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는 우리지역의 특이한 보수성을 또 한 번 웅변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역소득이 계속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세종시 문제로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정체상태인데도 여당 시장후보에게 72%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보낸 대구사람들의 보수편향성은 일편단심이란 말 그대로다. 이런저런 이유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번번이 하나마나 선거가 되는 이지역의 특수성은 누가 봐도 좀 이상하다.
이 같은 편향성은 어르신들의 영향이 크다. 신문 하나 읽는 수준의 사람들이라 해도 그들이 읽는 신문은 보나마나 정해져 있다. 따라서 그 신문의 논조가 바로 진리가 되고 소신이 된다. 물론, 고령자들의 비율이 날로 늘어나는 것을 꼭이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주체적인 판단력을 가진 ‘신노인’들의 숫자도 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대개가 우리사회 젊은이들의 소통수단에 대해 무관심하다.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 어떤 사실에 대해 다른 측면에서 볼 줄 모른다. 아예 다른 측면의 의견에는 의도적으로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 ‘좌빨’이란 낙인을 붙이는 황당한 습관을 갖고 있기도 하다. 요즘 젊은이들의 주된 소통수단인 IT기기에 대해서는 기초지식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을 잡지 못한다.
6·2지방선거에서도 젊은 사람들이 투표에 비교적 많이 참여함으로써 대구 경북 등 영남의 일부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전 여론조사와는 다른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도되었다. 주류방송과 ‘조중동’으로 상징되는 보수언론의 논조가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자랑하고 있음에도 왜 대구․경북지역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물론 현 정권의 오버하는 시책에 대한 비판과 저항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보수언론의 억지춘향 식 논조가 대세를 좌우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신호로 봐야 하지 않을까.
종이매체의 영향력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기기의 급격한 보급으로 재래식 공중파방송도 뉴스 소스로서의 기능이 퇴색해 간다. 따라서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누구나 한 표인 우민적(愚民的) 선거제도라 해도 재래식 매체의 영향력은 점점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시대의 흐름이다. ‘제3의 물결’이라는 말을 만든 앨빈 토플러 식의 표현을 빌자면, PC에서 시작되어 스마트폰과 아이패드로 발전한 오늘의 정보화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꿔가는 또 다른 물결을 잉태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의사소통 수단에 대해 무지한 모맹(모바일盲) 어르신 세대들의 목소리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쏟아져 나오는 이런저런 신간들에 대해서조차 전혀 무관심하면서도 지식인을 자처하며, 아무데서나 자신의 편향된 정치적 견해를 외쳐대는 어르신들은 공중에티켓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 지금은 평생교육시대란 말이 그래서 유용한 것이다.
6·2지방선거에서도 조금도 변치 않는 꿋꿋한 모습을 지켜낸 대구·경북지역 사람들은 또 다른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타지역 사람들을 탓할 자격이 없다. 어르신들 가운데는 그쪽이 2번이니, 우리는 1번을 찍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이 많았다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단세포적인 가치관으로 우리 사회의 화두인 사회통합이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김상태 칼럼 5]
김상태 / 전 영남일보 사장.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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