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포퓰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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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칼럼] "MB 부자감세 82조원, 4대강사업 22조원...적반하장"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던 오세훈 시장이 낙마한 뒤 한 동안 잠잠하던 소위 ‘복지 포퓰리즘’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총선을 맞아 야당은 당연히 복지를 내세우고 있거니와 작년까지만 해도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배척하던 한나라당조차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갈고 신장개업 기념 복지 대할인판매를 개시했다. 가히 복지의 백가쟁명, 백화제방의 시대라 할 만하다.

  그러자 대통령, 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제동을 걸고 나섰고, 여기에 재계 대표들과 보수 언론이 맞장구를 치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들은 과잉복지가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으며, 나라의 근간을 보호하기 위해 포퓰리즘 대신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견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본말이 전도되고 흑백이 뒤바뀐 논리다.

  왜냐하면 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을 후퇴시킨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부자 감세로 무려 82조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법인세 35조원, 소득세 25조원, 종합부동산세 10조원이 그 중심이다. 이것은 누가 봐도 부자들을 위한 감세다.

  부자 감세로 경제를 살린다는 건 빈말이다. 과거 이런 말로 혹세무민한 대통령이 미국에서 여럿 나왔는데, 1920년대 하딩, 쿨리지, 후버, 1980년대 레이건, 2000년대 부시 대통령이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공화당이고 경제를 망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1929년 대공황과 2008년 경제위기의 원인 제공자들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정부가 감세에 집착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내세운 이유는 낙수효과, 경기회복 등등이지만 진심은 부자, 강자들을 위한 선물이 아니었을까? 레이건의 감세 정책이 공급경제학 등 그럴듯한 논리를 앞세웠지만 실은 부자들을 위한 ‘트로이의 목마’에 불과했다고 실토한 레이건의 감세 사령관 데이비드 스톡먼 예산청장의 증언이 생각난다. 

  82조원이나 부자 감세를 하는 바람에 원래 낮은 한국의 조세부담률(국민소득 대비 조세의 비율)이 참여정부 후반 21%를 정점으로 조금씩 후퇴하여 최근 19%로 떨어져 버렸다. 이 값은 여러모로 보아 장기적으로 25% 정도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앞으로 각종 복지 확충이 필연적이므로 국제적으로 비교해서 너무 낮은 수준인 우리의 조세부담률을 조금씩이라도 높여나가야 하는 마당에 오히려 2% 포인트나 낮춘 것은 중대한 실책이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잘못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4대강 사업이라는 단군 이래 최악의 낭비적, 자연파괴적 사업에 무려 22조원이나 쏟아 부었다. 흙과 모래, 나무와 풀 사이를 흘러야 할 강을 시멘트 속에 가두는 이런 황당무계한 사업에 22조원을 낭비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이제 강을 강이라 부르기도 어렵다. 게다가 대통령 임기 전에 준공을 하려고 과속까지 해서 졸속 공사의 부작용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 보수유지비만 해도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부자 감세 82조원과 4대강 사업 22조원을 합하면 100조원이 넘는데 이 돈이면 상당한 복지를 할 수 있다. 이 정도의 돈이면 민주통합당이 주장하는 3+1(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 반값 등록금)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 복지국가가 되고 안 되고는 예산 문제라기보다는 우리의 인식 문제다. 지금 여야가 모두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진정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을 할 때 반대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지금 와서 복지를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가짜 복지, 사이비 복지다. 

  한국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은 여야의 복지 공약이 아니다. 지금 여야가 벌이는 복지경쟁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있다. 과거 선거에서 복지를 놓고 경쟁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선거 때마다 개발, 뉴타운 같은 것이 판을 치지 않았던가. 실은 이런 개발공약이야말로 나라 망치는 포퓰리즘이다. 나라 전체는 생각하지 않고 우리 지역 개발, 우리 지역 예산 확보의 제로섬 게임에 몰두했는데 이런 행태야말로 망국적인 것이다. 일본경제가 휘청거리는 이유가 무엇인가? 복지국가를 포기하고 토건국가로 매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리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 최근 재정위기를 겪는 나라의 배후에는 공통적으로 토건포퓰리즘이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역사상 복지국가가 과잉이라서 망한 나라는 없다. 부패와 토건주의가 나라를 망쳤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복지국가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더 늦추다간 저출산, 고령화의 시한폭탄이 우리 경제를 덮치고 말 것이다. 그때 가서는 아무리 복지예산을 늘여본들 노인들 연금 지급하는 데 다 써야 한다. 백약이 무효이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데 아직도 보수파들은 복지를 포퓰리즘이라고 공격하며 발목잡고 있는 것이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을 위협하는 것은 여야의 복지 경쟁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와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 재정을 망쳤다. 그래 놓고 대통령, 총리, 장관이 다투어 여야의 복지공약을 비난하는 것은 ‘가랑잎이 솔잎더러 바스락거린다’고 하는 격이고 적반하장이다. 올해 총선과 대선은 토건 대 복지, 진짜 복지 대 가짜 복지의 건곤일척의 싸움이 될 것이고 이 싸움으로 나라의 운명이 좌우될 것이니 부디 우리 국민이 혜안을 갖기를 빌고 또 빈다.
 





[이정우 칼럼 2]
이정우 /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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