것은 ‘에이전트 오렌지’이든 50만 구미시민 식수대란이든 사태가 터지고, 그리고 언론이 보도한 다음에야(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당한 다음에야) 잘못된 선택에 대해 후회서린 대응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일반인(바로 우리)이 직접 피해자가 될 수 있는데도 일반인들에겐 관련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는 ‘시크릿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여기에 언론이 적극적으로 국민의 이익(정부와 군의 이익과 일치하면 좋겠지만)을 위해 끊임없이 긴장해서 (정보를 감추고 왜곡하는 막강한 조직의) 환경을 감시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언론-정치권 관계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과학 비즈니스벨트 탈락과 김관용 지사의 단식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구의 신문․방송은 한나라당 일색이란 정치판이 부른 결과로 보면서 대구․경북 시․도민의 심각한 고민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보도(대구MBC, 5월 16일 ‘여당심판론 거세’)를 잇따라 내보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은 잠시 납작 엎드리는 시늉만 하고 있을 뿐임을 보도는 전했다(KBS대구, 17일, “탈당․사퇴” 없던 일, 대구MBC, 18일 민심달래…실력행사).

왜 그런지 이유를 언론에서는 찾을 수 없을까? 대구의 언론이 그 동안 영남권 신공항이다, 과학비즈니스벨트다 해서 대형 사업과 관련해서 보인 행태는 가히 총력캠페인이었다. 그런데 언론은 지역 정치권을 고리로 삼아 사업유치의 역군으로서의 임무를 부여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초라함을 넘어 실망 그 자체였다. 대구․경북의 사업인데도 언론은 서명이다, 집회다 해서 시․도민을 동원만 하려했지 폭포수 같은 아래로부터의 시․도민 참여에는 그다지 정성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치권에 너무 의존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을 비판해서, 참여하지 않으면 표를 못 얻게 하는 그런 식의 캠페인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

미국, 역대로 여론 부응보다 격파 행태

미국은(미군은) 우리 여론을 늘 의식한다. 그들은 여론에 부응하려하기 보다 여론을 정밀 조사하고, 그런 다음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은 격파하려는 행태를 역대로 취해왔다. 이명박 정부는 대선공약에도 제시하지 않고 4대강을 파헤쳤다. 여론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대구의 정치인들은 언론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데는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모르나 그 결과는 대구와 경북을 낙후된 변방으로 고착화시키고 있다. 정치인의 수준이 유권자 수준에 비례한다면, 정치 수준은 언론 수준과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대구․경북 미래, 언론에 달려

대구의 언론이 이제 할 일은 최근 사태만 보더라도 분명하다. 눈높이를 어디에 맞출 것인지? 시민에게 맞출 것인지, 대한민국의 환경주권과 국민의 건강을 고엽제로부터 지켜낼 근치(根治)방안 마련보다 단기 보도로 마무리하고 말 것인지? 대구․경북의 미래는 정치권이나 미국, 이명박 정부에 달렸다기보다 언론에 달린 것은 아닌가.

 

 

 

[평화뉴스 - 미디어 창 135]
여은경 / 대구경북민주언론시민협의회 사무처장. 전 대구일보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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