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변화, 그 희망만은 버릴 수 없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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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은재식 / "의무급식, 3만2천을 넘어 32만의 시민행동을 그리며"



2011년, 돌아보면 어떠신지요? 한 해를 보내며 대구의 '현장' 활동가 4명에게 '소회'를 물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참 바쁘게 보냈을 사람들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가 남다른, 꽉 막힌 남북관계 속에도 '통일'을 꿈꾸는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20년 긴 투쟁으로 '가야산 골프장'을 막아내고, 몸살 앓는 '4대강'에 가슴 아픈, 창립 20돌 맞은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 ▶'불모지' 대구에서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무상급식' 조례제정운동을 편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고엽제' 때문에 왜관 미군부대 근처에서 수 개월, 그리고 '한미FTA' 날치기에 분노하고 있는 김선우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은재식 사무처장의 2011년 소회입니다 - 평화뉴스


매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때쯤이면 그동안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또 새해를 맞이한다. 벌써 15년 넘게 이 일을 했으니 새로운 것을 향한 벅찬 기대나 창조보다는 한해를 결산하는 세밑의 일상적 활동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이 기억하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평가와 평가속에서 지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존재하되, 정말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쩐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진부한 느낌마저 든다. 더군다나 각자 알아서 각개약진하는 양상이니, 서로 머리를 맞대고 시너지를 구하는 것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힘든 시기, 각자의 ‘진지’라도 제대로 구축할 수 있으면 다음을 기약해 볼 수 있기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구축되었다고 생각되는 진지도 허물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춘추전국시대에 살아 남기 위한 경쟁과 전술만 난무한 채,  최후의 승자가 민중이 될 수 있는 시민사회의 전략은 부재하다.

사회운동하는 이들이 꿈꾸는 미래, 꼭 찍어 ‘이것이다’라고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려워도 40대를 넘겨 50대를 바라보면서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세상을 갈망하며 불철주야 노력했다는 아빠, 엄마의 신념과 행동조차 아이들이 알아줄 지 의문이다. 그래도 좋은 세상 물려주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회의와 행사, 집회에 아이들을 데리고 참여했건만, 어느새 커버린 아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를 기대하는 것 조차도 오로지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찾는다.

이런 생각으로 다소 혼란스러웠던 한해.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복지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기 시작했다. 성장지상주의, 시장만능주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논쟁은 일시적인 ‘복지 바람’이 아니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결과적으로 서울시장을 바꾸었다.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함께 막아낸 희망버스나 한미FTA 반대, 반값등록금 및 교육공공성 실현, 의료민영화 저지 등은 1%를 위한 나라가 아닌 99%를 위한 나라를 만들자는 미국의 ‘점령하라’ 운동과 일맥 상통한다. 서민과 노동자를 위한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무급식 어렵지 않아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만 OK 하면 돼요"...<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대구시민 청구인 명부> 대구시 제출 기자회견(2011.12.1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의무급식 어렵지 않아요~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만 OK 하면 돼요"...<친환경 의무급식 조례제정을 위한 대구시민 청구인 명부> 대구시 제출 기자회견(2011.12.1 대구시청 앞)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이러한 큰 흐름은 지역을 바꾸고자 하는 운동과 이어졌고, 한편으로 의무급식 조례제정운동으로 나아갔다. 주민발의 조례제정운동은 1%의 부자를 위한 체제를 뜯어고치는 운동이거나 지역자체를 일시에 바꾸는 운동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현 시기에 지역을 바꾸는 유효한 대중적 전술임은 분명하다. 그리고 서명시작 60여일만에 3만2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대구시에 서명인명부를 제출했고, 2012년 1월말쯤이면 주민발의 조례가 대구시의회에 상정된다. 힘들고 고단한 과정이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묵묵히 이 일을 함께 했다. 지역을 바꾸고자 하는 신명난 이 일에 연대정신으로 화답한 것이다.

이제 서명에 참여한 3만2천여명을 넘어 32만명의 대구시민들이 참여하는 2단계 시민행동을 그려본다.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의 조례제정 반대 카르텔 장벽이 아무리 철옹성이어도 반드시 의무급식 조례가 대구에도 제정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조례제정 성과는 변화를 바라는 대구시민 모두의 승리다. 그리고 소박하게는 내년에 고등학교 1학년과 초등2학년이 되는 아이들에게도 아빠로서 자랑도 하고 싶다. 술먹고 늦게 들어와 항상 잠자는 아이들의 얼굴만 바라봐야 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조금은 해소되리라.

총선과 대선을 치루는 정치적 격동기인 2012년, 변화를 갈망하는 주체가 준비되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가 없다. 실업, 보육, 교육, 주거, 의료, 빈곤 등 사회적 불평등이 더욱 심화될수록 변해야 된다는 소망은 더욱 간절할 수 밖에 없다. 이 소망을 희망으로 현실화시켜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과 노선이 필요하다. 정당들의 분발이 요구된다. 아무쪼록 대구를 바꾸고자 하는 희망만은 버릴 수 없기에 내년 이맘 때쯤이면 대구가 이렇게 바뀌어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바꾸었다는 즐거운 내용만을 회고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2011 송년] ③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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