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주민참여예산조례', 본회의서 되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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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북구의회> 집행부 발의→부결→의원 발의→상임위 수정→본회의 재수정.의결


상임위의 핵심조항 대폭 수정으로 자칫 반쪽짜리 조례로 전락할 처지에 놓였던 ‘대구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이 우여곡절 끝에 본래의 취지를 살려 통과됐다.

대구 북구의회는 9월 22일 열린 제18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유병철(무소속) 의원 외 10명이 공동 발의한 ‘주민참여예산 조례 수정안’을 찬성 11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가결했다.

대구 북구의회 제 18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경애(한나라당) 행정자치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상임위에서 수정, 의결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09.22)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대구 북구의회 제 18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경애(한나라당) 행정자치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상임위에서 수정, 의결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1.09.22)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이날 통과된 조례안은 지난 9월 19일 해당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가 당초 60명에서 30명으로 축소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구성 인원을 50명으로 정하고, 기존 조례안에서 삭제됐던 ‘주민참여예산추진단’을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로 명칭을 변경해 포함시켰다. 또, ‘주민참여예산제연구회(구 추진단)’를 두는 대신 당초 조례안을 수정, 의결한 행정자치위원회와 집행부의 의견을 존중해 세부 운영내용은 추후 시행규칙을 통해 정하기로 했다.

집행부 발의 '부결'→의원 발의→상임위 수정, 의결→의원발의 수정안 제출

이날 조례안이 통과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앞서 북구의회는 지난 5월 19일 열린 제 185회 임시회 상임위에서 이종화 북구청장이 발의한 ‘주민참여예산 운영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대구지역 다른 지자체의 조례와 마찬가지로 핵심조항이 모두 임의조항으로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지자체장이 발의한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의회가 부결시킨 것은 대구에서 처음이다.

그 뒤 6월 7일 대구지역 8개 구.군 가운데 처음으로 ‘지방자치연구모임’을 구성하고 3개월 동안 ‘주민참여예산제 조례’에 대한 연구, 토론, 공청회를 거친 뒤 조례안을 완성해 의원 17명(이동욱 외 16명)의 이름으로 지난 9월 6일 공동 발의했다.

그러나 해당 상임위인 북구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 9월 19일 열린 상임위 회의에서 집행부가 제출한 검토의견을 반영해 당초 60명으로 계획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구성 인원을 30명으로 축소하고, 예산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단체 회원, 구의원, 관련 공무원으로 구성돼 실무진 역할을 맡는 ‘주민참여예산추진단’ 운영 조항을 삭제한 수정안을 의결해 논란이 됐다.

이 때문에 조례안을 발의한 일부 의원들은 북구의회 전체 의원 20명 가운데 17명이 동의했고, 행자위 의원 7명 가운데 5명이 공동발의 의원 명단에 올라있는데도 해당 상임위가 집행부의 의견에 따라 조례안을 수정, 의결해 의회주의가 훼손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 행자위가 지난 19일 수정, 의결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과 유병철 의원을 비롯한 의원 11명이 제출한 수정안을 각각 찬성하는 의원들 간의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예산 부족, 행정효율성 떨어진다"..."재정 열악할수록 필요한 제도"

행정자치위원회 이동수(한나라당) 의원은 “북구 일반회계 3,097억원 가운데 보조사업비와 행정운영경비를 비롯한 기본적인 경비를 제외하면 주민참여예산제로 가용할 수 있는 예산은 약 3% 미만인 100억원 밖에 되지 않는다”며 “적은 예산이다 보니 많은 인원이 참여하면 논란이 있을 수 있고, 행정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집행부의 의견을 토대로 수정, 의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상임위 소속 김동하(한나라당) 의원도 “제도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라며 “주민참여예산제가 잘 시행되고 있다는 광주 북구의 경우도 실제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행초기인 만큼 의원들과 집행부가 똘똘 뭉쳐서 제도가 잘 집행되도록 총력을 기울이는 게 중요하다”며 “시행한 다음 보완할 사항이 있으면 그때 가서 수정, 보완해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북구의회 이동수(한나라당) 의원, 김동하(한나라당) 의원, 이동욱(한나라당) 의원, 유병철(무소속) 의원, 이영재(민주노동당) 의원 / 사진. 북구의회 홈페이지
(왼쪽부터) 북구의회 이동수(한나라당) 의원, 김동하(한나라당) 의원, 이동욱(한나라당) 의원, 유병철(무소속) 의원, 이영재(민주노동당) 의원 / 사진. 북구의회 홈페이지

이에 대해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이동욱(한나라당) 의원은 “결코 이 조례안이 형식적, 상징적 조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조례안을 발의한 모든 의원들의 의견 이었다”며 “그러나 주민 참여가 핵심이 돼야할 ‘주민참여예산 조례’가 수많은 수정을 거쳐 엉뚱한 조례가 됐다는 게 본인의 판단”이라고 수정안 통과를 거듭 호소했다.

행자위가 수정, 의결한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 유병철(무소속) 의원은 “시행초기인 만큼 시행착오가 분명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평가와 피드백 기능을 담당하는 ‘추진단’이 중요한 것”이라며 “행자위의 의견과 집행부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서 조정했기 때문에 수정안을 통과시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민생활위원회 이영재(민주노동당) 의원은 “주민참여예산제는 제정이 열악하면 실시하기 힘든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제정이 열악할수록 필요한 제도”라며 “먼저 시작한 브라질을 비롯한 각국에서도 처음 재정이 부족해 실시하게 됐고, 지금 재정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처럼 재정이 부족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은 근거가 없다”며 “당초 취지를 충분히 살린 수정안이 통과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종 수정 발의안 가결, "대구 지역에서 그나마 본례 취지 살린 조례"

결국, 1시간 가량 질의와 찬반토론을 거친 뒤 표결을 통해 유병철 의원을 포함한 의원 11명이 이날 오전 제출한  ‘대구광역시 북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 수정안’이 찬성 11표, 반대 7표, 기권 2표로 가결됐다.

수정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북구의회 유병철 의원은 “의원들과 집행부, 행자위 간에 조례 내용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달랐던 것 같다”며 “상임위 속기록을 살펴보니 행자위도 ‘주민참여예산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중히 검토하는 과정에서 집행부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 의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초선의원부터 재선의원까지 다양한 논의를 통해 조례를 통과시켰다”며 “결과적으로 대구지역 기초의회 가운데 그나마 본래 취지를 살린 조례가 만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지방의회에서 의결된 조례안은 의결된 날부터 5일 이내에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전달되며,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상급기관의 재의요구가 없을 시 20일 이내에 조례안을 공포하도록 돼 있다. 조례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공포된 날부터 20일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조례에 대한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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