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당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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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칼럼] 정치의 서울중심주의부터 허물어야


내년에는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닥치고 이명박 정부가 끝난다. 지방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 명박 정부 집권기에 서울중심주의가 더 심해진 것이 특히 마음이 아프다. 1990년대부터 10여 년간 ‘지방분권’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으나 대기업, 부유층,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을 가진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이룩했던 약간의 결실마저 없던 일로 하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도 대구와 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이를 보고만 있었다. 호남 출신 의원이 압도적인 민주당 국회의원들도 역시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모든 정당이 서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정당(이하 ‘서울당’)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지역의 요구도 ‘서울당’을 통해야 표출

현행 정당법에 의하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이 등록해야 성립하고(제3조, 4조), 5개 이상의 광역시ㆍ도에 시ㆍ도당을 가져야 하며(제17조), 각 시ㆍ도당은 그 지역에 사는 1천명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제18조)고 되어 있다. 즉, 전국 조직을 가지고 당원이 최소한 5천 명을 넘어야 하며 중앙당은 반드시 서울에 소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청난 진입장벽이다.

그래서 모든 정당은 서울당이 되고 말았다. 지방 주민이 절실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표출하려고 해도 서울당을 통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도 결국 서울당의 공천을 받아야 하므로 지방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더구나 대다수 국회의원의 실제 거주지는 수도권이어서 서울사람의 의식을 갖고 있다. 사람의 마음은 베개를 두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은 서울당의 선거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심지어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의원마저도 서울당에 예속되고 말았다. 그래서 지방선거에서는 정당공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현실을 고려할 때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주장이지만, 지역 정치도 정치이므로 정당을 배제한다는 것은 원론에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당법을 개정하여 지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

<체인지 대구>를 위해서도 지역정당 필요

또 최근 대구에는 <체인지 대구>라는 이름의 비정당 시민정치행동 조직이 탄생하였다. 한나라당 일색의 대구 정치를 바꾸기 위해 야권의 통합 내지 연대를 추진하는 조직이다. 지역의 야권이 후보라도 단일하게 내어 여권에 맞서도록 함으로써 최소한의 균형을 확보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 왕따가 된 우리 지역을 구하기 위한 시민운동으로 주목받고 있다.

<체인지대구> 창립대회(2011.11.17 경북대)...참가자들이 '체인지대구' 깃발을 흔들며 "체인지대구, 좋아요"를 외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체인지대구> 창립대회(2011.11.17 경북대)...참가자들이 '체인지대구' 깃발을 흔들며 "체인지대구, 좋아요"를 외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그런데 지금과 같은 정당법으로는 지역 야권 후보의 난립을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근본적으로 막기 어렵다. 정치 참여 욕구를 가진 사람은 서울당에 가입하는 수밖에 없는데, 서울당이 분립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이들도 나뉘게 되고 그 결과는 지역의 후보 난립으로 나타난다. 난립의 책임을 출마자들에게만 물을 수는 없다.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정당법 개정으로 지역정당이 생기면 지역 정계의 판도가 놀랄 정도로 달라지지 않을까? 유권자들이 머나먼 서울당 후보보다는 생활정치를 하려는 가까운 후보를 더 선호할 것이다. 서울당 때문에 분열되어 있는 지역 정치인들도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다.

물론 이건 희망적인 예상이고 지역정당이 추가되면서 후보가 더 난립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자존심 강한 우리 지역은 서울당의 대구 지점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지역정당이 중심이 되고 서울당과 정책연대를 하는 쪽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그렇게 되도록 <체인지 대구>와 같은 단체에서 노력해야 한다.

다른 지역과도 연대하면 효과 커진다

정당법 개정 노력은 다른 지역과 연대하면 더 효과가 크다. 호남에서도 지역 균형을 추구하고 민주당 독주를 걱정하는 시민운동이 있을 것이므로 이들과 같이 힘을 모아 압력을 높이는 것이 좋겠다. 영호남에서 모두 의미 있는 지역정당이 탄생한다면 서로 상대편의 싹쓸이를 명분 삼아 자기 지역의 싹쓸이를 합리화해온 비뚤어진 지역 정서도 대폭 완화될 것이다.

지역정당을 허용하면 지역 이기주의가 심해진다고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정당이란 나라 전체의 공익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누군가의 정치적 욕구를 대변하는 정치조직이므로 이런 반대는 옳지 않다. 대기업, 부유층, 서울 등 강자의 이익을 대변해온 한나라당보다 소외된 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훨씬 나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서울중심주의 타파를 위해서도 <체인지 대구>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도 지역정당을 허용하도록 정당법 개정 운동을 벌여야 한다.






[김윤상 칼럼 42]
김윤상 /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yskim@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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