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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약령시 '홍살문', 재설치는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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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진입로 확장 위해 철거 / 대구시 "올 연말까지 기본 설계"

 

대구 약령시를 상징하는 4대문 가운데 하나인 남쪽 홍살문이 현대백화점 대구점 진입로 확장을 위해 철거된 뒤 한 달이 넘도록 다시 세워지지 않고 있다. 대구시와 현대백화점은 철거된 홍살문 대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디자인의 새로운 남문을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아직까지 디자인조차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철거되기 전 약령1길 달구벌대로 방면 입구에 설치돼 있었던 약령시 남쪽 '홍살문'의 모습 / 사진. 대구KYC 김동렬 대표 제공
철거되기 전 약령1길 달구벌대로 방면 입구에 설치돼 있었던 약령시 남쪽 '홍살문'의 모습 / 사진. 대구KYC 김동렬 대표 제공

홍살문(紅箭門)은 높이 9m(30자) 이상의 둥근 기둥 두 개를 세운 뒤 지붕 대신 화살모양의 나무를 나란히 박아 연결한 붉은색 문으로, 화살 '전(箭)'자를 '살'자로 발음하던 관습이 남아 '홍살문'으로 불리게 됐다.

현대백화점 진입로 확장 위해 '홍살문' 철거

지난 2005년 2월 계산동2가 약령1길 달구벌대로 방면 입구에 세워진 약령시 남쪽 홍살문은 현대백화점 개점에 따라 기존 폭 6m, 편도 1차선이었던 진입로를 폭 11m, 왕복 2차선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 7월 5일 철거됐다. 당초 대구시는 공사를 마무리 한 뒤 철거된 홍살문을 새로 설치하는 조건으로 현대백화점에 진입로 확장공사를 허가했다.

그러나 주변 경관과 약령시의 상징성을 고려한 디자인 문제로 현재까지 설치되지 않고 있다.
개점을 앞두고 진입로 확장공사를 마무리한 현대백화점 측이 도로 폭(11m)에 맞는 홍살문을 새로 설치하려 했으나, 대구시가 디자인과 비례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설치를 승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시 김영대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도로 폭이 두 배가량 늘어남에 따라 기존 홍살문을 크게 만드는 것은 비례와 디자인이 맞지 않는다는데 의견을 모았다"며 "약령시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여성국과 약령시보존위원회, 현대백화점과 협의를 거쳐 홍살문 대신 약령시를 상징하는 새로운 문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령시보존회 '일주문' 요구 / 대구시 "사유재산권 침해 우려, 외부 디자인 의뢰"

이처럼 홍살문 재설치가 무산되자 약령시보존위원회는 약령시 서편에 위치한 '약령문'과 같은 형태의 일주문 설치를 요구했으나, 대구시는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는데다 사유재산권 침해 문제가 있다며 외부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하기로 했다.

실제 지난 2003년 대구시는 약령시 서편과 마찬가지로 동편에도 목조 기와 형태의 '약령시 동문' 건립공사를 시작했으나, 조망권 침해와 영업 방해 등을 이유로 주변 상인들이 '동문 축조 금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결국 공사가 중단됐다.

약령시 남쪽 '홍살문'이 사라진 뒤 폭 6m, 편도 1차선이었던 현대백화점 진입로가 폭 11m, 왕복 2차선으로 확장된 모습 (2011.08.22)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약령시 남쪽 '홍살문'이 사라진 뒤 폭 6m, 편도 1차선이었던 현대백화점 진입로가 폭 11m, 왕복 2차선으로 확장된 모습 (2011.08.22)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시 보건복지여성국 보건과 윤기봉 주무관은 "대로변과 맞닿아 있는 서편과는 달리 남편의 경우 도로 폭이 좁아 인도 설치에 문제가 있고, 인근에 사유지가 있어 재산권 침해의 우려도 있다"며 "이 같은 이유로 일주문 설치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도시디자인총괄본부에서 외부 업체에 디자인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약령시보존위원회 함규태 부장은 "대구시, 현대백화점과 4차례 협의를 거쳐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디자인의 새로운 남문을 건립하기로 했다"며 "약령시의 전통을 알릴 수 있는 디자인으로 결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형적 형태로 남게 된 약령시 4대문...대구시 "연말까지 설계 마무리"

그러나 대구시와 약령시보존협의회, 현대백화점이 새로운 디자인의 남문을 설치하기로 했지만 아직 디자인 시안조차 나오지 않아 약령시를 상징하는 4대문은 올해 연말까지 기형적인 형태로 남게 됐다.

김영대 도시디자인총괄본부장은 "철거된 홍살문을 언제까지 다시 설치하겠다고 날짜를 정해놓은 것은 없다"며 "외부업체에 맡긴 디자인 시안이 나오면 담당 부서인 보건과와 약령시보존협의회와 협의를 거쳐 올 연말까지 기본적인 설계를 마무리 하고, 내년쯤 새로운 남문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구시는 350여년 전동의 약령시를 한약재 전문시장으로 개발하고 지역의 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약령시보존위원회와 함께 지난 2002년 일주문 형태의 서문을 건립했으며, 이어 2005년 약령시 경계 4곳에 홍살문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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