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환경, 적색과 녹색이 만날 지점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5.16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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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개별 대응은 한계, 현실적 세력화" / "녹색당.꼬뮌이 대안 될 수도""


'민중행동'이 주최한 '적색, 녹색에게 말걸다' 토론회...(왼쪽부터)이득재 민중행동 공동대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대표,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센터 소장(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민중행동'이 주최한 '적색, 녹색에게 말걸다' 토론회...(왼쪽부터)이득재 민중행동 공동대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대표,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김헌주 경산이주노동센터 소장(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노동운동(적색)과 환경운동(녹색)의 각 의제를 확장시켜 연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토론회가 15일 저녁 대구 민중행동 교육관에서 열렸다. '적색, 녹색에게 말걸다'는 주제로 '민중행동'이 주최한 토론에서는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을 비롯해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이득재 민중행동 공동대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대표가 3시간가량 격론을 벌였다. 토론장에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3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자들은 "후쿠시마 핵 참사 이후 핵 체제에 대한 환경 파국"과 "21세기 신자유주의의 노동탄압과 자본의 파국"에 공감하며 "적녹연대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노동운동 측은 "환경운동이 과거 지향주의와 낭만주의에 골몰할 위험성이 있다"며 "대중들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적'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환경운동 측은 "후쿠시마 핵 참사와 같은 인류사적.보편적 사건 앞에 정치적 혁명만으로는 파국을 막을 수 없다"며 "낭비체제의 근본원인인 자본주의의 지속을 막기 위해선 반핵.녹색운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차이를 보였다. 

(왼쪽부터)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 이득재 민중행동 공동대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대표,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 이득재 민중행동 공동대표, 노태맹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전 대표, 공정옥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발제를 맡은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은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운동이 필요하고, 이는 노동자 현실에 비춰 보더라도 중대한 주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핵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예를 들어, "크고 작은 사고 수습과 복구에 투입되기 때문에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이 외에도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반핵운동은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세계에너지기구(IEA)는 2009년 이미 석유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인정했고, 이는 자본주의 에너지 파국의 또 다른 측면"이라고 했다. 반면,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에서 억압받는  피해자인 동시에 자유로운 소비자"라며 "체제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파국을 불러온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중행동 이득재 공동대표는 "반핵운동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지만 반핵운동이 민중의 당면과제로 보이지 않는다"며 "자본주의 체제에서 착취당하는 노동자의 고통이 현실적으로 가깝다"고 말했다. 또, "파국들은 결국 1차 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텐데 미래에 대한 대안이 부족해 보인다"며 "환경문제은 중장기적으로 생각해봐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논쟁은 "환경운동의 과거 지향주의와 낭만주의"에 대한 비판과 반박으로 이어졌다.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노태맹 전 대표는 "자연과학과 분리된 낭만주의적 생태주의는 과학적, 역사적 분석보다 기존 문명에 대한 비판에만 골몰한다"며 "과학이 배제된 녹색운동은 낭만주의적 상상력에 그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지나친 과거 지향주의와 농경사회 가치관은 노동자의 삶과 분리될 수 있다"며 "인문학과 사회과학적인 녹색은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현재 녹색운동이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에 좋은 것이 존재하면 배우고 현대에 안착시키자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도 "무조건 과거로 회귀하자고 것이 아니다"며 "에너지와 자본의 파국이 오면 결국 현대 문명 사용에 어려움이 있을 텐데, 그 때를 대비하고 대안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쿠바는 오랫동안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전통적 농업생산을 하고 있고 식량 자급률도 높다"며 "생태주의도 단순히 상상력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토론을 지켜보던 민중행동 서장수 활동가는 "노동자들은 생활에 필요한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녹색운동이 말하는 '환경' 이슈들은 실질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움직임 속에서 적색과 녹색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미약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은 그러나 "당장 적녹이 만날 수 있는 지점을 그릴 수는 없다"며 "대신, 노동자는 소비자로서 노동자협동조합을 설립해 친환경 농산물을 농민과 직거래 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안을 제시했다.
 
민중행동 이득재 공동대표는 "21세기 신자유주의에서는 노동자 몫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따라서, 노동운동도 19-20세기에 머물러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자성만 강조해서는 자본주의 모순을 해결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녹색운동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은 이어,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연대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도 중간마다 질문을 던졌다(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토론에 참석한 시민들도 중간마다 질문을 던졌다(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환경운동연합 공정옥 사무처장은 "환경문제에 대한 개별적 대응은 이미 한계점을 넘었다"며 "자본과 반자본이라는 이념논쟁이 아닌 현실적인 세력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환경운동는 '하자'와 '말자' 이 외에는 대안이 없고, 대중에게 피로감을 안겨준다"면서 "환경과 노동, 사회의 여러 의제를 묶을 수 있는 정당정치의 형태로 녹색운동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변홍철 전 녹색평론 편집장도 "환경운동을 정치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녹색당'이 그 지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녹색운동 의제에는 노동자 문제도 포함돼 있다"며 "자본과 국가에 질식된 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적 토론의 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녹색당이 그 자체로 권력 장악 도구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민중행동 이득재 공동대표는 "환경과 자본의 파국은 결국 적색과 녹색운동을 만나게 할 것"이라며 "노동자와 농민의 낮은 수준의 정치적 조직이나 공동생활을 함께 나누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인 '코뮌(Commune)'을 통해, 적녹연대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토론회는 시민단체 활동가를 비롯해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시간가량 진행됐다(2012.5.15.민중행동 교육관)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민중행동은 "신자유주의 반대"와 "평등한 세상을 위한 대안 모색"을 가치로 2003년 6월 창립했으며, 비정규직, 평화, 빈곤을 비롯한 사회문제에 대해 2009년 7월부터 '날선토론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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