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혼자 꾸는 꿈은 꿈으로 끝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
성유보 (사)희망래일 이사장(전 민주언론운동연합 이사장)의 강연이 3월 13일 저녁 매일신문사 11층 매일가든에서 열렸다. '대구경북의 새 희망 만들기'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주최한 '대구경북희망문화포럼'으로 시민.언론.시민단체 활동가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
성유보 이사장은 먼저 "대구경북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해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 이사장은 "대구경북은 일제 치하에서는 민족자주.독립운동의 근거지였고 이승만 정권 시대에는 '반골의 도시', '야당의 도시', 1960년 4월 혁명 때는 최초의 반정부 데모 2.28 의거의 중심지였다"며 대한민국 건국 초기 20년 동안은 "저항하는 사람들의 도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1961년 박정희가 5.16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 후, 2012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구경북은 한국 보수정당의 주춧돌로 변했다"며 "박정희 집권 당시 대구경북 출신들이 정치권력의 핵심부에 많이 진출하며 정치권력과 보수적 특권의 온상지로 인식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형성된 대경의 정체성을 "보수주의가 아닌 TK패권주의 또는 파시즘적 권주의"라고 규정하며 50년 동안 지속된 군사정권의 패러다임으로 여전히 "'좌파 콤플렉스'에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기존의 정책.법률.제도를 고치려고 하면 "좌파.빨갱이라고 몰아붙여 지역의 개혁을 더디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군사정권이 지난 50년 동안 남기고 간 성과물 가운데 "절대적 빈곤 탈출, 산업화"를 들어 "독재를 옹호하는 대구경북 시민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그기에는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나는 "경제성장 결실이 재벌들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자본이 서울로 흡수된다는 것"이다.
재벌의 총생산이 2011년 30대 재벌 기준으로 국내 총생산의 96.7%인 1134조원을 차지한 것과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0년간 30대 재벌의 자산이 70배로 늘어난 점을 들어 "군사정권이 개발 논리로 국민의 혈세로 키운 재벌들이 부를 독식하고 있다"며 "지극히 불공정한 룰을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 한국사회의 인구.산업.금융.교육.문화.의료를 포함한 모든 분야의 부를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며 "무소불위의 군사독재정권과 중앙 집중 권력이 대구경북을 포함한 수도권 이외지역을 공동화.사막화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 이사장은 '1인당 소득'과 '1인당 채무액'에 대한 통계청 자료를 통해 "'TK패권주의' 추구 결과, 대경의 경기는 침체되고 있다"말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2008년 지역별 1인당 소득 지표를 보면 울산 229, 서울 115, 인천 86, 부산 76, 대전 75, 광주 73, 대구 64로 7개 대도시 가운데 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방도시가 표준치를 밑돌았고, 이 가운데 대구가 최하위를 기록했으며 2009년 통계청이 발표한 7개 대도시의 1인당 채무액 가운데 대구가 80만원으로 부채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결과적으로 대구경북 시민들이 경제적.정치적으로 정체성 위기를 맞고 있다"며 "새로운 정책을 확립해야할 시기가 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근대 이전 역사에서 야만적인 폭력을 통해 정복 전쟁이나 용병으로 이름을 떨친 스웨덴과 스위스의 예를 들어 "두 국가는 폭력성과 야만성을 버리고 신용과 복지를 택해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며 "대구경북도 새로운 정체성 확립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권위주의적 지역 패권주의에서 탈피한 '시민 민주주의'와 소수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다원사회'를 지향"하고, "평화.화해.공존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 패널로 참석한 경북대학교 채장수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제 발전이라는 단어에 모든 가치를 잃어버렸던 지난 50년"이라고 말했고,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석원호 상임이사는 "대구경북인들은 새로운 것에 대해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모두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며 "그러나 중소 자영업자와 서민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대구경북의 현실을 밝힌다면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체인지대구 오택진 협동사무처장은 체인지대구가 코뮤니타스를 통해 여론조사를 한 결과를 예로 들어 "대구경북에도 진보개혁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이 25%-30%정도"라며 "어쩌면 진보적인 정당과 진보세력이 잘하지 못해 보수 정당 쪽으로 시민들이 기운 것은 아닌지 반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유보 이사장은 1968년 동아일보에 기자로 입사한 뒤 군사정부의 언론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1974년 노조를 만들어 자유언론실천선언을하고 언론민주화 운동을 하다 이듬해 3월 17일 해직을 당했고, 긴급조치 9호를 비방했다는 죄목으로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성유보 선생이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희망래일은 한반도의 통합과 평화를 기원하는 곳으로 시베리아 철도 체험, 대륙 바로알기 인문학강좌. 북한철도 침목 보내기 운동을 하고 있다.
이날 열린 '대구경북희망문화포럼'은 대구경북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가 "민주주의 계승발전"과 "대구경북지역의 진보적 의제 설정에 기여할 수 있는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할 목적으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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