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정치, '싹쓸이'만은 면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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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대구에서 야권연대 운동이 필요한 이유


  안철수-박원순이 일으킨 연쇄반응이 대한민국의 정치 지형도를 단숨에 바꾸어 놓았습니다. 정당정치 자체를 뒤흔드는 새로운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고 있습니다. 폭발적인 여론이 이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인지 그리고 현 단계에서 정당정치보다 나은 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를 혐오하는 것처럼 보이던 국민이 실은 좋은 정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

  싹쓸이 때문에 대한민국의 왕따로 전락

  그러나 대구경북의 정치 환경은 어둡습니다. 우리 지역에서는 오랫동안 특정 정당이 정치 판도를 싹쓸이 해왔습니다. 그 정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지역정서의 반사이익으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소선거구제 하에서 정책과 능력에 따라 투표하는 소수의 목소리는 묻혀 왔고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실종되었습니다.

  선거 싹쓸이 때문에 우리 지역은 대한민국의 왕따가 된 지 오래입니다. ‘호남이 싹쓸이를 하니까 우리도 그랬다’고 하는 변명은 일반 국민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호남은 그래도 5.18이라는 변명거리라도 있지만, 우리가 무슨 변명이라도 하면 ‘박정희 이래의 지역패권주의’라는 차가운 반응이 돌아올 뿐입니다. 국채보상운동과 2.28 등 당당하던 지역의 이미지가 혼자서만 잘난 골목대장으로 강등되고 말았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한편 억울하기도 합니다.
 
  싹쓸이는 지역발전에도 해로워

  정치를 떠나서 지역발전을 생각하더라도 싹쓸이는 해롭습니다. 짝사랑이 상대를 감동시킬지 냉대를 불러올지 우리는 잘 압니다. 밀양공항 사례에서도 보듯이 일편단심 특정 정당을 밀어주니까 오히려 홀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지역에서 감지되자 특정 정당의 태도가 달라지는 걸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소신과 지향이 다른 정치 세력이 적절히 섞여서 경쟁해야 남들이 우리를 무시하지 못합니다.

  우리 지역의 야권도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유권자에게 대안으로 다가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뜻있는 시민 중에도 어쩔 수 없이 특정 정당에 투표한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대등한 대안이 있어야 유권자가 의미 있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야권의 무기력이 분파적 조직이기주의 때문이라면 시민이 압박하고 힘이 부족해서라면 격려해서, 이 지역의 건강한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도 희망이 보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야권 연대를 위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평화뉴스> 주최로 9월 22일 "2012년 총선, 대구의 변화와 진보개혁의 대응"을 주제로 야권연대와 후보단일화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구체적인 방법론에 차이가 있기는 했지만 야권 연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각 당 관계자와 시민사회 대표가 모두 한 마음이었습니다.

  또 시민사회에서도 지역 정치 구도의 균형을 잡고 야권 연대를 촉구하기 위한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서지 못했던 일에 뜻있는 분들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넉넉지 않은 돈과 시간과 체력을 바쳐 대의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전에도 이런 시도가 있기는 했겠지만 이번에는 각오가 다르고 규모도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삶이 팍팍할수록 정치가 잘 되어야 합니다.






[김윤상 칼럼 41]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 필자가 개인적으로 독자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위 칼럼에서 소개한 시민사회 움직임은 (가칭) <체인지 대구>라는 명칭으로 곧 출범한다고 합니다. 한 번만 1만 원을 내면 추가 부담 없이 회원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싹쓸이를 벗어나 지역 정치에 최소한의 균형이라도 맞추어야 한다고 느끼시는 분은 changedaegu@gmail.com 으로 신청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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