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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의 시선으로 제안한 복지 확대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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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 경제수석 강연 / "복지와 경제 병행, '증세' 필요...무상급식 가능하다""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을 병행해야 사회안정과 경제성장의 효율성을 동시에 가져올 수 있다"

박정희 정권시절 건강보험을 도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맡은 뒤 노태우 정권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경제학자 김종인 전 수석은 이 같이 말하며 경제학적 관점에서 복지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10월 20일 저녁 대구에서 열린 강연에서 "최근 복지논쟁에서 한 쪽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고 다른 한 쪽은 '복지정책을 펼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지게 됐다"며 "그러나 복지는 모든 정부의 모든 정책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이념과는 관계없이 복지정책과 경제정책이 같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 '국민건강보험'을 최초로 도입하고 노태우 정권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강연이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렸다.(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박정희 정권 시절 '국민건강보험'을 최초로 도입하고 노태우 정권시절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종인 전 경제수석의 강연이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 대강당에서 열렸다.(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도의 시선으로 제안하는 복지국가 멘토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은 우리복지시민연합을 비롯한 11개 단체가 마련한 '제3차 대안사회복지학교' 6강 중 세 번째 순서로,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에서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지난 1929년 미국 대공황을 예로 들어 사회안정과 경제성장의 균형을 위한 복지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복지정책, 많은 돈 들이지 않고 펼칠 수 있다"

그는 "지난 1929년 미국 월가가 붕괴되면서 세계 경제가 장기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고 미국에는 수많은 실업자가 생겨났다"며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 돈을 줘서 소비를 해야 공장이 다시 돌아가고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는 이론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이유로 '실업보험'이 탄생하게 됐다"며 "실업자들에게 수당을 주고 그 돈으로 생계를 위해 소비를 하게 하니 수요가 생기고 공장들이 이윤을 얻어 다시 실업자들을 채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복지논쟁에서도 마치 '복지를 하면 엄청난 돈이 투입돼 나라가 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러나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이 많다"고 주장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
김종인 전 경제수석
이를 위해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먼저 새로운 복지 수요를 늘리지 않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와 SSM(준대규모점포)를 예로 들며 "요즘 큰 대형마트와 SSM이 동네 곳곳에 생기는 바람에 중간상인과 소상인들이 다 쓰러지게 됐다"며 "결국 그 사람들의 소득이 중단돼 빈민층으로 전락해 새로운 복지대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학자들이 이 같은 문제점들을 미리 대비하면 복지예산을 늘릴 필요가 없다"며 "정부는 더 이상 복지 수요가 늘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복지의 중요성과 가능한 범위 안에서의 복지 확대 방안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복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인간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시점에서 중단할 수 없다"며 "지속적이고 영구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능력 범위 안에서 복지를 확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을 위한 균형을 봐가면서 복지 정책을 펼친다면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복지를 확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정부 조세부담률 19%, '증세' 필요"

복지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증세'를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의 세금구조 가운데 간접세 비율이 51%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부분 서민들이 내는 세금이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느냐 하는 점을 냉정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974년 종합소득세와 1977년 부가가치세를 도입한 뒤 1980년대 초반 조세부담률을 21%로 책정했는데, 1990년대 말에 와서야 겨우 그 목표를 달성했다"며 "그 뒤 23%까지 올라갔다가 현 정부들어 다시 19%까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현 정부 들어 법인세 감세를 비롯해 조세부담률이 낮아지면서 그만큼 쓸 수 있는 돈도 감소했다"며 "우리나라가 다른 경쟁국보다 법인세 비율이 높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법인세 부담률은 10%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조세부담률 감소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법인세를 내려야 기업들이 투자를 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경제학을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재원확보를 위해서는 증세를 통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하는데 '기부금 조금 낸 것 갖고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법을 철두철미하게 지키면서 세금을 많이 내는 게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모습 (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강연에 참석한 참석자들의 모습 (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끝으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복지정책을 만들 때 복지 담당자들끼리만 모여서 만들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어 답답한 것"이라며 "경제를 다루는 사람들과 함께 논의해야 정확한 가용재원을 파악해 그에 맞는 정책을 내놓고 복지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의를 마쳤다.

"무상급식, 현재 수준에서 가능"..."반값등록금은 복지 정치적 이용"

강연이 끝난 뒤 가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에 관한 질의가 이어졌다.
'무상급식'과 '반값등록금'의 실현가능성 여부에 대해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무상급식은 현재의 수준에서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반값등록금은 조금 다른 문제"라며 반값등록금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무상급식의 경우 각 지자체별로 다르지만 재정 범위 내에서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다"며 "지금 실시하지 않는 지자체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정부는 어린이들에 대해서는 절대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게 교육의 기본 원칙"이라며 "교육세 명목도 출생에 관계없이 초등교육만은 국가가 책임쳐야 한다는 원칙에서 도입됐듯이 모두 안하면 모르겠지만 무상급식을 하게 되면 모든 지자체에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반값등록금'에 대해 김 전 수석은 "무상교육인 초등학교, 중학교와는 달리 대학생의 경우 이미 성인이 됐기 때문에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다닐지 아니면 다른 길을 택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장학금 제도도 어느 정도 구축돼 있기 때문에 충분히 대학생들 스스로가 판단할 수 있는 문제"라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대학생들이 표를 갖고 있으니 한나라당이 어느 날 느닷없이 '반값등록금' 이야기를 꺼냈다"며 "그러나 무상급식도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반값등록금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복지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도의 시선으로 제안하는 복지국가 멘토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 대강당에서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중도의 시선으로 제안하는 복지국가 멘토링'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연에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 대강당에서 2시간30분가량 진행됐다 (2011.10.20)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독일 뮌스터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한 김종인 전 경제수석은 박정희 정권 시절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입안'에 참여해 의료보험제도를 최초로 도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뒤 전두환 정권 때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에 당선돼 1987년 제9차 헌법 개정 때 '헌법 제119조 2항, 경제민주화' 항목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또, 노태우 정권 시절 경제수석비서관으로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해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고, 보건사회부장관을 역임했다. 그 뒤 14대, 17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헌법연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편, 이날 강연은 '제3차 대안사회복지학교'의 6강 중 두 번째 강연으로, 오는 11월 17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대구대학교 대명동캠퍼스에서 장석준 전 진보신당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과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장, 이정우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의 강연이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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