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군사독재, 국가주의, 민족주의, 산업사회 근대적 문화양식을 불러와 국민들의 신체와 문화를 근대적인 틀에 짜맞추고 있다. 물질시대 종말을 앞두고 산업사회로 역행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가 6월 7일 저녁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이같이 말하며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정보화 시대 미래 테크놀로지는 나무, 풀, 동물, 돌맹이를 포함한 모든 자연의 조화를 깨트리지 않고 현대 기술과 접목시키는 것“이라며 "물질.기계적 사고방식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모든 건축, 시설, 문화양식에서 '박정희식 모델'만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강연은 '톡톡지역문화연구소'가 마련한 '진중권의 문화이야기'로 대학생과 시민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진 교수는 이날 ▷한국 전통가치의 부활, ▷생태주의, ▷정보화시대의 패러다임 변화를 "한국 문화의 미래요소"로 꼽았고, ▷자본주의식 기계주의, ▷산업사회의 근대적 문화양식, ▷군사정부 리더십 ▷일본식 예술의지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 2010년 발표한 'OECD 국가별 노동시간'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2193시간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길고 평균 1749시간 보다 훨씬 많다"며 "국가는 여전히 국민을 '산업전사', '군인전사'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현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재화 창출도 하지 못한 채 멀쩡한 강과 흙길을 시멘트로 가리고 페인트만 칠하고 있다"며 "건설자본 부정과 비리만 드러낸 전형적인 60년대 군사정권 스타일"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만이 리더이고 국민들은 대통령이 하는 일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일방적 군사정부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며 "그 결과 대화를 통해 대학생의 멘토를 자처하는 안철수 신드롬을 불러왔다"고 덧붙였다.
진 교수는, 이러한 "산업사회로 역행"을 막기 위해서는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오던 전근대적 전통가치인 '생태주의'를 따라야한다"고 주장했고, 일본 전통문화를 통해 한국 전통 생태주의를 역설했다. 진 교수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던 우리 조상들은 흙과 기왓장의 어울림, 대충 툭툭치듯 만든 생활용품, 자연석으로 만든 주춧돌을 통해 주체와 객체 구별 없이 인간이 자연과 하나가 되는 생태적 미메시스(Mimesis)에 가까운 모습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문짝, 풀 한포기, 나뭇잎 하나도 칼을 대지 않은 곳이 없는 사무라이 문화"라며 "인간이 자연에 조화가 되는 모습이 아닌 자연을 모방해 소유하는 이미타티오(Imitatio)적인 예술의지와 국민성을 드러낸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기계에 신체를 맞춰야 하는 자본주의 문화에 적합했고 18세기 이후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농경사회→산업사회→정보화 사회로 이어지는 전 지구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산업사회 가치관이 흔들려 현재는 정보화 사회로 자연스럽게 변하고 있는 단계"라며 "물질 가치를 생산하던 시대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계가 인간에 우선하기보다 기계를 인간 신체와 자연에 맞추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대중 정부의 '지식기반경제' 모델과 노무현 정부의 '당선 그 자체', '네트워크사회'는 한국 사회가 정보화 사회로 비교적 자연스럽게 변하던 시기로, 다시 그 흐름을 따라 문화적 전환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중권 교수는 1986년 서울대학교 미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진보적 문화운동 단체였던 '노동자문화예술운동연합'의 간부로 활동했고, 정치사회비평지 '아웃사이더'의 편집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또,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언어 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중앙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겸임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초빙교수,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를 지냈으며 2012년 2월부터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를 맡고 있다. 대표적 저서로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미학 오딧세이', '폭력과 상스러움' 등이 있다.
한편, '톡톡지역문화연구소'는 대구경북 지역 공동체와 문화 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곳으로 6월 7일 진중권 교수 강연을 통해 개소식을 알렸다. 이 연구소는 지방에서 유일하게 대구를 중심으로 영화운동을 펼친 ‘10월영화공장’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만들어 실상을 복원하고 콘텐츠를 모색하고 있으며, 박창원(46) 언론학박사가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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