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진보정당, 계급과 노동 의제 회복해야"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5.15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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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강연 / "비정규직 문제도 외면...'당권' 떠나 노동자와 대중의 신의 다시 찾아야"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지역본부지도위원 (2012.5.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지역본부지도위원 (2012.5.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논란이 있었다. 문제도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것이 맞다. 과정에서 일어난 문제다. 처음 문제가 촉발됐던 지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노동운동을 열심히 하던 활동가들이 상처를 많이 받았다. 그 분들이 쓰러져 울고 있다. 주변에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진보정당을 살리는 길은 당권파와 비당권파를 떠나 노동자와 대중들의 신의를 다시 찾는 것이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며 35m 높이 크레인 위에서 309일 동안 농성했던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지역본부지도위원이 대구를 찾아 최근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부정 논란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김 지도위원은 "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지만 비례대표 선거부정 문제를 바라보면 탈당의 유혹을 느끼기도 했다"며 "그러나 진보정치를 포기할 수 없어 탈당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당 차원에서 비리가 있으면 당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며 "바른 길로 가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중과 노동자가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대구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가 주최한 '소금꽃나무 김진숙과 함께하는 이야기마당' 강연이 5월 14일 저녁 가톨릭근로자회관 대강당에서 200여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소금꽃나무 김진숙과 함께하는 이야기마당' 강연에 2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2.5.14.가톨릭근로자회관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금꽃나무 김진숙과 함께하는 이야기마당' 강연에 200여명의 시민이 참석했다(2012.5.14.가톨릭근로자회관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먼저, 김 지도위원은 이날 강연에서 정당정치가 지닌 노동문제 해결력의 한계성을 비판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노동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며 "노동운동을 오랫동안 했지만 진보정당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비정규직 문제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며 "울산과 창원에 가면 그곳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에 대해서 진보정당들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며 외면한다"고 했다. 또, "이것이 진보정당들이 계급과 노동문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계급과 노동문제의 정치적 의제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지도위원은 올 1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40대 노동자가 분신자살을 시도한 것에 대해 "사람들은 '정규직이 왜 자살을 하냐'고 묻더라"며 "이것은 한국 사회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가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가 자살한 이유는 관리자들이 화장실 가는 것과 물 마시는 것을 통제해 고통을 받았기 때문인데, 정규직은 '현장통제'를 받아도  감사해야 한다는 풍토가 뿌리 내리고 있다"며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건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적 아닌 적'으로 변하고 있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김 지도위원은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저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죽지 않고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2012.5.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지도위원은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저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죽지 않고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2012.5.1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지도위원은 이어, 지난 2011년 1월 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농성을 하던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하던 희망버스에 대해 "물대포와 최루액, 연행과 폭압 때문에 크레인 근처에도 오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며, 기적이 아니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더라"고 했다.

또, "농성을 하던 중 누군가 나에게 '70년대는 전태일이, 80년대는 박종철이 시대의 횃불이 됐다. 이제는 김진숙 차례다'라고 말했다"며 "죽음을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라는 말에 '안된다'고 했지만 85호 크레인 위에서 그것만큼 강한 유혹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미사를 드리러 오는 수녀와 신부, 백배소원기도를 하는 사람, KTX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날라리들. 얼굴도 모르는 그들이 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지 묻고 싶었다"며 "어떤 마음이 당신을 여기로 오게 했느냐고...그래서 저들의 얼굴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죽지 않고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진숙 지도위원과 대구시민들(2012.5.14.가톨릭근로자회관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진숙 지도위원과 대구시민들(2012.5.14.가톨릭근로자회관 대강당)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끝으로, 김 지도위원은 2009년 4월 이후 22번째 사망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 대해 "지난 3월 30일 36살 젊은 청년이 23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며 "거기까지 올라가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짐작 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고 했다.

또,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농성에 대한 정부 진압은 "테러범에게도 그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국가권력이 정리해고에서 살아남아보겠다는 노동자에게 용역과 경찰을 동원해 곤봉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는 것은 그와 그의 가족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정리해고는 한 가족의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23번째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그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그들의 손을 잡아야 한다"며 "희망버스 기적이 이제 쌍용자동차 노동자에게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김진숙 부산지역본부지도위원은 1981년 대한조선공사에 입사해 용접공으로 일하며 1986년 노동조합 대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1987년 노조대의원 활동 중 '명예실추, 상사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해고 됐다. 이후, 대한조선공사는 한진중공업에 통합됐고, 2010년 경영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400명을 해고했다. 김 지도위원은 이에 반발해 크레인에서 309일 동안 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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