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투표율 높을까봐 겁내는 집단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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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칼럼] 대구경북 장노년층의 보수성향, 지역 앞날에 어떤 영향 끼칠까?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투표율이 당락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단일후보가 이기고, 낮으면 한나라당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진단이다. 젊은 사람들은 대개 반 한나라 성향이고, 중년이후의 나이든 사람들은 친 한나라 기질이 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석처럼 대체로 나이가 든 사람들은 젊은 층에 비해 보수성향이 강하다. 대구경북 장 ? 노년층의 보수성향이 다른 어느 지역의 그것보다 특히 두드러진다는 것은 전통이나 되는 것처럼 절대적이다. 그 고집은 감히 누구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강하다보니 대구경북인의 특질을 규정하는데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 그러면 이런 기질이 지역의 앞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마침 대구의 유력한 일간지가 대구경북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치의식에 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가 며칠 전 보도되었다. 설문에 응한 사람 중 절반 가까이가 내년 총선 때 현재의 TK의원 물갈이해야 한다고 답했다. 변화의 조짐이긴 하지만, 결과가 반드시 이런 여론조사의 잣대대로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 것은 보수성은 행동으로 옮기는데 매우 느린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안풍(安風)으로 일컬어지는 안철수 지지도에서 이 지역 젊은층의 지지도가 전국수준에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전자전(父傳子傳)이라고 어른들의 보수성이 젊은 층에게도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1면
<영남일보> 2011년 10월 11일자 1면

일기예보가 없던 시절의 옛 어르신들은 몸이 뿌듯하면 비가 올려나 하고 예견했다. 삶의 경험에서 얻어진 지혜다. 그 시절에는 다름 방법이 없었으니 그렇게들 살았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변화의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그 변화의 속도 또한 너무 빠르다보니 어떤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사람들도 고개를 내저을 지경이다.

우리가 오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들 가운데는 불과 몇 년 전에는 보지도 듣지도 못한 것들이 많다. 지난해에 본격적으로 우리 곁에 나타나, 그야말로 전광석화 같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만 스마트폰 만해도 그렇다. 스마트폰의 앱은 이제 사람들의 취향을 판별하는 기준이 되다시피 한다. 어떤 앱을 애용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일상과 취미 같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급변하는 문화에 둔감한 사람들은 세상의 변화를 가늠하기 어렵다. 나이 든 사람들이 바로 그렇다.

흔히들 나이가 들면 지혜가 늘어난다고 말한다. 그런데 세상의 변화를 도무지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아예 따라잡을 엄두조차도 내지 않는다면 연륜과 더불어 쌓인 그 지혜란 것이 제대로 작동 할 수 있을까. 옛날의 가치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가령 유교의 경전인 대학, 논어, 맹자, 중용 등의 가르침은 요즘 세상을 사는 사람들도 배워야 할 덕목이다. 바쁜 세상에 인문고전 공부가 성인사회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예부터 회자되어온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가르침이 대변해준다. 변화가 시대의 아이콘이 된 요즘 세상에서는 더더욱 옛것 못잖게 새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이 요구되는 것이다.

나이 든 사람들은 정치 이야기하기를 즐긴다. 그런데 그 대화의 토대가 되는 정보의 취득경로가 보수신문 수준이다 보니, SNS 따위의 이야기를 꺼내는 사람은 별종취급 당하기 딱 알맞다. 그리고 그들은 SNS에 열광하는 젊은이들의 행태를 두고 ‘철없는 아이들’이란 말로 매도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예부터 그러했듯, 어른의 눈에 철없이 보이는 젊은이들이 다음 세대를 이어 오면서 오늘의 인간사를 만들어 왔다. 어른들의 가치관으로는 못마땅하더라도 오늘의 젊은이들이야 말로 내일의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꾸미는 일들이 다소 혼란스러워 보인다 해도, 전체적으로는 세상을 살기 좋고 행복한 세상으로 만들려는 노력에 무게중심이 실린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런 젊은이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오면 어쩔까 하고 조마조마해 하는 사람들이 설 땅은 미래의 어디쯤이겠는가. 최신 정보기기들로 정보를 교환하고, 새로운 가치를 형성해가는 젊은이들을 철없는 아이들로 매도해버리는 나이 든 사람들은 역사발전에 플러스, 아니면 마이너스의 어느 쪽에 속할까.

우리의 미래가 어쩔 수 없이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달렸음을 부정하지 못하듯, 오늘의 장 노년들은 훗날 수적인 면에서도 지금의 젊은이들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젊은이들의 투표율이 높을까봐 겁내는 집단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는데 별로 긴 세월이 걸릴 것 같지도 않다.






[김상태 칼럼 17]
김상태 / 언론인.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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