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비정규직 영어강사 33명 '해고' 위기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2.06.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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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00% 원어민으로 교체...교육 선진화" / 비대위 "일방적 밀어붙이기...생존권 보장"


(오른쪽) 박경서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해고' 위기에 놓인 영남대 영어강사들(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오른쪽) 박경서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 공동대표와 '해고' 위기에 놓인 영남대 영어강사들(2012.6.18.영남대 본관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학교 영문과 비정규직 강사 33명 전원이 '해고' 위기에 놓였다. 영남대가 이들이 맡았던 영어회화 강의를 2013년부터 전면 원어민 강사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영남대는 지난 2010년부터 1학년 필수교양과목인 '대학영어회화'를 팀티칭(Team-Teaching) 방식으로 한국인과 원어민(외국인) 강사에게 각각 50%씩 배정했다. 이에 따라, 강사들은 영남대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매주 75분씩 2회에 걸쳐 영어 읽기, 쓰기, 말하기를 가르쳤다.

그러나, 영남대는 올 초부터 "영어 교육 선진화와 효율성"을 목적으로 '대학영어회화' 수업에 대한 기존 강의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오는 2학기부터 '대학영어회화'의 46%, 2013년부터 100%를 원어민 강사로 교체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매 학기 대학 총장으로부터 ‘위촉서’를 받아 고용을 갱신하던 영문과 소속 비정규직 시간강사 33명은 '해고' 될 위기에 놓였다. 이들의 80%이상은 영남대 학.석.박사 출신이고, 대부분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대학 결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문과 비정규직 시간강사 33명 전원은 지난 5월말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6월 5일에는 "철회"를 요구하는 호소문을 보내는 등 대학의 결정에 반대하는 행동에 나섰다.

컨테이너 농성장에 '여기바진 내 청춘 돌리도', '끝까지 가보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내 꿈은, 내 희망은 어디로' 등의 피켓이 놓여져 있다(2012.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컨테이너 농성장에 '여기바진 내 청춘 돌리도', '끝까지 가보자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내 꿈은, 내 희망은 어디로' 등의 피켓이 놓여져 있다(2012.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에서 15년 동안 영어강의를 해온 박경서 비대위 공동대표는 "대학이 교육자들의 의견 수렴도 없이 일방적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이는 학생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이 '강사는 영남대와 계약이 끝나도 다른 대학과 얼마든지 계약을 할 수 있는 프리랜서'라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영어 강사는 이미 포화상태로 출신대학이 아니면 사실상 계약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학생들이 모국어를 통해 기본적인 지식을 배우지 않고 원어민 강사를 만나게 되면 깊이 있는 회화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며 "이 방식으로는 두 학기 동안 일정한 영어실력을 얻을 수 없고, 피상적 관광영어만 배울 것"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생계도 생계지만 가르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한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가운데, 비대위는 6월 18일 오전 영남대 본관 앞에서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투쟁선포식을 갖고 컨테이너를 설치한 뒤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외국인 강사 대체 확정안 철회, ▷영어교육 담당자 주체 영어강좌개설위원회 발족, ▷한국인 강사 33명 생존권 보장, ▷한국인 강사 담당 영어강좌 필수 개설을 대학 측에 촉구하며 "원어민이 효율적이라면 영문과 교수와 총장도 모두 원어민으로 교체하라"고 비판했다.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가 "영문과 학국인 강사 33명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영남대 본관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가졌다(2012.6.18.영남대 본관 앞)
'영남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강사비상대책위원회가 "영문과 학국인 강사 33명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영남대 본관 앞에서 투쟁선포식을 가졌다(2012.6.18.영남대 본관 앞)

특히, "현재 영문과 강사들은 대다수가 영남대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해왔거나 이제 막 강의를 시작한 강사들"이라며 "강사 전원을 간단히 해고해버리는 학교의 비교육적, 비인간적 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학의 무조건적 원어민 강좌 숭배는 실패한 선례"라며 "대학 본연의 전인적인 교양교육 강좌의 중요성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남대 영문과 대학원생 30명도 6월 8일 호소문을 통해 "한국인 강사의 강좌 신설 등 다른 대안 없이 영어 수업을 100% 원어민으로 하는 것은 강사 33명 모두가 생계를 잃게 된다는 것"이라며 "나아가 영문과 대학원생들의 희망을 꺾어버리는 처사"라고 대학 측에 영어교육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효수 영남대 총장과 영대 영문과 교수 5명은 18일 오후 2시 총장실에서 이 문제에 대해 면담을 가지기로 했다. 그러나, 이효수 총장의 일방적 취소로 면담은 무기한 연기됐다. 하지만 대학 측은 "원어민 강사의 효율성"과 "대학 교육 선진화"를 강조하며 원 계획안에 대해 "철회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손판규 영남대 본부 교무팀장은 "총장님께서 여러 사례를 접한 뒤 합리적인 판단을 하신 것으로 안다"며 "대학 영어교육의 선진화를 위해 원어민 강사를 확충하는 일은 교육 추세"라고 말했다. 또, "여러 담당자들이 모여 결정해 절차적 문제는 없었다"며 "그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학생들에게 선진 교육을 제공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했다.

영남대 영문과 교수들과 18일 면담을 약속했던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셔터로 굳게 닫힌 총장실(2012.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영남대 영문과 교수들과 18일 면담을 약속했던 이효수 영남대 총장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셔터로 굳게 닫힌 총장실(2012.6.1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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