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넷, 통일꾼의 신혼처럼 한반도의 3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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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김두현 / "한 고비 넘어, 생활과 운동이 일치하는 삶을 꿈꾸며"


2011년, 돌아보면 어떠신지요? 한 해를 보내며 대구의 '현장' 활동가 4명에게 '소회'를 물었습니다. 조금은 특별한, 그리고 참 바쁘게 보냈을 사람들입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급서가 남다른, 꽉 막힌 남북관계 속에도 '통일'을 꿈꾸는 김두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20년 긴 투쟁으로 '가야산 골프장'을 막아내고, 몸살 앓는 '4대강'에 가슴 아픈, 창립 20돌 맞은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 ▶'불모지' 대구에서 3만여명의 서명을 받아 '무상급식' 조례제정운동을 편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고엽제' 때문에 왜관 미군부대 근처에서 수 개월, 그리고 '한미FTA' 날치기에 분노하고 있는 김선우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입니다. 이 글은 김두현 사무처장의 2011년 소회입니다 - 평화뉴스


 이제 2011년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있다.
 돌아보면 어찌 소중하지 않은 날 들이 있겠냐마는 올 한해는 나에게 잊을 수 없는 해일 것이다. 법으로 정해진 시기는 없으나 대체로 사십이 되기 전 만나는 인생의 동반자를 사십 중반에 들어선 올해에야 만났기 때문이다. 소위 결혼이라는 것을 하면서 마주치는 현실은 사실상 생활인으로 처음 만나는 세계였다.

6개월 방위로 군을 제대했음에도 불구하고 7년만에 학교를 졸업할 수 밖에 없었던 시대. 학생운동을 하느라 미흡했던 취업준비로 인해 세상과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시기. 운동을 한답시고 가정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못 되었던 지난 세월들.  

하지만 결혼준비를 하면서 부딪히는 현실은 추상적으로 이야기했던 서민의 삶이 구체적으로 내 삶이 되었다. 전셋집을 구하면서 폭등하는 전세값에 분노했고 은행대출을 받으면서 대출제도의 비실효성에 대해 개탄했다. 임대주택 중심의 주택정책으로의  전환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절실한 나의 요구가 되었다. 결혼은 그렇게 구체적 현실에서 붕떠있던 삶을 생활인으로서의 삶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아직은 낯설다. 40년간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아왔던 두 사람이 만나 장을 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일정을 조절하고 집을 구하는 큰 일을 결정하는 것까지 조율하며 사는 삶이.

 하지만 설레기도 하다. 동고동락(同苦同樂)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꿈꾸어 본다. 상대방의 주체성을 무시하고 나는 변화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변화만을 요구하며 내 중심적인 동질화를 요구하는 홀로주체적 가정이 아니라 서로 동등하게 상호 주체적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가치와 룰을 만들어 동등한 결합을 이루는 서로주체적 가정을 꿈꾸어 본다. 이러한 가정은 결국 상대의 아픔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나누려는 응답의 자세로부터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북의 아픔 나누려는 자세가 통일의 출발

 이는 남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의 아픔을 인식하고 그 고통을 나누려는 응답의 자세로부터 바람직한 통일은 시작될 수 있다. 다시 말해 남쪽 중심의 홀로주체적 통일이 아니라 남과 북이 함께 동등한 주체로 참여해 서로의 가치와 체제의 장점을 수용한 새로운 가치와 제도로 동등하게 하나되는 서로주체적 통일의 출발은 북의 고통을 나누려는 자세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식량난과 에너지난으로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북녘동포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이 그 시작이 되어야 함은 물론일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또한 북녘동포들의 지도자로 지난 시기 민족의 화해와 협력의 이정표였던 6․15공동선언과 10․4평화번영선언의 당사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슬퍼하는 북녘동포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것 역시 북의 아픔을 함께 하려는 자세의 일환일 것이다.

 함께 아픔을 나누지도 않고 아픔을 나누려는 자들의 시도마저 방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통일의 자세가 아니다. 또한 지도자를 잃고 흘리는 북녘동포들의 눈물에 대해 진짜 눈물이니 가짜눈물이니 평가하는 것은 더더욱 올바르지 못한 자세일 것이다. 상을 당해 슬퍼하는 북녘동포들의 아픔을 나누지는 못할 망정 옆에서 잔치를 벌이거나 혼란을 부추켜서는 더더욱 안될 일이다.

 생활과 운동이 일치하는 삶을 꿈꾸며

 이제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대결하던 김일성 - 박정희 시대인 대결과 갈등의 1막을 끝내고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 전환하고자 했던 김대중 - 김정일 시대인 2막도 마감이 되었다. 한반도의 시대적 상황도 한 고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이제 제 3막이 열려야 한다.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고자 했던 2기가 남긴 과제인 냉전의 해체와 완전한 평화의 구축하에 통일의 시대를 준비해 나가는 것이 3기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도 이제 인생의 3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00년대 이전 그저 열정만 가지고 운동을 했던 시기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2001년 평양방북에서 결심했던 통일운동가의 삶에서 보다 더 전문적이고 보다 더 구체적인 생활인으로서의 통일운동가로의 성장과 변화를 꿈꾸어 본다. 그리고 내가 꿈꾸는 통일이 생활인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그래서 모두가 행복한 통일이 되기를 꿈꾸어 본다.

 내년부터 본격화 될 생활인으로, 보다 전문적인 통일운동가로서의 내 삶의 3막과 평화와 통일의 과제를 이루는 한반도의 3막이 일치하기를 진정 꿈꾸어 본다. 
 





[2011 송년] ①
김두현 /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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