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정치꾼의 전유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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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대표성도 없고 견제도 못하는 국회를 그냥 둘 것인가?


안녕하십니까? 저는 활빈당 홍길동 할아버지가 세우신 율도국의 국민입니다. 조선, 아니 한국은 율도국의 뿌리이기 때문에 제가 특별히 관심을 두는 나라입니다. 한국에서는 4월 11일에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를 놓고 정치권과 언론에서 말이 많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국회, 대표성도 없고 권력 견제도 못한다

그런데 결과도 결과이지만 근본적으로 국회 그 자체에 냉소를 보내는 분들이 의외로 많아 보입니다. 그 이유로는 첫째로, 현재의 국회가 국민 대표성이 없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구성을 보면 경제력은 말할 것도 없고 연령, 성별, 직업, 거주 지역 등 어느 기준으로 보더라도 국민의 구성과 매우 다릅니다. 사람은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사물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편중된 국회는 자연히 국민과 동떨어진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더구나 중앙당을 서울에만 두도록 되어 있는 선거법 때문에 각 정당은 지방을 선거 식민지처럼 대합니다.

둘째로, 정당 중심으로 정치를 하다 보니 국회가 정부를 견제하지 못합니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과 국회의 다수당이 같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헌법의 취지인 권력분립이 무시되고 있습니다. 정당의 최대 목표는 정권 쟁취이기 때문에 국회 내에서 이성적인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상대 정당에 대한 ‘묻지 마’ 비판을 일삼습니다.

셋째로, 지역구 선거제도 역시 문제입니다.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보다 지역구민을 위한 일에 골몰합니다. 국회의원 공약이 구청장이나 군수의 공약과 별 차이가 없고 예산 심의 때마다 지역구 사업 챙기기 경쟁을 벌입니다. 또 지역구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 정치 부패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50%를 피선거권자 중 추첨으로 선출

저희 율도국도 과거에는 한국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과 숙의를 거치면서 국회의원 선출 방식을 대폭 바꾸었습니다. 현재는 선거로 뽑는 ‘선거 국회의원’ 외에 ‘추첨 국회의원’을 두고 있습니다. 추첨 국회의원은 일반 국민 중 선거 아닌 추첨에 의해 선출합니다. 국민 참여 재판의 배심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율도국 개혁 과정에서, 진정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100% 추첨으로만 뽑는 방안을 지지하는 국민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당 정치 자체가 나쁜 게 아니고 전문 정치인도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서 혼합형이 되었습니다.

다만 지역구 선거의 폐단을 없애고 인물 대결보다는 정책 대결을 지향하기 위해 선거 국회의원은 정당 비례대표 방식으로만 뽑습니다. 정당 득표율대로 정당에서 낸 후보가 당선되는 방식입니다. 율도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대형 정당을 우대하지 않기 때문에 선거 국회의원의 출신 정당은 다양합니다. 그래서 국회가 대통령의 시녀 노릇을 하는 일은 없습니다. 정당이 난립하여 정치가 불안정해진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국회가 상식에 따라 운영되면 이런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추첨 국회의원의 정원은 선거 국회의원보다 많지만 표결권은 50 대 50으로 행사합니다. 추첨을 하다보면 우연히 지나친 편중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매년 정원의 일부를 새로 추첨하여 교체합니다. 추첨 국회의원은 각자 자신의 거주 지역에서 자신의 직업에 종사하면서 가외로 국회의원 업무를 수행합니다. 통신 기술 덕에 현지에서 화상회의에 참여하여 의안을 발의하고 표결도 합니다. 물론 본인이 직접 국회에 가서 참석해도 됩니다.

국민의 상식이 국정에 반영되어야


추첨으로 뽑힌 국회의원이 제대로 역할을 할지 걱정도 되실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원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권력 의지나 전문성보다는 공공문제에 대한 관심과 건전한 상식이 아닐까요? 이런 면에서 지금까지 율도국의 경험은 긍정적입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이름만 걸어놓는 사례는 많지 않습니다. 추첨 국회의원의 보수도 많지 않고 업무와 무관한 특권도 없기 때문에 의원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더러 나옵니다. 또 참여도가 너무 낮은 추첨 국회의원을 교체할 수 있는 장치도 있습니다.

국정 이해도가 낮아 업무를 못하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누구나 추첨 국회의원이 될 수 있으므로 어릴 때부터 학교에서 준비를 시킬 뿐 아니라 국회의원이 된 후에도 재교육 받을 기회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안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부족하지도 않습니다. 선거 국회의원과 국회 전문위원이 분석한 자료를 제공해주고 시민단체에서도 각종 의견을 보내줍니다.

국회의원은 정치꾼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국의 국회와 선거 문제가 심각한데도 본격적인 개혁이 거론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국회의원은 의례 특별한 사람이 해야 된다고 하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아니면 개혁 의제로 떠오르는 것 자체를 막는 어둠의 힘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율도국의 방식이 유일한 정답이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 또 어느 제도든 장단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한국이 체념과 무관심으로 개혁을 포기하는 나라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희가 자녀들에게 한국을 자랑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우리는 뿌리가 같잖아요.






[김윤상 칼럼 45]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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